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인들의 종교와 일상생활2.
이스라엘 사람들의 영어 실력
유럽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보내기 위해 이스라엘의 키부츠에 간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키부츠에 가는 주된 까닭은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다. 돈 안 들이고 영어도 배우며, 여행도 하고 친구도 사귀는 매력적인 이스라엘 키부츠 생활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영어를 배울 만한 곳은 아니다. 배운 영어를 쓰러 오는 곳이라면 모를까.
어쨌든 이곳 사람들은 영어를 무척 잘한다. 기본 교육(고등학교 졸업)을 받은 사람이라면 자막 없어도 미국 영화를 보며 이해한다.
길을 물어 보면 아무렇지 않게 유창한 영어로 알려준다. 그렇다고 히브리어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중동지역 가운데 가장 서유럽화된 곳이기도 하지만,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미국과, 러시아, 유럽과 남미에 흩어져 있다 보니 국제언어인 영어에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다른 점은, 극장 영화뿐이 아닌, 텔레비전 영화도 더빙을 하지 않고 자막으로 나오며, 케이블 티브이인 엠티브이는 아예 영국 방송을 틀어줄 정도이니 그이들이 영어에 친숙한 것도 다 까닭이 있는 것이다.
이스라엘에서는 "히치"가 자유롭다. 물론 예루살렘이나 텔아비브 같은 대도시에서는 쉽지 않지만, 웬만한 시골에서는 히치가 가능하다. 히치를 할 때는 미국 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엄지를 삐죽이 내밀고 하면 아마 큰일날 것이다.
이곳에서는 그게 큰 욕이라고 한다. 그래서 히치를 할 때는 집게손가락만 펴고, 나머지는 주먹을 쥐어서, 꼭 무엇인가를 가리키는 것처럼 팔을 아래로 쭉 향하고 있으면 차가 선다. 히치를 하다
보면 한국 차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대의 아반떼가 "란트라"라는 이름을 달고 제일 흔하게 달리고, 기아차도 꽤 있다.
여기서는 "기아"라면 못 알아듣는다. "가이아"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현대"는 "현다이"로 불린다.
먹는 음식과 못 먹는 음식
"코셔"는 히브리어로 "정결 음식"이라는 말이다. 그 원칙을 보자면 짐승의 경우 발의 굽이 갈라지고 되새김질을 하는 짐승만 먹을 수 있고, 물고기의 경우 지느러미와 비늘이 있는 것만을 먹을 수 있다.
날짐승의 경우에는 먹지 못하는 새 이름들이 구체적으로 밝혀져 있으며 날기도 하고 기기도 하는, 분류가 뚜렷하지 않은 것은 먹지 못한다. 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까다롭지만, 이스라엘에서 먹을 수 있는 거개의 음식을 코셔라 생각하고, 돼지고기와 오징어 같은 것들을 먹지 않는다고 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그이들은 소고기와 양고기, 닭고기, 터키(칠면조) 들을 많이 먹는데, 고기의 경우는 요리하기 전 찬물에 담가 꼭 핏물을 뺀다.
이스라엘인이 좋아하는 음식으로는 생선 요리, 닭 요리, 스파게티, 피자, 중국음식, 난자완스 같은 고기튀김, 패이스트리(브레카스), 피망 요리, 감자 요리 들하여 꽤 다양한 편이다. 하지만 샤바트에는 항상 샤바트 음식을 먹는데, 보통 닭 요리와 칠면조 요리가 주를 이루며, 쉬니첼을 많이 먹는다.
케밥은 양고기, 닭고기, 소고기를 잘게 다져서 만든 경단꼬치를 불에 구운 것인데, 케밥 또한 중동지역에서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이다. 브레카스는 패이스트리, 파이의 일종인데, 그 안에 감자나 모차렐라치즈, 시금치 들을 넣어서 오븐에 굽는다. 하지만 반죽 자체에 버터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튀긴 음식처럼 기름기가 많은 편이다. 쉬니첼은 칠면조나 닭을 얇게 떠서 튀긴 요리인데, 우리나라의 돈까스처럼 그냥 먹기도 하고, 바게트에 야채와 함께 넣어 길거리에서 팔기도 한다.
