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 / 쥘 르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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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쥘 르나르 / 이가람옮김
출판사: 문예출판사
2005.11.20 발간
쥘르나르는 프랑스 태생의 작가로 유년시절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이 작품은 그러한 자신의 소년시절에서 소재를 얻은 작품이다.
"에르네스띤느 누나는다정스럽기가 천사같고, 훼릭스 형은 마음씨가 비단결 같고, 르삑 씨로 말하자면 천성이 강직하며 사리판단에 어긋남이 없고, 그리고 르삑 부인은 요리 솜씨가 천하명수란 말이야.
두고보면 차차 알겠지만, 아마 식구 중에서 가장 심술궂은 게 바로 나 홍당무일 거야."
이기적이고 괴팍한 성격을 지닌, 어찌 보면 우스꽝스런 희극배우 같은 엄마와 무뚝뚝하고 가정 일에는 무관심하며 밖으로만 나돌아 다니는 아빠, 동생을 우습게 알고 골려 주는 형과 겁이 많고 소심하지만 가족 중에서 그나마 동생을 생각해 주는 누나.
찌는 듯한 무더운 여름에도 냉기가 철철 흐르는 부모의 방처럼, 홍당무의 가족은 어색한 침묵과 대화가 단절된 생활이 오래전부터 일상으로 굳어져버렸다. 이런 삭막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란 홍당무는 늘 식탁 밑 한쪽 구석에 앉아, 혹은 텅 비어 있는 좁고 낮은 토끼장에 처박혀서 혼자만의 공상을 펼치며 비로소 편안함을, 삶의 위안을 느낀다.
쥘 르나르 (Jules Renard : 1864-1910)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1864년 프랑스 중부의 샬롱에서 출생하였다. 소년시절에는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여 어두운 나날을 보냈는데 이를 소재로 쓴 작품이 훗날의 명작 『홍당무』이다. 파리의 샤를마뉴 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철도회사나 창고회사 등에서 낮은 급료를 받으며 어려운 생활을 하였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문학공부를 시작하여 시집 『장미』와 소설집 『마을의 범죄』를 출간하며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식객』, 『포도밭의 재배인』, 『박물지』 등의 명작을 연이어 발표했다. 극작가로서의 재능도 발휘하여 『이별도 즐겁다』, 『나날의 양식』 등의 희곡을 썼으며 연극으로 각색한 『홍당무』가 대성공을 거두었다.
사후에 발표된 『일기』는 1887년부터 24년간에 걸쳐 파리에서의 고통스러운 생활의 기록과 작품의 메모를 적은 것으로 훌륭한 일기문학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자연주의 전통을 계승했으나 감상을 배제한 냉혹한 눈으로 현실의 섬세한 인상을 간결하고도 명확한 언어로 표현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07년 아카데미 공쿠르 회원으로 선출되었으며, 1910년 동맥경화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작품 리뷰
쥘 르나르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홍당무』는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충실한 재현으로 19세기 중산층 가정의 실체를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홍당무를 통해 작가가 의도했던 바는 한 가족의 모습을 희화화하면서 예민한 감수성을 지녔지만 내적으로 모순된 한 존재의 초상을 그리는 것이었다. 거칠고 낯선 행동들을 일삼는 한 어린아이의 모습을 통해, 그 안에 잠재된 어른, 완전히 독립된 한 존재를 이해하는 것. 이것이 작가가 홍당무를 통해 추구했던 바다.
1894년 쥘 르나르가 홍당무를 발표했을 때, 프랑스의 주요 문학잡지들은 일제히 상당한 지면을 할애해 작품이 지닌 영향력과 문체의 독창성에 주목했다. 간단명료하면서도 정곡을 꿰뚫는 작가의 문체는 당시에나 지금의 시각에서나 매우 신선하다. 겉으로는 어린이아의 순수한 시각을 빌려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가족들 간에 존재하는 뒤틀리고도 억눌린 인간 본연의 심리를 냉혹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교훈적이거나 도덕적인 주제를 전혀 말하지 않는다. 작품의 결말도 권선징악이나 해피엔딩도 없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에게선 애정도, 열정도, 행복한 마음도 찾아볼 수가 없다. 모범적인 주인공의 면모는 그 어디에도 없다. 심지어는 또래 아이들에게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용기나 의지, 자신감, 미래에 대한 확신 같은 것도 없다. 그보다는 어린아이답지 않은 불결함과 동물들을 대함에 있어서의 잔인함, 잔혹한 놀이근성 등 위악적이고 비인간적이기까지 한 섬뜩한 꼬마를 만나게 될 뿐이다. 그러면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아이의 복잡하고 양면적인 감정들을 보여줌으로써 아이는 어른과 마찬가지로 악덕과 미덕을 동시에 지닌 복잡한 인격체라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인격체는 곧 ‘인간’, 보편적 인간이다.”
