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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없는 무덤 없다 - 차윤환

Joyfule 2010. 4. 18. 08:11
        
        핑계 없는 무덤 없다 - 차윤환 
        음료수 한 갑 사 들고
        입원한 이웃을 찾아갑니다.
        손 한번 잡아보고 몇 마디 말이 오가고
        속히 회복되기 바란다는 말 뒤로
        언제 퇴원했는지도 모르게 잊습니다.
        혼인 청첩장을 받습니다.
        찾아 가봐야 할 마땅한 도리를 우회하여
        축하한다는 전화 겸 통장 계좌번호를 물어
        언젠가는 되돌려받을 
        축의금 몇 푼 송금 후 잊습니다.
        날씨가 춥습니다.
        우리는 때로 겨울 자선냄비에 
        지폐 몇 장의 가벼운 동정(同情)을 밀어 넣고 
        사람의 본분을 다한 양, 당당히
        한해의 무거운 죄 짐을
        사면(赦免)받으려 합니다.
        절실히 다가서지 못하는 오늘도
        하루치 분량을 돌아온 해는 
        어김없이 서산마루에 걸립니다.
        모든 핑계는 무덤에서도 잠들지 못합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