영국식으로 "칩스"라고 부르는 감자튀김이 흔하다. 프렌치 프라이라고 말하면 못 알아듣고 칩스를 달라고 말해야 길다랗고 굵은 감자튀김을 준다.
이스라엘인들은 와인을 좋아한다. 십 니스 이상, 우리 돈으로 오천 원 이상이면 꽤 괜찮은 와인을 살 수 있다. 러시아계 유대인들이 대거 이동을 한 때문인지, 보드카도 흔하다. 싸구려 보드카는 이천 원에서 삼천 원 사이에 살 수 있다. 양주는 그렇게 즐기는 것 같지는 않다.
맥주의 경우, 네덜란드 맥주인 오랑유 붐은 꽤 싸지만, 같은 네덜란드 맥주여도 하이네켄은 비싸다.
미국 맥주도 비싼 편인데, 이스라엘에서는 미국에서 만든 것은 거개가 비싼 편이다.
하지만 유럽 제품들은 이스라엘과 가까이 있어서인지 꽤 싼데, 프랑스 제품과 스페인 제품들이 흔하다.
이스라엘에는 유제품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다양하다. 여러 종류의 치즈와 우유, 다양한 제품의 요구르트들이 먹음직스럽다.
원두 커피를 마시려면 "필터 커피"라고 주문을 해야 한다. 농도가 짙은 아랍식의 커피가 대중적인데, 이 커피는 밑에 커피가루가 가라앉기 때문에,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면 조금 기다렸다 마셔야 한다. 이 두 경우가 아니라면, "네스카페"라는 커피가 굉장히 인기다. 여기서 네스카페란 커피 브랜드의 이름이 아니라, 진한 커피에 설탕, 그리고 우유를 많이 넣어 만든 것으로, 맛은 뜨거운 커피우유 맛이다. 한 번 마시면, 계속 마시게 된다. 이집트에 가서도 네스카페를 주문하면 이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이스라엘 빵은 호떡 빵
"피타빵"을 빼고 이스라엘의 빵을 논할 수 없다. 피타빵은, 우리나라에서 파는 호떡 정도의 크기에 전혀 딱딱하지 않고 속이 갈라져 비어 있다. 이스라엘 길거리를 거닐다 보면 우리나라 길거리 떡볶이 집처럼
흔한 게 "팔라펠과 샤와르마" 가게인데, 팔라펠(이천오백 원 정도)은 피타빵 안에 원하는 야채와 고기를 넣어 먹을 수 있는 것이고, 샤와르마(칠천오백 원 정도)는 좀더 큰 아랍식 피타빵(멕시코 요리의 밀전병과 비슷)에 고기와 야채를 넣고 말아서 먹는다. 더 큰 피타빵은 페이퍼 브레드라고 하는데, 드루즈 아랍인들이 즐겨 먹는 빵이다.
팔라펠과 샤와르마에는 독특한 중동 소스를 넣는데, "후무스"나 "트리나"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후무스는 중동 지역의 하얀콩을 갈아서 여러 향신료와 혼합한 소스인데, 엷은 베이지색의 구수한 맛이 독특하다. 트리나는 가지를 불에 구워서 식힌 뒤 물에 담가서 탄 껍질을 벗겨내고 물기를 빼어 곱게 갈아낸 걸쭉한 즙에 레몬, 마늘, 파슬리를 넣어 만든, 구수한 맛의 소스이다. 후무스, 트리나, 피타빵, 팔라펠, 샤와르마는 이스라엘에서만 먹는 게 아니라, 중동 여러 지역에서 먹기 때문에 한번 알아두면, 중동지역을
여행할 때 별 어려움 없이 찾아 먹을 수 있다. 나라마다 이름들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이스라엘인은 참깨를 무지 많이 뿌린 여러 종류의 베이글빵을 좋아하며, 통통하게 생긴 바게트를 평소에 즐겨 먹는다. 우리가 식빵이라고 부르는 빵은 "샤바트빵"이라고 해서 특별히 샤바트에만 먹는다.
