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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24.

Joyfule 2009. 12. 22. 09:34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24.  
여주인에 대한 정열은 날이 갈수록 더해 가서, 
나중엔 자기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이 표현에 의하면 머리를 어디로 돌려야 할는지조차도 모르게 되어 버렸다는 걸세. 
먹을 수도 마실수도 잠을 자 수도 없게 되었으며, 목구멍도 막혀 버렸다는 걸세.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시키는 일은 잊어버리는 등, 
마치 도깨비에 홀린 것같이 되었는데. 
마침내 어느날, 그 여주인이 2층방에 있는 것을 알고 뒤따라 올라갔다는 걸세. 
저도 모르게 그리로 이끌려 올라간 셈이지. 
그녀가 그이 소망을 들어 주지 않았으므로, 그는 폭력으로 그녀를 정복하려 했다네......
어째서 그렇게 되었는지 자신도 알 수가 없다, 
하느님도 증인이 되어 주실 것이다, 
그녀에 대한 자기의 소망은 언제나 진지한 것이었다, 
진심으로 바랐던 것은 다만 그녀와 결혼해서 한평생 같이 살아가는 일이었다...... 
이렇게 얼마 동안 이야기를 하더니 청년은 주춤거리기 시작했네. 
아직 말하고 싶은 것이더 있기는 한데, 
시원스럽게 털어놓기가 난감한 듯한 기색이었네. 
드디어 그는 머뭇거리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고백하였네. 
여주인은 자기가 얼마쯤 허물없이 대하는 것을 용납해 주었으며 
어느 정도의 접근은 인정해 주었다는 걸세..... 
그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두세 번 중단했었는데, 이윽고 열심히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네.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은 여주인을 나쁜 여자로 몰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기는 그녀를 전과 다름없이 사랑하며 존경하고 있다, 
이런 소리는 여태껏 한 번도 입밖에 낸 적이 없다, 
당신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건 
내가 도리를 모르는 인간이 아니라는 걸 알아 주기 바라서이다, 하는 것이었네. 
친구여, 여기서 나는 또다시 입버릇처럼 하는 소리를 되풀이 하겠네. 
자네 앞에 그 청년을 세워 보고 싶네! 
그가 내 앞에 서 있었던 꼭 그대로, 
그리고 지금도 내 눈앞에 서 있는 모습 그대로 말일세. 
자네에게 모든 것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리하여 내가 얼마나 그의 운명에 동정하고 있으며, 
또 동정하지 않을 수 없는가 하는 것을 자네가 알아 주었으면 싶은 걸세, 
그러나 이제 그만둠세. 자네는 내 운명도 알고 있으며, 
나라는 인간 자체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내가 어째서 모든 불행한 인간, 그 중에서도 특히 
이 불행한 청년에게 이끌리게 되었는지 자넨 너무나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일세. 
이 편지를 다시 읽어 보았더니, 이야기의 결말을 빼먹어 버렸군그래. 
하긴 자네라면 쉬 짐작할 수 있을 테지. 
여주인은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오빠라는 사람은 전부터 그 청년을 미워하고 있었으며, 
그를 그 집에서 쫓아내려 하고 있었다네. 
누이동생이 재혼을 하면 자기 아이들에게 돌아올 유산이 줄어들게 될 것을 두려워했던 거지. 
누이동생에게는 아이가 없었으므로 그 유산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던 걸세. 
그는 청년을 당장에 내쫓고 왁자하게 소문을 퍼뜨렸으므로, 
여주인으로서는 설령 그럴 생각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청년을 집에 들일 수가 없어져 버린 거야. 
지금은 다른 고용인을 썼는데, 그 고용인과의 관계로 해서도 오빠와 사이가 틀어졌다는군. 
게다가 마음사람들은 여주인이 틀림없이 그 고용인과 결혼할 것이라고들 말하고 있는데,
청년은 목숨을 걸고 그걸 막을 결심이라고 말했네. 
지금가지 한 이약에 과장은 없네. 미화하지도 않았네. 
오히려 가능한 한 덤덤하게 이야기한 셈일세. 
게다가 세속적이고 상투적인 말들을 씀으로써 딱딱하게 된 느낌이 없지 않네.
다시 말해 이 사랑, 이 진실, 이 정열은 결코 문학적 창작이 아니란 말이세. 
이건 살아 있는 걸세. 
우리가 교양이 없다느니 상스럽다느니 하고 
말하는 계층의 사람들 사이에 그야말로 순수한 형태로 살아 있단 말일세. 
