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가을 - 이수익
앞으로 또 다시 추운 겨울이 오리라는
예감 때문에
스스로 옷을 벗는 나무들,
물이 마르는 강바닥,
추수로 비어가는 들판,
하늘마저 끝없이 맑고 푸르니.
잠시 무슨 전야의 등불처럼
우리들 마음 어수선히 흔들리고,
나는 무한정 네가 그립고,
바람따라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고,
하얗게 밤을 새워 나누고 싶은 얘기도 많으니.
오는 겨울에는 눈 막고 귀 막고 입 막고
그저 깜깜하게 어둠으로만 살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으면
뼈를 깎는 형벌도 두렵지 않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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