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향수 ㅡ 정지용

Joyfule 2010. 7. 1. 12:10
         
        향수 ㅡ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 시는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