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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귀던 저 새는 ㅡ 심재휘

Joyfule 2009. 4. 23. 01:25

지저귀던 저 새는 ㅡ 심재휘 
가끔씩 내 귓속으로 돌아와 
둥지를 트는 새 한 마리가 있다 
귀를 빌려준 적이 없는데 
제 것인 양 깃들어 울고 간다 
열흘쯤을 살다가 떠난 자리에는 
울음의 재들이 수북하기도 해 
사나운 후회들 가져가라고 나는 
먼 숲에 귀를 대고 
한나절 재를 뿌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 열흘 후는 
울음 떠난 둥지에 아무것도 남아 있질 않아 
넓고 넓은 귓속에서 몇 나절을 
해변에 밀려나온 나뭇가지처럼 
마르거나 젖으며 살기도 한다 
새소리는 
새가 떠나고 나서야 더 잘 들리고 
새가 멀리 떠나고 나서야 나도 
소리 내어 울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