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듣는 사람이 잘 이해한다. ♣
부탁, 교섭, 상담은 모두 대담이라는 형식으로 행해진다.
기본적으로 1대 1의 개별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러나
정해진 자리에서의 공공 연설은 다수의 청중이 상대가 되는 것이므로,
아무래도 생각하고 다듬어진 말들을 조심스럽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
청중과의 심리적인 거리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거기에 비해서 대담은 바로 눈앞에 상대편이 있다.
상대와의 심리적인 거리를 좁힐 수 있고, 인간적인 접촉속도가 매우 빨라진다.
대담은 청자와 화자의 공동작업이다.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은 표리일체가 되어야 한다.
특히 사태가 긴박한 때에 상대가 노하든가, 비통해 하든가,
흥분할 때는 마땅히 청자의 입장이 되어야 한다.
링컨이 변호사로서 성공한 이유를 질문받고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나는 법정에서 변론할 때, 그 준비로 내게 주어진 시간의 3분의 2를
상대에 관해, 또 그가 말할 것 같은 것에 관해 생각한다.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을 나 자신과 자신이 말할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식으로 해왔다."
부탁이나 교섭이나 상담은 상대를 일방적으로 누르고 굴복시키는 강력한 담판과는 다르다.
무리하게 억지로 이쪽 의견을 밀고 나가서 승리했다 해도
그것은 일시적일 뿐, 후에 어떤 형태로든지 꼭 반격을 해올 것이다.
이쪽이 말하는 내용을 잘 이해시키고 납득시켜 협조적인 분위기에서,
이쪽 뜻대로 상대를 움직일 수 있다면 이때 비로서 설득은 100% 성공을 거둔 셈이 된다.
이같은 관점에서 보면 마구 떠들어대는 것이 얼마나 서투른 방식인지를 알게 된다.
마치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것 같은 말하기의 일방통행만큼 어리석은 화법은 없다.
그러므로 우선 청자의 입장에서 듣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
상대편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면서 이쪽 의견을 제시해 나가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교섭에서든 화자나 청자는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대화에 임하는 것이다.
이때 대립된 쌍방의 의견의 일치점을 찾아내지 못하면
이야기는 평행선을 긋고 대화는 결렬되고 만다.
화법의 표현기술이 아무리 훌륭해도 청법의 이해기술이 부족하거나 미숙하면 안된다.
화법과 청법
이해기술이 부족하거나 미숙하면 안된다.
화법과 청법은 대담이란 궤도를 달리는 차의 두 바퀴이다.
설득의 명인 소크라테스는 아테네 청년을 설득할 때,
"먼저 그대들이 무엇인가를 말해달라.
그것에 따라 나는 판단할 것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미국 국무장관으로 명성을 날렸던 키신저는 사람들과 항상 접촉교분을 유지했고
사회 저명인사들이 필요로 하는 예절과 점잖은 몸가짐을 익혔다.
예를 들면, 자기 의견을 상대편에게 납득시키고 싶으면,
자기 의견 보다 먼저 상대편의 의견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충분히 들어주는,
그런 대화법을 익힌 것이다.
당시의 식자들은 이같은 키신저의 대화법이
그가 국제왹에 성공하는 데 큰 몫을 한 것이라고 칭찬했다.
많이 듣고 적게 말한다.
상대편이 이쪽보다 더 많이 말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쪽의 제안에 대한 관심과 흥미와 열의가 있다는 증거라 생각해도 좋다.
그것이 없다면 상대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편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한 의사라는 식으로 이끌어 나간다.
가령, 이쪽의 유도로 결정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쪽은 겉으로 조언자 이상의 입장을 취해서는 안된다.
강제성을 띤 판매, 자만, 웅변 등은 상대의 자존심을 깍는다.
상대의 입장과 처지를 생각하지 않는 교섭은 성공할 수 없다.
판매장면에서는 어디까지나 손님이 주가 된다.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듣고,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해야 한다.
청자의 입장에서는 듣는 태도가 중요하다.
대담 중 상대편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깊이 이해하는 것은 물론,
전체의 이야기 속에서 그 말이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이야기 전체의 관계에서 그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상대는 무엇을 말하려 하는 것인지, 그 목적은 무엇인지,
어째서 그런 것을 말한 것인지, 모순된 점은 없는지,
등을 순간적으로 포착하여 응답해 나간다.
따라서 듣는 태도가 신중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뿐만 아니라, 필요없이 옆을 보든가, 손과 발을 움직이든가,
하품을 하면서 억지로 참든가, 쓸데없이 히죽히죽 웃든가 해서는 안된다.
상대가 하는 이야기에 흥미를 갖고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한다.
이쪽이 융통성 없이 무뚝뚝한 표정을 하고 있으면 말하기가 거북하다.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도록 부드러운 자세를 취한다.
듣는 기술이 인생에 있어 얼마나 큰 가치를 갖는지를 좀더 깊이 깨달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