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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관리사? 자산관리사!

Joyfule 2013. 1. 19. 10:56

 

용돈관리사? 자산관리사!

 

글 / 2006년 고등부 박하얀

내가 용돈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물론 이전에도 학용품을 산다거나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는 등 돈을 쓸 일은 있었다.

그럴 때에는 부모님께 필요한 액수와 이유를 말씀드리거나, 연초에 모아뒀던 세뱃돈을 꺼내어 쓰곤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닐 때에는 그렇게 하는 것에 전혀 불만도, 어려움도 없었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우선, 예전에 비해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굉장히 많아졌다.

 학교에서는 자주 교과서 대금, 급식비, 체험활동 참가비등을 걷었고, 참고서나 문제집을 살 일도 많이 생겼다.

그런 일들은 코흘리개의 동전 몇 개로 해결되는 액수가 아니었다.

물론 부모님께서는 필요하다고 하면 언제나 돈을 주셨다.

그러나 학기 초에 일어난 한 사건은 내게 어느 정도 비상금을 소지하고 있을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체험활동으로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가는데, 그 대금을 다음날까지 가져와야 했다.

 당시 부모님은 여행을 떠나셔서 집에 계시지 않으셔서 나는 무척이나 난감했다.

모아뒀던 세뱃돈을 전부 털어도 20,000원 가량이 모자랐다. 하는 수 없이 나머지는 친구들로부터 빌려서 겨우 기한 내에 냈었다.

필요할 때마다 부모님께 타서 쓰는 당시의 방법은 더 이상 쉽지 않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터이다.

 

또한 사고 싶은 것들도 많아졌다.

 주로 음반과 책들이었는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로부터 좋은 음반과 책에 대해서 소개를 받고 나도 구매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부모님께 돈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워졌다.

너무 자주 손을 벌리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부모님께서는 내가 음반을 사는 것을 그다지 기뻐하시지 않았다.

물론 특별히 반대하신 것도 아니지만, 왜 비싼 돈을 들여 가면서 CD를 사는지 이해하지 못하셨다.

반대로 내게 있어서 음악은 삶의 활력소였고, 정품 CD를 사는 것은 조금 더 나은 음질과 음반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바람직한 소비라고 평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부모님께 굳이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는, 자유롭게쓸 수 있는 돈이 있었으면 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와서 만나게 된 친구 중 몇몇은, 놀랍게도 나와 같은 나이인데도 주식에 투자를 하고 있었다.

 인터넷으로 주식 시장을 체크하는 그들의 모습은 내게는 너무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주식, 금융, 이런 것은 어른들만의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애들은 이미 중학교에 다닐 때부터 투자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나도 그런 일을 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까지처럼 “배급” 이 아니라 “용돈” 으로 방식을 바꾸는 것이 어떨까, 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 것이다.


처음에 부모님께서는 반대하셨다. 지금까지처럼 언제나 돈은 필요하면 줄 텐데 굳이 바꿀 필요가 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랫동안 강하게, 최대한 논리적으로 부모님을 설득하였다.

결정적으로 앞으로는 스쿨버스를 타지 않을 테니, 그 비용을 차라리 매 월 용돈으로 달라고 한 타협안으로 나도 용돈 수급자가 되었다.

 

아버지께서도“그래, 너도 이제 스스로 경제활동을 할 때가 되었구나.”하시며 허락해주셨다.

 분기별로 냈던 스쿨버스비는 환산해 보면 한 달에 10만원 정도였다.

그러나 스쿨버스를 타지 않게 된 대신 지하철을 타게 되어서 그 중 얼마는 언제나 교통비로 고정적으로 지출된다.

나머지 돈으로 나는 한 달을 살아야 하는 것이다.

용돈을 받게 된 그 순간부터 친구들과의 외식비, 문제집과 참고서비 등도 모두 나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돈이 생긴 것이 기뻐서 사고 싶었던 음반도 여러 개 사곤 했다.

 그러나 나는 곧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 상비해 두는 목돈의 필요성이 용돈제로 바꾼 이유 중 하나였는데, 어느새 나는 쓰고 싶은 대로 돈을 씀으로써 비상금을 쌓아두지 않은 것이다.

당시 다행히 급히 큰돈을 써야 할 일은 없었지만, 나의 실수를 깨닫고 나서는 조금 더 철저히 돈을 관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사용한 것이 “가계부” 였다. 동네 문방구에서 초등학생 대상으로 파는 용돈 기입장이 아니라 주부용 가계부이다.

 용돈 기입장과는 달리 가계부에는 매 월별 지출을 합산하는 란도 있고, 소비를 계획하는 공간도 있다. 식비, 교육비 등 각 부문의 지출을 보기 좋게 정리해 주는 표도 있었다.

 

그것을 이용해서 나는 하나하나 돈의 출입을 꼼꼼하게 기록하기 시작했다.

 200원짜리 휴지를 사거나 500원 짜리 과자를 산 것도 모두 적었다.

물론 개중에는 쓴 기억이 없는데 돈이 계산보다 모자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런 일이 있더라도 나는 계속해서 적어나갔다. 그렇게 함으로써 허투루 쓰는 돈은 점점 줄어들었다. 저축을 시작한 것은 그렇게 돈을 아끼다가 오히려 남게 되었을 때이다.




처음에는 이 돈을 잘 두었다가 목돈이 필요할 때 쓸까 했다.

 그러나 차라리 그러기보다는 저축을 해서 이자를 얻는 것이 더 이익일 것 같았다.

