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인간의 외로움을 넘는 집이다.
이덕무는 외로움을 넘어서기 위해 책에 몰두한다.
그는 서자의 신분으로 뜻을 펼칠 자리도 없는데 책만 읽어서 스스로를 책만 읽는 바보,
곧 '간서치(看書痴)'라 했다.
'이덕무와 그의 벗들 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하듯, 이 책은 영혼의 만남으로 얻는 행복한 삶을 이야기한다.
이덕무와 그의 스승이나 벗들은 조선시대의 르네상스 꽃술에 해당한다.
책으로 만난 벗들은 영혼까지 투명하다.
북학의나 발해고, 열하일기 등을 위해 중국의 책방을 뒤지고,
밤새 길거리를 다니며 메모를 하고 준비하는 모습 또한 감동을 준다.
그들의 삶에는 치열함이 있다. 바로 이 책에서 얻는 또 하나의 기쁨이다.
책만 읽는 바보라지만 그들은 책에서 세상의 경영이치를 통달한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말처럼 책을 많이 읽으면 문리가 트인다.
글의 이치가 트여 서로 통했던 박제가·유득공·백동수·이서구는 세상을 바로 세우고자 했던 이덕무의 벗들이다.
담헌 홍대용이나 연암 박지원은 이덕무를 더 큰 세계와 만날 수 있게 한 스승들이다.
이 책은 가난 속에서도 책으로 맺은 벗들의 이야기가 더 큰 감동을 준다.
책으로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이야기하는 세상, 이는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바보가 되고 싶지 않은 세상에서 스스로를 바보라 할 수 있는 사람,
책 속에 빠져 사는 바보가 될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럴 때 이 세상은 넘치게 살 만하며 풍요로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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