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화이야기

치매 아내를 내가 죽였다… 영화 같은 현실, 영화로 들어오다

Joyfule 2012. 11. 22. 10:18

 

영화도 '고령화 문제' 다뤄
소외된 노인·노부부 주인공 그들의 삶 사실적으로 그려… 죽음 앞둔 아버지 찍은

다큐도 "치유의 힘 있는 노년 영화로 관객들 긍정적 삶 꿈꾸게 돼"

  

 

아무르 Love, 2012
요약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 드라마 | 2012.12.19 | 15세이상관람가 | 127분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장 루이 트렝티냥, 엠마누엘 리바, 이자벨 위페르, 알렉상드르 타로 더보기
줄거리
행복하고 평화로운 노후를 보내던 음악가 출신의 노부부 조르주와 안느. 어느 날 아내 안.. 더보기
홈페이지
sonyclassics.com/amour

"'아무르'는 아내와 내가 영화와 같은 상황을 맞을 경우 약속한 걸 보여준 작품이다."
70세인 미하엘 하네케 감독이 '아무르'(다음 달 19일 개봉)로 지난 5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한 말이다. 이 작품은 80대 노부부 조르주와 안의 이야기를 다뤘다. 안은 몸이 마비되고, 급기야 언어능력까지 잃어버리는 병에 걸리지만, 조르주는 '병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의 고통과 죽음을 함께 감당하는 길을 택한다.

세계 공통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고령화 문제'가 마침내 영화 속으로까지 들어왔다. 그동안 스크린에서 소외돼 온 노인들이 잇따라 주인공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이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작품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 작품들 가운데 아이슬란드 루나 루나슨 감독의 '볼케이노', 중국 쉬안화 감독의 '심플 라이프'는 22일, 일본 마미 스나다 감독의 '엔딩 노트'는 29일 각각 국내에서 개봉한다.

노인의 삶을 다룬 영화가 최근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건 감독들이 더 이상 고령 사회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단 걸 보여준다. '아무르'의 내용이 지난달 서울 문래동에서 일어난 '치매 간병 살인' 사건(10월 31일 본지 A1면 기사 '치매 아내를 내가 죽였다')과 똑 닮은 게 구체적인 예이다. '볼케이노'에서도 뇌졸중으로 쓰러져 꼼짝도 못하는 아내를 지극히 간병하는 노인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개봉한 추창민 감독의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도 치매 걸린 아내와 함께 생을 마감하려는 노인이 다뤄졌다.

 
 영화‘볼케이노’,‘ 엔딩 노트’,‘ 아무르’중 한 장면(왼쪽부터). /프리비젼엔터테인먼트·㈜영화사 진진·㈜티캐스트 제공

 

'심플 라이프'는 홍콩 마천루 속에 있는 양로원의 모습을 다큐멘터리 찍듯 보여준다. 노인들은 칸막이와 커튼으로 구분되는 방에서 생활하고, 그들 중 몇명은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 상태다. '엔딩 노트'는 죽음을 앞둔 감독의 아버지가 삶을 마무리하며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을 하나씩 이루고, 자식들에게 장례 절차까지 알려주는 모습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은 다큐영화다. 일본의 두 개 관에서 개봉했지만 20만명이 보고 '엔딩 노트 쓰기' 유행까지 일으켰던 작품이다.

노년기에 접어든 이후에도 활발히 활동하는 기성 감독들이 늘어났기 때문에 노령화 문제를 다룬 영화들도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젊었을 땐 노인 문제에 눈길을 주지 않던 유명 감독들의 관심사가 나이가 들면서 '어떻게 노년을 보내고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가'로 옮겨갔다"('아무르' 수입사 티캐스트의 박지예 팀장)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예술영화 관객에서 중장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영상을 이용한 심리치료센터 '사이'의 심영섭 소장은 "자본주의의 냉정한 관점에서 무용지물 취급을 받는 노인들에게 고령 문제를 다룬 영화들은 치유의 힘을 갖는다"고 했다. "에릭슨의 심리사회학적 발달 단계에서 노년기는 인생을 정리하는 '자아통합 단계'로 분류되는데 관객들은 이런 영화들을 통해 노년을 수용하고 앞으로의 삶을 긍정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변희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