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인들의 종교와 일상생활.
천구백사십팔년 오월 십사일 세워진 "중동의 신성한 나라", 이스라엘은 이만 팔백 제곱킬로미터의 땅에 세계 여러 나라에서 귀향한 이스라엘인들과 아랍인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일까?
이스라엘에서 특이한 풍속과 문화를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회주의 경제 원리를 생활속에 들여놓은 키부츠가 있는가 하면, 개척시대 노래에는 트로이카의 멜로디가 있기도 하고,
황량한 사막의 이글거리는 태양과 노을이 있으며, 과수원에는 토마토와 사과가 주렁주렁 열리는 곳 이스라엘에는
아직도 옛 풍습을 지키는 마을과 현대적인 도시들이 아침이면 함께 눈을 뜬다.
성지로 불리는 만큼 평화로운 곳이기도 하지만, 요즈음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 팔레스타인과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격전지이기도 하다.
이렇듯, 이스라엘은 전쟁과 평화, 현대와 고대, 풍요와 빈곤 같은 상반되는 여러 요소들이 적당한 균형 속에서 유지되는 곳이다.
그런 공존마저도 신비롭게만 느껴지는 곳, 이스라엘.
그 곳은 여전히 비밀로 가득하다.
이스라엘인은 모두 유대인?
이스라엘에는 유대교를 믿는 이스라엘인들, 이슬람과 카톨릭을 신봉하는 소수 아랍인들과 집시라고 불리는 베두인족들이 함께 살고 있다. 흔히 이스라엘인을 유대인이라고 하지만, 정작 그이들은 유대인이라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영어로 설명하자면, 이스라엘에 사는 사람은 이즈레일리지, 주이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이스라엘 사람들은 유대교를 믿는 유대인이라는 종교적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이들은 유대인이지만, 종교인이기 전에 이스라엘 사람이다.
이스라엘인의 종교인 유대교는 "토라" 또는 율법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이것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주신 율법이다.
유대교는 오늘날 세 종류로 갈래를 나눈다.
정통, 보수, 그리고 개혁 유대교가 그것이다. 정통 유대교도들은 율법에 적힌 글대로 따르려고 하고,
따라서 매우 종교적이며, 보수적인 사람이다. 그이들이 하는 일은 토라 또는 모세에 의해 쓰인 율법을 주의 깊게 연구하는 것이다.
정통 유대인들은 보통의 이스라엘인과 달리 군대에 가지 않으며, 노동을 하지 않고 나라로부터 생활 보조금을 받고 살기 때문에, 그이들과 보통의 이스라엘인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갈등도 존재한다.
정통 유대인은 늘 까만 유대복 정장에 탈리트와 치치트를 하고 다닌다.
그렇다면 탈리트와 치치트는 무엇일까?
탈리트는 기도보라고 한다. 가로 1.5미터에서 세로 1.2미터까지 여러 크기의 탈리트가 있으나, 보통 많이 쓰는 탈리트의 크기는 가로 1.5미터 세로 0.6미터 정도의 크기이다.
물론 탈리트가 일정한 규격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다.
그저 자신의 몸을 잘 두를 수 있는 크기면 무리가 없다는 것이 탈리트의 크기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유대인들은 기도를 드릴 때 항상 탈리트를 두르도록 되어 있다. 그 까닭은 생각보다 간단한데, 기도를 할 때,
몸을 탈리트로 감싸 주어 기도에 집중하기 쉽도록 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외부 환경을 차단한 채 오직 하나님과 나만의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성스러운 보호막을 두르는 셈이다.
탈리트를 입을 때는 이를 두르기 전 먼저 시편 백사 장 일 절과 이 절을 음송하며 묵상을 드린다.
묵상이 끝나면 탈리트를 앞으로 활짝 펼치며 또 한 번 "복되신 이여, 주 되신 우리의 하나님이시여, 우주의 왕이시여, 당신의 계명으로 우리를 성별하신 이여, 우리에게 명하시기를 우리를 탈리트와 치치트로 감싸라 하시나이다"라고 음송한다.
이 순간 유대인은 자신의 온몸이 계명으로 보호되는 것을 느끼게 되고, 탈리트의 꼭대기 부분에 입을 맞추는 사람도 있다.
다음에는 탈리트를 뒤로 돌려서 머리로부터 어깨에 두른다. 탈리트를 두르는 그 순간에도 외부환경과 차단되어 하나님으로부터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가져야 한다.
그 뒤에 어깨에 두른 탈리트를 천천히 온몸에 두른다.
예루살렘의 통곡의 벽에 가면, 벽 앞에 서서, 혹은 의자에 앉아 머리부터 어깨 위로 탈리트를 늘어뜨리고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때로는 울면서 기도하는 유대인들을 볼 수 있다.
몸을 흔드는 것은 온몸으로 하나님께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라 한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있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있고, 속삭이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속삭이면서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이 제일 많다.
그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렇게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까닭이 다 탈리트 때문이다.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 다니는 손수건처럼 작은 탈리트로 외부환경을 차단하여 오직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탈리트 아랫부분의 귀퉁이에는 "술" 같은 것이 달려 있고, 이것을 치치트라고 한다.
유대인들은 탈리트에는 꼭 치치트를 단다. 치치트가 없으면 탈리트가 아니다.
보통 유대인들은 성인식 일주일 전쯤 치치트가 달리지 않은 탈리트를 아들에게 선물하여 미리 그 사용법을 가르친 뒤, 성인식 날에 치치트를 단, 완성된 탈리트를 처음으로 사용하게 한다.
