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처럼 나는 삽니다 - 김성대 판화처럼 나는 삽니다 날마다 나비의 무늬를 읽으면서 서부음악을 듣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채식을 주로 하는 편이지요 우연히 상추에 붙은 나비 알을 먹고 나선 나도 모르게 뒤꿈치가 들려요 그럴 땐 빠리나 서귀포가 생각납니다 판화처럼 나는 삽니다 어떤 날은 터널이 계속 이어지기도 하지요 터널 저쪽엔 비가 오기를 바라지만 터널 그리고 터널, 뿐이지요 물잠자리의 날개와 독버섯의 얼룩이 눈앞에서 맴돌아요 그럴 땐 아주 먼 옛날이야기를 듣고 실어집니다 일주일에 한번씩은 책방에 갑니다 거기서 사랑의 묘약을 찾은 적이 있어요 부끄럽게도 마음이 설레었던 거지요 그렇지만 이성의 잠은 괴물을 낳는다*는 걸 믿습니다 조심하지 않으면 박쥐들과 부릅뜬 부엉이들이 나의 행운을 뜯어먹으러 달려들 거예요 가끔 꿈속에서 운 날이 아침은 눈이 맑습니다 그럴 땐 눈 위에다 예쁜 나비를 새기고 싶어요 눈꺼풀을 깜빡일 때마다 날개가 접혔다 펼쳐지겠지요 판화처럼 나는 삽니다 언제 한번 놀러 안 오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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