좁고 낮은 토끼장 구석에 앉아 ‘어두운 굴속에 사는 토끼의 영혼으로’ 그만의 공상세계 속에 잠겼던 홍당무. 그처럼 어둡고 불우한 유년의 동굴을 벗어나 나름의 시각과 문체로 그만의 문학세계를 펼쳤던 작가 쥘 르나르. 이 둘은 지금도 계속해서 조우하고 있다. 독자라는 하나의 마음속에서, 처음에는 셋이 되었다가, 둘이 되었다가, 결국엔 하나가 되면서 말이다.
책 속에서
<51-53쪽>
홍당무는 이제부터 식사 때에 포도주를 마시지 않기로 했다. 2, 3일 동안에 간단하게 마시는 버릇을 없애 버렸으므로 집안 식구나 친구들은 깜짝 놀랐다.
사연인즉 이렇다. 어느 날 아침, 그는 르삑 부인이 여느 때처럼 포도주를 따라 주려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필요없어요, 어마, 난 목이 안 말라요."
저녁 식사 때도 또 말했다.
"필요없어요, 엄마, 난 목이 안 말라요."
"얘, 아주 알뜰해졌구나."
르삑 부인은 말했다.
"네 덕분에 다른 사람이 먹을 게 많아지겠구나."
그리하여 홍당무는 그 첫날은 포도주를 마시지 않고 지냈다. 날씨도 포근해서 목이 안 말랐기 때문이다.
이튿날 르삑 부인이 상을 차리면서 물었다.
"오늘은 마시겠니, 홍당무야?"
"글세, 잘 모르겠어요."
홍당무는 말했다.
"좋을 대로해라."
하고 말하는 르삑 부인.
"잔이 필요하거든 찬장에서 가지고 오너라."
홍당무는 가지러 가지 않았다. 기분이 내키지 않아서인지, 잊어버렸는지, 아니면 제 발로 가지러 가는 것이 쑥스러워서였는지.
모두들 그만 놀라고 말았다.
"훌륭하구나."
르삑 부인은 말했다.
"네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니 신통하구나."
"보기 드문 재주야."
르삑 씨는 말했다.
"그건 나중에 필시큰 도움이 될 거야. 낙타도 타지 않고 혼자서 사막을 헤맬 때 말이다."
형 훼릭스와 누나 에르네스띤느가 내기를 했다.
누나 에르네스띤느―틀림없이 일주일은 안 마실 거야.
형 훼릭스―흥, 일요일까지 사흘만 견뎌도 제법이지.
"그렇지만."
홍당무가 히죽 웃음을 띠면서 말했다.
"목이 안 마르면 난 언제까지라도 안 마실래. 토끼나 모르모트를 봐, 굉장한 일은 아니잖아."
"너는 모르모트와 다르잖아."
형 훼릭스는 말했다.
홍당무는 두 사람에게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졌다. 르삑 부인은 여전히 그의 술잔을 내놓지 않았다. 홍당무도 잔을 달라고 하지 않았다. 비꼬는 칭찬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칭찬도 무관심하게 들어넘길 따름이었다.
"저 애는 병이 났거나, 아니면 미쳤어."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틀림없이 몰래 미시는 걸 거야."
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든 신기한 것은 처음 한때뿐이므로, 입안이 통 마르지 않다는 증거를 보이기 위해 홍당무가 혀를 내미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었다.
부모님도 이웃 사람들도 예사로 여기게 되고 말았다. 다만 영문 모르는 몇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듣고는 깜짝 놀란 듯이 팔을 휘저으며 말했다.
<92쪽>
홍당무가 르픽 씨에게
아빠.
기쁜 소식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어금니 한 개가 또 났습니다 아직 그 나이는 아닌데도 이것은 분명히 조숙한 사랑니입니다.
저는 한 개만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또 품행을 단정히하여 열심히 공부하여 늘 아버지를 흐뭇하게 해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홍당무 올림
르픽씨의 답장
홍당무야.
너의 이가 나오고 있을 바로 그 무렵에 나의 이가 한 개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어제 아침, 결국은 빠지고 말았구나.
이리하여 너의 이가 한 개 새로 나오면 내 이는 한 개 빠진다.
