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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의 그 집 앞 - 김경숙

Joyfule 2009. 5. 2. 04:56
     
        유년의 그 집 앞 - 김경숙 금 간 장독대 사이로 햇살이 들면 누이들의 웃음소리 까륵까륵 반짝이던 지금은 서늘하게 문이 닫힌 그 집 앞 유년의 깃발은 희미한 기억속에서 스러질듯 담장에 기대어 있는데 귀에 익은 바람이 문을 흔들고 낯선 문패에 눈이 시리다 드문드문 수통 언저리에 남아있을 어린 내 지문은 화석이 되었고 어머니의 기침소리 섬돌 아래 켜켜이 이끼로 남아있는 곳 아버지도 가시고 어머니도 가시고 형제들도 낱알처럼 흩어져 살지만 그 시절 그 집 앞 휘어진 골목길에는 부모님의 그윽한 눈길과 발자욱 아련히 남아 세월의 빗장을 열어 울먹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