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향수 ㅡ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 시는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줍던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
'━━ 감성을 위한 ━━ > 영상시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포도 ㅡ 이육사 (0) | 2010.07.03 |
---|---|
지키는 사람처럼 - R.M 릴케 (0) | 2010.07.02 |
수수꽃다리에 대한 기억 - 박수현 (0) | 2010.06.30 |
옥상의 민들레꽃 - 박완서 (0) | 2010.06.29 |
정호승의 詩 3편 (0) | 2010.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