그래서 플러스 마이너스에는 변함이 없이 가족들 이의 합계는 언제는 똑같은 셈이다.
너의 사랑하는 아버지가
= 타인의 비웃음을 끌어안아 다시 환하게 웃는 사람 =
쥘 르나르의 <홍당무>에 있는 감정은 어머니와 세상에 대한 적개심이다. 작가의 창작 동기는 그의 1906년 일기에 잘 나타나 있다. "내가 <홍당무>를 쓴 동기는 아내에 대한 어머니의 심술궂은 태도에서 비롯되었다."
이 작품에는 작가의 어린 시절이 고스란히 잘 나타나 있다. 형과 누나로부터 따돌림당하고, 어머니로부터 온갖 구박을 당하고, 아버지로부터 이해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가족을 사랑하려 한다.
작가는 작품에서 자신을 '홍당무'라고 부르고, 아버지를 '르삑 씨', 어머니를 '르삑 부인', 형을 '훼릭스', 누나를 '에르네스띤느'라고 부른다. 소설은 이렇게 1인칭 세계를 3인칭 세계로 바꾼다. 설령 소설에서 '나'라고 1인칭 소설을 써도 그것은 결국 3인칭의 세계다. 왜냐하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시도에서 소설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소설에서 '나'라고 써도 결국 객관적으로 나를 보려는 시도이기에 결국 3인칭의 세계다.
르나르는 자신을 '홍당무'라고 부르는 주변 사람들의 비웃음을 써 나아가면서도 그 비웃음을 끌어안고 환하게 웃는다. 가족과 세상에 대한 적개심을 웃음으로 포옹하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
<홍당무>는 짤막한 단편들이 계속 이어진다. 간결한 문체에 시적인 느낌과 웃음이 흐른다. 거기에 자연을 바라보는 비범한 작가의 눈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쥘 르나르는 19세기말에 활동했다. 그런데, 이 <홍당무>라는 작품에는 그 사회적 배경이 그리 많이 나와 있지 않다. 전쟁 얘기가 아주 잠깐 나오는 정도인데, 있으나 없으나 작품에 큰 영향력이 없다. 공간적 배경인 시골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이것도, 어느 시골 마을이나 다 통한다.
쥘 르나르는 이 소설을 희곡으로 각색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불행한 가정에서 외롭게 자랐던 저자의 유년시절이 투영된 작품으로 머리카락이 붉고 주근깨가 많아서 홍당무라 불리우는 주인공이 방학과 휴가 기간에 형과함께 집에 머무는 동안 일어나는 일을 스케치 형식으 로 그리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세계 명작. 프랑스 출신 작가의 소설. 자신의 소년시절을 소재로 사소한 일 같지만 어린이로서는 도저히 참아낼 수 없는 일들을 유머스럽게 묘사 했다. 가정의 일상을 통해 어린이 학대의 테마를 풍요롭게 그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주근깨투성이 얼굴에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홍당무’라는 별명의 소년은어머니와의 갈등이 심해 한때 자살까지 기도한다. 홍당무의 어머니 르피크부인을 통해 인간의 에고이즘을 파헤치면서도, 시정(詩情)이 흐르는 간결한문체로 인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품.
쥘 르나르는 프랑스 태생의 작가로 유년시절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이 작품은 그러한 자신의 소년시절에서 소재를 얻은 작품이다. "에르네스띤느 누나는 다정스럽기가 천사 같고, 훼릭스형은 마음씨가 비단결 같고, 르삑씨로 말하자면 천성이 강직하며 사리판단에 어긋남이 없고, 그리고 르삑 부인은 요리 솜시가 천하명수란 말야. 두고 보면 차차 알겠지만, 아마 식구중에서 가장 심술궂은 게 바로 나 홍당무일 거야."
≪홍당무≫는 이전의 문학작품에서 천사같이 귀여운 대상으로만 그려지던 어린이의 모습이 아니라, 교활하고 밉고 불결하고 오만하고 때론 잔혹한 면까지 가진 현실적인 어린이의 생활을 있는 그대로 묘사했다는 점에서 뛰어난 소설이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인 르나르는 어머니에게서 냉대 받고 소외된 불쌍한 소년에 대한 동정심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애정 결핍과 열등감으로 둘러싸인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그 상황을 무마시키고 해결해 보려는 한 소년의 내면 심리와 성장기를 보여 주고 있다.