물론 경제 교과서나 수많은 지도서는 미리 수입에서 저축을 일정량 떼어놓고 지출을 하라고 권하고 있다.

 

그러나 나의 경우는 저축을 결심하기 전에는 아예 돈이 남지를 않았으니 이제부터시작해도 정도에서 그리 어긋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은행에서 내 명의의 계좌를 만들고 처음으로 돈을 입금했을 때의 그 감격은 지금도 생생하다.

혹시 필요할 경우가 생길까봐 입출금이 언제나 자유로운 자유 예금 통장으로 등록하였기 때문에 이율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그래도 매달 한번 씩 은행에 가서 열심히 저축하곤 한다.

 

일단 단기적인 목표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때 노트북을 사는 것이고, 장기적인 목표는 미리 결혼 자금과 주택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히, 뉴스에서 신용 불량자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봐서일까, 나는 절대로 마이너스 통장이나 카드 돌려 막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것도 대비할 겸, 맹렬히 저축하고 있다.




그렇게 나름대로 열심히 돈을 관리하고 있던 나는, 언제나 마음속에 떠나지 않던 문제가 있었다.

 그때 봤던 그 친구들처럼, 나도 주식 투자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자주 주식 시장을 체크하며, 우량 기업을 골라내어 투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잘못하다가는 있는 돈마저 날리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래서 나는 직접 투자보다는 간접 투자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찾아보니 은행의 펀드 종목 중에 맘에 드는 것이있었다.

돈을 맡기면 그것을 은행이 관리하여 나를 대신하여 우량주에 투자해준다. 그리고 나에게 그 배당금을 주는 것이다.

 

나는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그것에 가입하고, 지금도 한 달에 몇 번씩은 나의 돈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확인한다.

 이런 식으로 나는 현재 나의 돈을 관리하고 있다. 나의 방법이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게 되면 이보다 더 큰돈을 만져야 한다. 그 때에는 지금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신중하게 자금을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세세한 방법은 바뀔지라도,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원칙’이 있다. 

 그첫째는 근면절약이다. 이것은 우리 조상들의 시절부터 덕목으로 이어져온 것이다.

꼭 필요한 것에만 돈을 쓰고, 남는 돈은 저축하는, 그래서 정말 필요할 때에 쓸 수 있도록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올바른 소비이다. 세계사와 경제 수업 시간에도 배워서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너무 소비를 하지 않는 것도 경제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돈’이라는 말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지 학설 중‘돈다’라는 단어에서 왔다는 견해도 있듯이, 돈은 돌아야 돈이다.

머물러 있는 돈은 고인 물과 같이, 결국엔 썩을 수밖에 없다.

근검절약과 동시에 하는, 꼭 필요한 곳에만 하는 소비는 결국 생산을 촉진시키고 결과적으로 경제 전체를 잘 돌아갈수 있게 하는 윤활유과 같다.


무엇보다도, 나는 돈을 끌어안고만 살고 싶지는 않다.

 쓰고 싶을 땐 쓰면서 인생을 즐기는 것이 역시 ‘스크루지식 인생’ 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무덤까지 같이 가지고 갈 수 있는 돈도 아니니까, 즐겁게 쓰면서 살고 싶다.

또한 금융 정책에도 항시 관심을 가진다. 예전에는 환율이나 금리, 이런 것이 내게도 관련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직접 돈을 관리하고 예금을 하고 투자를 해보니, 지금까지는 보이지 않았던 많은 것들이 보인다.

 작은 정책에도 나는 손해를 입기도 하고 이익을 얻기도 한다.

언제나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돈을 스스로 관리하다 보니 저절로 경제에도 관심이 가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유일하게 아버지만 보시는 경제 신문에도 손길이 가고, 경제 관련 뉴스도 열심히 본다. 그러나 아직 내게는 어려운 단어들, 어려운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사실 경제 신문도 전부 소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단 맘에 드는 기사만 골라서 읽는다.

 겨우 그것만 하는데도 많은 것이 새롭게 눈에 들어온다. 사회가 돌아가는 원리라던가, 정치, 외교, 이것들 중 하나라도 경제와 관련이 없는 것이 없다.

그래서 하나하나 알게 될 수록 점점 세상의 모든 인과 법칙이 눈에 들어오는 느낌이다.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하나씩 알게 될수록 즐겁다.

 그래서, 언제나 불안하고 막막하기만 하던 내 미래의 청사진도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나는 자산 관리사가 되고 싶다. 흔히 FP라고 불리는데, 고객들의 자산을 어떻게 쓰면 더 잘 쓸 수 있을까, 하는 것을 설계하는 일이다.

 

물론 용돈을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신중함과 책임감과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내 일이라면 모르지만, 나 아닌 타인, 소중한 고객의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번 도전해 보고 싶은 일이다. 나 역시 그 과정이 굉장히 즐겁기도 하고 말이다.




일단 단기적인 목표는 이렇지만,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경제 전사” 가 되고 싶다.

 물론 경제 전사라는 말은 사전에 없다. 그러나 세계무대에서, 우리나라 경제의 제 1선에서 활약하고 싶은 것이 내 꿈이다.

 

평소 외교에도 관심이 있었고, 나를 국내에 한정시키기 보다는 세계수준의 일을 하고 싶다.

 그것을 “전사” 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친 나의 도약일까? 아직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경험해 보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용돈을 관리하면서 얻은 소중한 체험으로 조금이나마 그 그림자나마 보이는 것 같다.

 이 경험은 내게 단지 음반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 이상의 소중하고 갚진 것을 주었다.

이 귀중한 경험을 안고서 내일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 그것이 내가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함”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