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Joyfule 2006. 10. 9. 01:25


      
      청산도(靑山道) -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 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 버린 하늘과, 
      아른 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 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부는 세상에도 벌레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틔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 <해>(1949) -
      

'━━ 감성을 위한 ━━ > 영상시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枯 木 - 고창환  (0) 2006.10.11
가을 - 김광섭  (0) 2006.10.10
소나무와 겨울 숲 - 朝恩 김명숙  (0) 2006.10.08
국화 옆에서 - 서정주  (0) 2006.10.07
아버지 - 박두진  (0) 2006.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