성인식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만 열세 살에 치르게 된다.
열세 살이 된 남자는 성인식을 거친 뒤, 비로소 하나님과 기도를 통해 만날 수 있는 특권을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유대인이 아닌 사람의 입장에는 별것도 아닌, 그저 지저분하게 늘어뜨린 장식용 실로 보이지만, 치치트는 생각 밖에 많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유대인들은 이 치치트를 무척이나 소중하게 여기는데, 치치트는 꼭 스스로 만들어 달아야 한다.
치치트는 탈리트 양쪽 끝의 네 귀퉁이에 달게 된다.
치치트의 재료가 되는 실은 유대인 전용 가게나 책방 같은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한 조에 열여섯 가닥의 실이 들어 있다.
네 개는 길고 열두 개는 짧다. 치치트를 만들 때에는 길이가 일정치 않을 때가 있는데, 이 경우 칼이나 가위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끊거나 자를 때 꼭 자신의 이를 사용해야 한다.
치치트를 만들 때는 숫자를 정확하게 하여야만 한다. 실을 한 번 더 감아서도 덜 감아서도 안 된다.
숫자 하나하나에 모두 뜻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치치트는 탈리트뿐 아니라, 평상복(유대인들이 입고 다니는 검정색 양복)에도 달도록 되어 있다.
양복 아랫단, 모자를 비롯 어디에 달려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신없이 길게 늘어진 치치트들을 그이들은 달고 다닌다.
키부츠에서의 안식일
이스라엘에서는 샤바트, 곧 안식일이 있다. 우리의 토요일은 이스라엘의 금요일, 우리의 일요일은 이스라엘의 토요일이다.
샤바트라고 하면 보통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오후까지를 일컫는다.
안식일이 뭘까? 본래 안식일은 말 그대로 "쉬는 날"이다.
"샤바트"는 히브리어로 "쉰다"라는 뜻이다.
안식일의 가장 오래된 기원은 창세기에 나와 있다.
"하나님이 일곱째 날을 복 주사 거룩하게 하셨으니, 이는 하나님이 그 창조하시며 만드시던 모든 일을 마치시고
이날에 안식하셨음이더라."(창세기 이 장 삼 절)
정통 유대인들은 신만이 만물의 창조자이고 주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위하여 자연계와 인간이 영위하는 모든 활동을 삼가기도 한다.
거개의 이스라엘인은 금요일은 일을 아예 안 하거나, 정오쯤에 일을 끝내고 저녁때 온 가족이 함께 모여
샤바트 초를 켜고, 샤바트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인사를 한다. "샤바트 샬롬 샤바트 샬롬."
샤바트에는 모든 유대인들의 가게, 공공기관, 공공 교통수단이 멈추므로 여행객들은 택시를 타거나 걸어 다녀야 한다.
술집도 문을 닫는다. 다만, 텔아비브 위의 도시, 네타니아만큼은 예외이다.
네타니아에서는 샤바트에도 술집과 가게들이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린다.
키부츠는 보통 "이스라엘 협동농장마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스라엘에는 전국에 약 이백칠십 개의 키부츠가 있다.
그 규모는 다양하여 작게는 약 오십여 명, 많게는 약 천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이들은 생산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의식주, 교육, 생활비 같은 모든 것을 제공받는다.
키부츠는 특별한 사회계약에 근거하여 사람들(키부츠닉)이 자발적으로 모인 공동체로, 외국사람도 볼런티어라는 이름으로
키부츠 생활에 참여할 수 있다. 키부츠는 이스라엘의 건국과 사회 구성에 매우 중요한 구실을 담당해 왔다.
초대 수상 벤 구리온이나 육 일 전쟁을 승리로 이끈 모세 다얀 장군 같은 국가 지도자들과 초창기 이스라엘 정부
그리고 지금의 사회 각계 각층의 지도자들 거개가 키부츠 운동에 참여하여 왔다.
샤바트에는 모든 키부츠 사람들이 다이닝룸에 모인다. 쫙 빼 입고 말이다.
여자들은 화장을 하고 파티복을 입으며, 남자들도 깨끗한 옷을 입는다.
평소에는 거의 작업복을 입고 다니기 때문에 샤바트는 키부츠 사람들에게 한껏 멋을 부리는 날이기도 하다.
볼런티어들은 그이들 나름대로 파티를 한다.
오 셰켈(이천 원 정도)을 모아서 펀치파티를 준비한다.
펀치는 러시아 보드카와 주스, 사이다를 섞어 만든 우리나라의 레몬소주, 오렌지소주 정도라고 하면 될 것이다.
잔디밭이나 볼런티어 블록 옥상에 올라가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음악을 틀고 춤을 추기도 한다.
밤 열두시가 되면 펍이 문을 열고 젊은 키부츠닉(키부츠 사람을 일컫는 말)과 볼런티어들은 모두 펍으로 모여 술을 마시고 춤을 춘다.
보통의 키부츠는 시골에 몰려 있기 때문에, 달리 갈 곳도 놀 곳도 없는 젊은 사람들에게 키부츠 펍은 그이들의 젊음과 열정을 내뿜을 수 있는 단 하나의 용광로인 셈이다.
평일에 펍은 밤 열시에 열어서 한시쯤 문을 닫고, 샤바트에는 자정에 열어서 새벽 네시나 다섯시에 문을 닫는다.
키부츠의 샤바트는 이렇게 되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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