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
품질에 진짜 목숨을 걸었다
현대차는 1986년 4995달러짜리 엑셀 승용차를 가지고 최초로 미국에 진출했다.
미국 소비자는 싼 맛에 끌려 현대차를 많이 샀지만 금방 품질이 들통났다.
판매는 하향곡선을 그었고 현대차는 미국인의 조롱을 받았다.
하지만 요즘 현대차는 미국에서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올 4월엔 미국 컨슈머리포트지(誌)가 쏘나타를 ‘가장 신뢰할 만한 차’로 선정했다.
타임(TIME)은 4월 25일자에서
“정몽구 회장이 철저한 품질경영을 통해 과거 영욕의 현대차를
글로벌 성공 메이커로 변신시킴으로써 세계 자동차업계 역사상
가장 놀라운 기적을 이루었다”고 칭찬했다.
올 1월 비즈니스위크도 정 회장을 자동차 부문 최고 CEO로 선정하면서
“정 회장은 1999년 현대차를 맡으면서 품질을 최우선에 두는 경영을 시작,
회사를 바꾸어 놓았다”고 보도했다.
모두 정 회장이 광적으로 품질경영에 집착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품질’이란 단어는 선대(先代) 때는 그렇게 강조하지 않던 단어였다.
정 회장은 과거 수년간 현대자동차써비스를 맡아보면서 품질 문제가
회사의 가장 큰 걸림돌임을 발견했다.
그는 5년 전 현대차 품질본부 서병기 사장의 방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그리고 “품질은 우리 생존의 핵심이다.
얼마의 비용이 들든 간에 품질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정 회장의 지시는 단호했지만 현장 직원에게까지 전달되는 데는 어려움이 많았다.
빨리, 값싸게 만드는 습관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회장은 직접 공장의 세세한 부분까지 품질을 직접 체크했다.
2002년 8월에는 기아 오피러스 수출차량을 직접 시험주행하다가 전문가도 찾기 힘든
미세한 소음을 발견하여 선적을 40여일 미루며 즉각 저소음 엔진으로 바꿀 것을 지시했다.
당시 남양연구소의 한 간부는 “그렇게 하면 손실이 매우 크다”고 보고했으나
정 회장은 “품질 때문이라면 상관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서울 양재동의 현대-기아차 사옥 1층은
3개의 품질 관련 공간(품질상황실, 품질회의실, 품질확보실)이 차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우리 차가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멈춰 서있는 것을 상상해봤느냐”면서
품질상황실의 설치 이유를 설명했다.
24시간 가동되는 품질상황실은 해외판매망으로부터 제기되는 하자(瑕疵)를
실시간으로 체크한 뒤 연구개발부서에 자료를 넘긴다.
관련 임원은 물론, 정 회장에게도 밤새 발생한 하자가 실시간으로 보고된다.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은
“직원 사이에 ‘정몽구 회장은 품질본부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수년 전 현대차에서는 해외시장 전략을 놓고 여러 의견이 나왔다.
그 중엔 ‘렉서스’ 같은 고급 브랜드를 만들어
회사 이미지를 한 단계 상승시키자는 안도 있었다.
하지만 정 회장은 “품질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추진하면
도리어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다”면서 ‘선(先)품질향상’을 강조했다.
최고급 브랜드의 유혹을 물리친 정 회장의 결단은 현재까지 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