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7.30 22:45
'제3의 민심' 대변자 자임하면서 '묻지 마 단일화'는 모순 아닌지
천안함에 대한 모호한 견해는 지동설·천동설 함께 지지하는 것
北의 3대 세습과 수용소 감싸는 반체제쪽 비상식 어떻게 보는가
- 류근일 언론인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는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처음 보는 이변(異變)을 기록하고 있다. 제도정치권 밖에 있는 장외(場外)의 안철수 교수가 장내(場內) 유력 주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안철수 교수는 그렇다면 한 나라의 대권(大權)에 육박하는 유력 정치행위자의 한 사람으로서 언론의 Q & A(질의응답) 검증대에 당연히 서야 한다.
안철수 교수는 우선 자신이 명실공히 확고한 '제3세력'인가에 대해 답해야 한다. 그는 현재의 좌우(左右) 대결구도를 진부한 구태(舊態)라고 치는 듯하다. 그래서 그 구각(舊殼)을 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유권자 일각에도 "올드 보수와 올드 좌파가 국민이 먹고사는 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불만이 없지 않다. 안철수 교수는 이런 밑바닥의 한 덩치 민심을 대변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제3의 스펙트럼(분광·分光)임을 자임했다.
그러나 안철수 교수가 그런 '제3의 민심' 대변자로서 대선 레이스를 끝까지 완주(完走)한다면 모를까, 그가 만약 어느 쪽(아마도 민주당) 후보와 '묻지 마' 단일화를 한다면 그가 자임했던 당초의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는 일관성 없는 이미지 메이킹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묻지 마 단일화'를 할 경우 그는 결국 자신이 그처럼 비판해 마지않던 양당 대결구도의 어느 한 쪽에 확고하게 가담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알고 싶다. 그는 '제3의 길'을 끝까지 놓지 않을 작정인지, 아니면 단일화를 위해선 상대방 노선과 오십보백보로 녹아들 수도 있다는 것인지, 대한민국의 총(總)노선이 걸린 문제라 묻는 것이다.
시국관의 콘텐츠와 관련해서도 '안철수의 생각'은 '복지·정의·평화'라는 총론적 문구에 머물렀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나 꺼내 쓸 수 있는 사전(辭典) 속 공공재다. "복지 하지 말고, 정의 하지 말고, 평화 하지 말자"는 사람은 없을 터이니 말이다. 중요한 것은 현안들에 대한 그의 구체적인 입장이다. 가장 중요한 안보 분야만 놓고 볼 때 '안철수의 생각'엔 두 번 세 번 묻고 답을 들어야 할 사항들이 꽤 있다.
"(천안함에 대한 정부 발표는 기본적으로 믿지만) 이견을 무시하는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안철수의 생각'은 쓰고 있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다 아니다 하는 차이는 '의견의 다양성'으로 볼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어느 게 정답이고 어느 게 오답이냐 하는 과학적 진위(眞僞)의 문제다. 한쪽은 과학, 다른 한쪽은 비(非)과학이다. 그렇다면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한 국제조사단의 '지동설'을 과학이라 믿으면서 동시에 그것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한 '천동설'도 "무시해선 안 된다"고 할 경우 그것은 정치적인 꼼수는 될지 몰라도 과학적인 자세는 아니다. '정치인 안철수' 아닌 '과학도 안철수'의 생각이 알고 싶다. 그가 본래 의사이기 때문이다.
'안철수의 생각'은 또 "(북한에 대해) 채찍 위주의 강경정책, 기계적 상호주의를 고수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자기 입 안의 혀처럼 놀아주지 않는다 해서 대뜸 연평도 주민에게 대포알을 날린 북(北)과 그에 대해 따귀 한 대 변변히 때릴 엄두를 못 낸 이명박 정부 중 어느 쪽이 정작 '채찍 위주의 강경정책'인가? 그리고 예컨대 우리가 비전향 장기수를 보낸 것처럼 북도 우리에게 국군 포로를 다만 몇 명이라도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이 과연 '인도적' 절실함이 아닌 '기계적' 야박함이었나? 그는 대답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더군다나 뒤로는 북과 비밀접촉을 하며 '이명박 나름의 햇볕'을 시도했는데도 말이다.
안철수 교수는 "북한은 남한이 돈을 주지 않아도 핵무기를 개발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고도 했다. 김정일은 물론 주민 300만 명이 아니라 600만 명을 굶겨 죽이더라도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을 위인이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은 막대한 대북송금을 해줬고 그것은 김정일에겐 정말 가뭄의 단비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뭄 때 핵개발을 하는 것 하고, 단비 때 핵개발을 하는 것 하고 어느 게 한결 더 수월했을까?
안철수 교수는 상식(常識)과 비상식(非常識)의 구분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는 체제 쪽이건 반체제 쪽이건 비상식을 똑같은 강도(强度)로 비판해야 상식적이다. 그러나 안 교수는 체제 쪽 비상식을 '약육강식, 승자독식, 시장만능주의'라고 표현하면서 북의 3대 세습과 요덕수용소를 감싸는 반체제 쪽 비상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표현했는지 알려진 것이 없다. 나설 것이라면 더는 늦추지 말아야 할 그의 '출마의 변(辯)'에서 이걸 확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