금요일 오전이면, 빵집에서 샤바트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흔하게 먹는 식빵을 특별하게 먹는 걸 보면, 확실히 문화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라비아풍의 물담배
이스라엘의 가장 대중적인 담배가 있다면 "노블리스"라는 담배다. 재미있는 것은 노블리스를 피우는 사람들은 거개가 나이 어린 군인들이거나,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외국인들이라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은 미국에서 수입된 담배를 많이 피운다. 수입 담배의 경우 한 갑의 값이 꽤 비싼데, 보통 사천 원이 넘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담배 광고에 엄격한 제한을 가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에서는 담배 광고에 무척 관대하다.
버스 정류장에 크게 선전을 하고, 슈퍼마켓의 간판 네온사인이 온통 담배 선전들이다. 이 나라에서는 열여덟 살이 되면 술과 담배를 허용하지만,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그 이전 나이에 술과 담배를 하는 청소년들이 많다.
슈퍼마켓 같은 곳에 가 보면 이십여 종이 넘는 담배가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형태가 특이한 담배도 많이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곧 "마는 담배"인데, 팔천 원 정도의 돈을 주고 담배를 하나 사면, 담배를 마는 종이가 함께 들어 있다. 보통은 유럽 사람들이 즐겨 피는 것이라 하는데 이 마는 담배도 종류가 열 가지 이상이며 값도 천차만별이라고 한다.
마는 담배의 특징은 필터가 없다는 것이다. 종이는 사전 지질이고 여기에 김밥을 싸듯이 담배를 마는데,
입이 닿는 쪽은 아주 좁게, 불이 닿는 쪽은 조금 넓게 말아야 한다. 얇게 말수록, 여러 개비의 담배를 만들 수 있다.
이 담배를 잘 담아두기 위해서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어진 담배 케이스를 팔기도 한다.
이스라엘에서는 뭐니뭐니 해도 물담배를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 옛 노인들이 곰방대에 담배를 피웠듯 중동 사람들도 굉장히 특이한 담배를 피워 왔고 지금도 여전히 피우고 있는데, 그것이 이른바 물담배로, 여행자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물담배, 아라비안 담배, 시샤 들로 불리는 물담배는 터키에서는 나질리 살로누라고도 부르며 영어로는 워터 파이프라 한다. 물담배는 정말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파이프의 모양은 각양각색이다.
먼저 병에 물을 채우고, 형식대로 조립해서, 사기 깔때기 같은 곳에 담배를 넣고, 그 위를 쿠킹호일로 감싼 뒤에, 그 위로 석탄 태운 조각을 올려놓으면, 물장난을 치듯 요동치는 물소리가 나면서 연기를 들이마시게 된다.
담배의 원료가 딸기나 사과 같은 천연과일을 절인 것이기 때문에, 과일냄새가 나면서, 연한 연기가 몸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다.
처음 피우면 석탄을 태워서 나오는 연기나 연탄가스를 들이마시는 것 같아서 강한 기침이 나기도 한다.
"나는 사막, 그을린 과수원들, 빛 바랜 상점들, 미지근한 음료를 사랑했다.
나는 악취 나는 거리를 기운없이 걸었고, 두 눈을 감고 불의 신 태양에 몸을 내맡겼다……."
랭보가 노래했던 시의 한 구절이다. 아마도 랭보는 아프리카를 노래했을 것이다.
나에게 이런 시는 지난 천구백구십팔년의 이스라엘 여행을 떠오르게 한다.
이스라엘의 네게브 사막, 사과가 가득한 과수원, 아랍인들의 지저분한 가게들, 뜨거운 태양 아래 미지근해진 음료수, 이런 것들을 떠올리다 보면 랭보의 아프리카는 나의 이스라엘과 동일시된다.
이스라엘의 문화는 종교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며, 지리적으로 아랍 냄새가 풍기지만 또한 매우 국제적인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스라엘 또한 사람이 살아가는 곳이었다. 사람이 사는 곳은 신이 사는 곳보다 더 신비롭다.
세상의 신비가 멀리 있지 않다면, 이스라엘도 어떤 까닭에서든 한 번 더 추억하고 싶은 곳이다.
<샘이깊은물> 배 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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