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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한 장 붙여서 - 천양희

Joyfule 2009. 7. 14. 01:28
        
        우표 한 장 붙여서 - 천양희 
        꽃 필 때 널 보내고도 나는 살아남아 
        창모서리에 든 봄볕을 따다가 우표한장 붙였다 
        길을 가다가 우체통이 보이면 
        마음을 부치고 돌아서려고 
        내가 나인 것이 너무 무거워서 어제는 
        몇 정거장을 지나쳤다 
        내 침묵이 움직이지 않는 네 슬픔 같아 
        떨어진 후박잎을 우산처럼 쓰고 
        빗속을 지나간다 
        저 빗소리로 세상은 여위어가고 
        미움도 늙어 허리가 굽었다. 
        꽃 질 때 널 잃고도 나는 살아남아 
        은사시나무 잎사귀처럼 가늘게 떨면서 
        쓸쓸함이 다른 쓸쓸함을 알아 볼 때까지 
        험한 내 저녁이 백년처럼 길었다 
        오늘은 누가 내 속에서 찌륵찌륵 울고 있다. 
        마음이 궁벽해서 새벽을 불렀으나 새벽이 
        새, 벽이 될 때도없지 않았다 
        그럴 때 사랑은 만인의 눈을 뜨게한 
        한 사람의 눈먼 자 를 생각한다 
        누가 다른 사람 나만큼 사랑한 적 있나 
        누가 한 사람을 나 보다 
        더 사랑한 적이있나 말해봐라 
        우표 한장 붙여서 부친적이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