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부로 말(言) 옮기다 천벌받은 말(馬) ♣
옛날에 말(馬)이 살고 있었다.
말은 멋진 날개와 쓸개가 있었다.
새도 곤충도 아닌 짐승 중에서 하늘을 날 수 있는 동물은 말뿐이었다.
그런데 이 말은 남에게 어떤 ‘말(言)’을 들으면
그 ‘말’을 꼭 다른 누군가에게 옮기는 버릇이 있었다.
그것도 부풀려서.
어느 날 말은 막 잠에서 깨어난 여우에게
“아, 글쎄 지난밤에 고슴도치 부부가 싸움을 했대” 하고 말했다.
이에 여우가 “그래서 어쨌다는 거야? 고슴도치 부부가 싸움을 했던,
곰이 달밤에 재주를 피웠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하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말은 뭔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듯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호랑이·사슴·토끼·뱀 등 숲 속 동물들에게 새로운 ‘말’을 옮기고 다녔다.
얼마 후 졸고 있던 여우에게 곰이 다가와 따졌다.
“뭐, 내가 정신이 나가서 달밤에 체조를 한다고? 네가 그런 ‘말’을 퍼뜨렸다며?”
‘말’을 옮긴 범인은 바로 말 녀석이었다.
화가 난 여우는 말에게 화를 냈다.
“내가 언제 곰이 정신이 나가서 달밤에 체조를 한다고 했어?
이런 쓸개 빠진 녀석!” 말의 ‘말’로 인한 피해자는 한둘이 아니었다.
동물들의 아우성이 하늘에 닿자 하늘이 말을 불러올려 호통을 쳤다.
“하는 짓이 생각이 없고 옳지 못하니, ‘말’ 그대로 쓸개가 빠진 녀석이구나!
너 같은 녀석에게 쓸개와 날개가 있어서 무엇하겠느냐?”
하곤 날개와 쓸개를 빼앗아 버렸다.
‘말’을 함부로 옮기고 다닌 말은 그때부터 날개를 잃었고,
그 후 말처럼 쓸데없는 짓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나 동물한테는
‘이런, 쓸개 빠진 녀석!”이라는 ‘말’을 하게 됐다.
‘철학하는 아이’시리즈(전63권) 중 ‘말의 말’ 편이다.
시리즈는 이처럼 일회적 지식이 아닌,
평생을 지켜줄 건강한 철학적 가치관을 담은 그림책이다.
자아·성장·관계·창의성·실천·세계관 등 6개 부문으로 나눠
‘준비 단계’ 25권, ‘본 단계’ 35권으로 이루어진 시리즈는
쉬운 생활 속 이야기를 통해 철학적 테스트로 삼는 열린 구조를 갖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특정한 가치 부여나 해석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은 ‘준비 단계’의 그림책을 읽는 가운데 스스로 질문을 찾아내어
붙들고 씨름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경험을 할 수 있게 꾸몄다.
책 말미에 있는 생각하기·질문하기는 여기에 도움을 준다.
‘그림책의 연금술사’로 불릴 정도로 프랑스에서 유명한 작가인 에릭 바튀가 쓰고 그린
‘본 단계’는 어린이의 타고난 지적·철학적 능력을 신뢰하는
프랑스 교육계의 신(新) 감성 교육법을 구현한 그림책이다.
프랑스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과정에서 시와 미술을 가르치는 데
수업의 80%를 할애할 정도로 감성 교육에 치중한다.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어린이는 커서도 관찰력이 풍부해지고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능력을 갖게 된다.
한국독서교육개발원장인 남미영 박사와 김지은 이화여대 평생교육원 강사가 집필한
부록 ‘활용가이드’ 3권도 시리즈를 이해하는데 적잖은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