<자료: 책사랑>
쥘 르나르 (Jules Renard)
“참고 견뎌라, 철갑을 두르듯 네 마음을 단단히 무장해라,
어른이 되어 네 스스로의 힘으로 자유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그때가 되면, 네 성격이나 기질은 바꾸지 못한다 하더라도,
우리들에게서 해방되어 우리를 부인하고 가족을 바꿀 수 있을 테니까.
그때까지는 참고 이겨내려고 노력해. 네 감수성을 억누르고 타인들을 관찰해라,
너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도 자세히 관찰해 봐.
그러면 즐거워질 거야.
거기에 위안이 되는 뜻밖의 선물들이 있다는 걸 내 너에게 보장하마.”.
-본문 中-
《 작품소개 》
홍당무는 쥘 르나르 자신의 불행했던 소년 시절에서 소재를 얻어 쓴 작품이다. 르픽 씨의 둘째 아들인 주인공 소년은 머리카락이 붉어서 홍당무라고 불리었다. 머리카락도 붉을 뿐 아니라 피부에 윤기도 없고 얼굴은 주근깨투성이였다. 그래서인지 이 주인공은 어릴 때부터 형이나 누나와는 달리 심한 차별을 받고 자라났으며, 특히 어머니인 르픽 부인한테는 심한 구박을 받았다.
이러한 구박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학대나 폭행 등이 가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캄캄한 밤에 닭장 문을 닫으러 간다든가, 물레방앗간에 심부름을 간다는 따위의 일을 형이나 누나가 거부하면 어린애다운 고집으로 관대히 보아 주지만, 홍당무가 거부하면 나쁘게 받아져, 결국은 홍당무가 가지 않을 수 없게 한다는 따위의, 사소한 일 같지만 어린이로서는 도저히 참아 낼 수 없는 일들이 아주 문제가 되는데, 이런 일들이 유머러스하게 묘사되어 있다.
욕구불만 때문에 신경질적이 되고 만 어머니는 고의적으로 홍당무를 골탕 먹이기도 한다. 정상적인 어머니라면 도저히 생각해 낼 수도 없는 방법으로 아들을 골려주는 에고이즘 덩어리의 이 어머니의 희생자는 홍당무뿐만 아니라, 입이 무겁고 일상생활에는 무관심한 듯이 보이는 아버지도 역시 그랬다. 어머니의 일방적인 학대를 견디다 못해 가출을 결심한 홍당무에게, 아버지가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지 않다고 말함으로써 두 사람은 같은 위치에서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있음을 알지만 곧 다시 평소의 생활로 돌아오고 만다.
이렇듯 불행한 운명을 타고난 소년 홍당무를 중심으로 하여, 가정의 일상생활이 장마다 묘사되고 있다. 이 작품에 나타나는 인물은 홍당무의 아버지, 어머니, 누나, 형 그리고 가정부와 친구 등 매우 간단하다. 음산해야 할 어린이 학대의 테마가 르나르의 경묘한 유머와 풍요한 시정에 의해서 향기 높은 예술 작품으로까지 승화되어 있다. 범용한 어른들의 세계와 그 이해성 없는 폭압에 대처하는 소년의 지혜가 정확 치밀한 관찰과 절도 있는 명석한 표현에 의해서 기록되어 있다.
《 줄거리 》
빨강 머리에 주근깨투성이며 애교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얼굴 모습인 르픽가 둘째 아들은 '홍당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었고, 심술궂고 신경질적인 어머니로부터 의붓아들처럼 취급되고 있다.
어느 날 밤 어머니는 홍당무에게 닭장의 문을 닫고 오라는 명령을 한다. 형과 누이가 가기 싫어하기 때문에 홍당무에게 그 명령이 떨어진 것이다. 그가 두려운 것을 참고 문을 닫고 들어오자, 어머니는 싸느다란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홍당무야, 앞으로는 매일 밤 네가 닭장의 문을 닫도록 해라."
매일 이런 일의 연속이었기 때문에 온순한 홍당무로서도 점점 가정이 싫어졌고, 어머니에 대해서는 반항적이 되었다. 그러나 순한 성격에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 아버지는 이와 같은 홍당무의 괴로움을 전혀 알지 못한다. 홍당무는 점차 염세적으로 변했다.
그는 가출을 꾀하기도 하고, 또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는 참다못해 아버지에게 이렇게 하소연하였다. “내 어머니는 단 한분밖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 어머니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도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들의 하소연에 대해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너는 내가 네 어머니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느냐? 그러나 네 어머니니라." 그 말을 듣고 홍당무는 다시금 르삐끄가의 착한아들이 되었다.
<자료: 극단 시민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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