━━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엽서 1. - 장석주

Joyfule 2009. 3. 28. 02:55
      엽서 1. - 장석주 저문 산을 다녀왔습니다. 님의 관심은 내 기쁨이었습니다. 어두운 길로 돌아오며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지만 내 말들은 모조리 저문 산에 던져 어둠의 깊이를 내 사랑의 약조로 삼았으므로 나는 님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속에 못 견딜 그리움들이 화약처럼 딱딱 터지면서 불꽃의 혀들은 마구 피어나 바람에 몸부비는 꽃들처럼 사랑의 몸짓들을 해보였습니다만 나는 그저 산 아래 토산품 가게 안 팔리는 못난 물건처럼 부끄러워 입을 다물 따름입니다. 이 밤 파초잎을 흔드는 바람결에 남몰래 숨길 수 없는 내 사랑의 숨결을 실어 혹시나 님이 지나가는 바람결에라도 그 기미를 알아차릴까 두려워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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