그런데 우리네 소위 교양있는 인간들은 교양으로 인해 왜곡되고 무능하게까지 되어 버렸네! 
부디 이 이야기를 진지한 망음으로 읽어 주기 바라네. 
이 이야기를 쓰다 보니, 오늘은 마음이 차분해졌네. 
글씨만 보아도 알겠지? 황망하게 휘갈긴 여느 때의 글씨와는 다르지 않은가. 
읽은 다음에 생각해 주게, 이건 자네 친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맞았어, 이건 내 신상에 일어났던 일일세. 
아니,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이야. 
나는 이 가엾고 불행한 청년에 비하면 절반도 결단력이 없네. 
비교하기 조차도 면구스러울 지경일세.
9월 5일
로테는 일 관계로 시골에 가 있는 남편 앞으로 편지를 썼네. 
그 서두는 이러했네.
<사랑하는 이여, 될 수록 빨리 돌아와 주세요. 
무한한기쁨과 더불어 그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때 한 친구가 찾아와서, 
알베르트는 일의 형편상 빨리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네. 
편지는 저녁때까지 그대로 놓여 있었기 때문에 내 눈에 띄었다네. 
나는 그걸 읽고 미소를 지었네. 
왜 웃느냐고 로테가 물었네. 
"상상력이란 하느님이 내려주신 선물이군요"하고 나는 큰 소리로 말했네. 
"나는 잠시 이것을 내 앞으로 쓴 편지라고 상상해 보았거든요"
로테는 입을 다물어 버렸네. 
기분이 언짢은 모양이었네. 나도 입을 다물고 말았네. 
9월 6일
결단을 내리기가 무척 힘들었지만, 
마침내 결심을 하고 로테와 처음으로 춤출 때 입었던 푸른 연미복을 벗어 버리기로 했네. 
이젠 아주 낡아서 추레해졌거든. 
그래서 깃이며 소매를 그것과 똑같이 해서 새로 한 벌 마췄네. 
조끼와 바지도 그런 것과 같이 노란 빛으로 했지. 
그런데 어쩐지 아직도 옷이 몸에 붙지를 않네. 
하지만 날이감에 따라 차차 마음에 들게 되겠지. 
9월 12일 
로테는 알베르트를 마중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서 며칠 동안 집에 없었네. 
그런데 오늘 찾아가니, 로테가 나를 맞이해 주었네. 
나는 기쁨에 넘쳐서 그녀의 손에 입을 맞췄지. 
카나리아 한 마리가 경대 위에서 로테의 어깨로 날아와 앉았네.
 "새로운 친구예요"하고 그녀는 새를 자기 손바닥 위에 앉혔네.
 "아이들을 위해 갖고 왔지요. 여간 귀엽지 않아요. 
이것 보세요! 빵을 주면 날개를 파닥거리면서 얌전히 쪼아먹어요.
 저에게 키스도 해요. 이것 보세요!" 
그녀가 입술을 내밀자 새는 아주 귀엽게 고개를 갸우뚱하고 
그녀의 감미로운 입술에 부리를 갖다 대는 것이었네. 
자신이 누리고 있는 행복을 알기라도 하는 듯이 말일세.
"선생님께도 키스시켜 드릴께요"하고 로테는 나에게로 내밀었네.
그 조그만 부리가 로테의 입과 나의 입을 간접적으로 닿게 해 주었네. 
그 감촉은 사랑에 넘치는 입김과도 같았고, 또 어떤 예감과도 같은 것이었네.
"이 키스에는"하고 나는 말했지. 
"뭔가를 달라고 요구하는 듯한 느낌이 있군요. 먹이를 찾는 것 같아요. 
응석을 부려도 아무것도 주지를 않으니까 
허전한 기분으로 돌아가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제 입으로 주는 모이를 잘 받아 먹는답니다"하고 로테는 말했네.
 그리고 그녀는 빵조각을 입에 물고 새에게 먹여 주었네. 
그 입술은 천진난만한 애정의 기쁨에 넘쳐서 미소짓고 있었네. 
나는 얼굴을 돌렸네. 그녀는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네! 
그런 그림과 같은 광경, 천국과 같은 청순하고 복된 정경을 보면, 
내 상상력은 자극을 받지 않을 수 없거든. 
생활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껏 잠든 내 마음을 다시금 일깨워 놓게 된다 이 말일세. 
그렇다고 로테가 못할 짓을 한 건 아닐세. 
그녀는 그토록 나를 믿고 있는 거야!
내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를 잘 알고 있으면서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