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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와 상담 - 정태기) 제3장 위기의 원인과 구분 1

Joyfule 2005. 3. 16. 10:16
 
위기와 상담 - 정태기  
제3장 위기의 원인과 구분 1 
1. 위기의 원인 
위기는 어떤 경우에 발생하는가? 
위기란 자신의 삶에 중대한 위협을 느낄 때 일어나는 공포의 감정이다. 
삶의 기둥 같은 어떤 대상을 상실했을 때 
사람들은 눈앞이 캄캄해지는 절망을 맛본다. 
바로 그것을 상실했을 때 사람들은 소망을 잃고 허둥대게 된다. 
인간은 감정의 존재이다. 
그래서 감정이 통하는 사람이나 어떤 대상에 애착을 느끼게 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부모와 자식은 깊은 애정으로 뭉쳐진 관계이다. 
이러한 관계에서는 서로간에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일체감을 느끼는 대상에게 즐거운 일이 일어나면 나도 즐겁고 
그가 상처를 입으면 나도 고통스럽다. 
인간은 누구나 이와 같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미처 갖추지도 못했는데 
위기의 태풍이 매섭게 몰아칠 수 있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나 심장마비 같은 돌발 사태로 뜻밖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위기 당사자는 더욱 심한 충격을 받게 된다. 
충격이 심하면 방황이 길어져 
고난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충격과 위기는 생활 가운데서 
우리의 역할이 변화할 때에도 나타날 수 있다. 
감정적으로 밀착된 관계일수록 
오해나 갈등이 생길 때 크게 상처를 받는다. 
그래서 일체감을 느끼는 대상과의 관계가 위협을 받게 되면 
위기의식을 느끼며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든다. 
일체감의 위기는 다음의 세 가지 경우로부터 일어난다. 
첫째, 자신의 삶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던 사람을 상실하거나 
상실의 위험에 부딪쳤을 때 일체감의 위기가 발생한다. 
이런 위기는 일상생활에서 자주 경험 할 수 있다. 
아이가 처음으로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설 때, 
아이를 태우고 떠나는 버스를 쳐다보며 어머니는 허탈감을 느낀다. 
수년 동안 보살펴오던 아이로부터 갑자기 떨어져 나온 느낌 때문이다. 
동시에 아이는 아이대로 창밖에 보이는 엄마의 얼굴을 쳐다보며 
불안과 혼란을 경험하게 된다. 
아이는 익숙한 가정 환경으로부터 
낯선 이방 세계로 던져지는 아픔을 겪어야만 한다. 
아이들은 삶에 변화가 올 때마다 이와 같은 불안을 느낀다.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갈 때에도 똑같은 상실감과 이별의 감정을 겪을 수 있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이 병에 걸려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을 때나 
세상을 떠나고 없을 때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우리의 안전 체계는 우리를 사랑하고 지켜주는 사람들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그들 없이 살아가는 삶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가 막상 
그들이 떠나가 버리면 막막해져 버리는 위기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위기의 두 번째 원인은 새로운 상황과 대면하게 될 때, 
즉 우리의 존재에 위협적인 인물 또는 
위협적 사건에 직면하게 될 때 위기를 경험하게 된다. 
새로운 교회에 부임해 가는 목회자의 대부분은 불안과 공포를 느낀다. 
자기들끼리는 서로가 익숙해 있는 한 공동체에 
낯선 이방인으로 던져지는 때문이다. 
목회자와 그의 가족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수많은 일들을 배워야 한다. 
모든 교인들은 새로 부임한 목회자와 그의 가족이 
자기네 교회에 적합한 인물인지 아닌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손짓 하나 몸짓 하나에 주목한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자신감과 긍지심이 부족한 목회자는 
휠씬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또한 결혼 자체도 위기를 불러 올 수 있다. 
서로 전혀 다른 생활을 해 오면서 나름대로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을 고수해 오던 두 사람이 결혼이라는 공동체를 형성하면서 
갑자기 낯선 환경에 내던져지기 때문이다. 
이제껏 혼자서 결정하던 사소한 일까지도 
함께 의논해야 하고 통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혼으로 
결혼생활을 끝내 버리고 마는 불행한 경우를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결혼은 두 사람의 관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시부모나 가까운 혈친 사이에서도 위기적 영향을 미친다. 
우리 나라에서는 고부간의 위기가 아직도 
상당한 사회문제로 등장하고 있는데, 
특히 남자 쪽의 어머니가 아들과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했을 때 
고부간의 문제는 심각한 위기로 발전된다. 
특히 청춘에 과부가 된 홀어머니가 아들 하나를 키운 경우에는 
어머니는 아들과 정서적으로 지나치게 밀착되어 있을 수 있다. 
이때 새로 들어온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심리적인 위기의 대상이 된다. 
위기 발생의 세 번째 원인은 지위와 역할의 상실, 변화에서 온다.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는 심혈을 기울여 할 일이 있고, 
거기에 따른 지위와 역할도 갖고 있다. 
오랫동안 한 방면의 일에 종사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과 일체감을 느끼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사람에 따라서는 무의식 가운데 자신의 일과 역할을 
자기 생명의 일부처럼 여기게 되는 일 중독자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자기가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이야기한다.
 "당신을 누구라고 생각합니까?" 라는 질문에 
거의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목사, 선생, 의사 등 자신의 직업을 댄다. 
이는 바로 자기의 일과 역할을 자신의 삶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런 것들이 위협을 당할 때 위기감을 느끼게 된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퇴직 후에는 
자기의 모든 삶이 끝나 버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위와 역할에 지나치게 자기 삶의 존재 의미를 두는 때문이다. 
필자가 65명의 은퇴자들을 조사한 바에 의하면, 
24명이 은퇴 전후인 1년 동안에 사망했고, 
나머지 41명 가운데 18명은 중병을 앓고 있었다. 
그 중 15명은 심하게 앓다가 회복했고, 
8명만이 은퇴 후에도 이전의 삶과 크게 다름없이 건강하게 지내고 있었다. 
은퇴 후에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8명은 대부분 
은퇴 전의 지위와 역할에서 느낄 수 있었던 삶의 의미를 
은퇴 후 다른 데서 새롭게 찾아 즐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