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면 조심해도 자칫 화를 입기 쉽다
열자(列子) 제8편 설부(說符)에 나오는 얘기이다.
우씨란 사람은 양땅에서 잘 사는 부호였다.
집안에는 없는 것이 없어서 매우 풍성하게 살았다.
돈과 비단은 한없이 많았고,또 재산도 너무 많아서 다 셀 수 없을 정도였다.
그 족속들은 길가에 높이 솟아있는 누각에 올라가서,
풍악을 울리고 술상을 앞에 벌여놓고는 그 위에 모여서 도박들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협객의 무리가 서로 열을 지어 그 누각 아래로 지나가게 되었다.
누각 위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바둑판을 가운데 벌여놓은 후
흰 구슬을 던져 물고기 형상 같이 만든 두 개의 말을 뒤채면서 웃고들 있었다.
이 때에 마침 공중에 날아가는 솔개가 썩은 쥐새끼 한 마리를 채 가지고 가다가
그만 누각 아래로 지나가던 한 협객의 머리 위에 떨어뜨리었다.
협객들은 이것은 누각 위에서 지금 놀고 있는 우씨의 무리들이
자기네들을 업신여기어 썩은 쥐새끼를 자기네 머리 위에
일부러 떨어뜨린 것이라고 그릇 생각하고, 그 중에 한 협객이 말했다.
“우씨가 부자로 즐겁게 살고 있는지 꽤 오래 되었다.
그런데 그는 항상 사람을 업신여기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오늘만 해도 우리가 그에게 아무런 박해도 가하지 않았는 데도
우리를 업신여겨 썩은 쥐새끼를 지나가는 우리 머리 위에 내던지다니!
이런 일을 당하고도 복수를 하지 않으면 용기가 있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네.
내가 바라건대 여러분들과 같이 힘을 합하고,
뜻을 같이 하여 각각 우리의 부하를 거느리고 가서
일거에 저 건방진 집안을 몰살시키려 하니, 여러분들의 의향이 어떤가?”
이렇게 말하자 같은 동료들이 그것 참 통쾌한 일이라고 다 허락을 했다.
약속한 날 밤에 그들은 각각 자기네의 부하와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우씨를 쳐서 크게 그 집안을 섬멸하고 말았다.
우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을 업신여기다가 커다란 화를 입었다.
이것이 솔개가 쥐새끼 한 마리를 떨어뜨린, 때문이 아니라
이미 그가 겸손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권세, 권력이든 재물이든 많이 가진자 일수록 겸손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