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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Joyfule 2009. 6. 14. 05:08
    
    
      3.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1952)    
    노인은 날이 더 밝기 전에 미끼를 물에 띄워 보았다. 
    그리고 배를 파도의 흐름에 맡겨 두고 있었다.
    해가 뜬 지 이제 두 시간이 지났다. 
    육지에는 구름이 산처럼 솟아올랐고 해안은 한 줄의 푸른 선으로 보였다.
    노인은 우연히 하늘을 쳐다보다가 
    갈매기가 공중에서 원을 그리면서 날고 있는 것을 보았다.
    "고기가 있구나" 하고 노인은 소리쳤다. 
    그 때 노인이 발로 밟고 있는 배 뒤쪽의 낚시줄이 팽팽해지는 것을 느꼈다. 
    노인은 부지런히 낚시대를 놓았다.
    낚시줄을 통하여 조그만 방어가 몸부림치는 감촉이 느껴졌다. 
    노인은 낚시줄을 힘껏 당겼다. 
    몸부림치던 방어는 배 안으로 끌러 들어왔다.
    "좋은 미끼가 되겠다. 무게가 십 파운드는 되겠군" 하고 소리쳤다
    이젠 해안선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눈을 덮어 쓰고 있는 듯 희게 보이는 푸른 산봉우리와 
    또 그 위에 산봉우리 같은 구름이 솟아 있을 뿐이었다.
    햇볕은 벌써 따가웠다. 
    그의 등은 따가운 햇볕을 받아 주룩주룩 흐르고 있었다.
    배는 파도에 맡기고 한잠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노인은 85일이나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한 것을 생각하고 마음을 고쳤다.
    바로 그 때 낚시줄을 조심스럽게 들여다 보던 노인은 
    녹색으로 칠한 그 막대기 하나가 쑥 기울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래 그래 알았어"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노인은 노를 조용히 놓고 낚시대를 가볍게 쥐어 보았다.
    아무런 감촉도 느껴지지 않았다. 
    노인이 낚시대를 그대로 쥐고 조금 있으려니까 무엇이 낚시줄을 끌어당겼다. 
    이번에는 퍽 세게 끌어당겼다. 
    그제서야 노인은 모든 것을 확실히 파악했다. 
    수백 피트가 되는 물 속에서 거대한 물고기가 
    낚시에 걸린 정어리를 물어 뜯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먼 바다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상당히 큰 놈일 거라고 노인은 생각했다.
     '물어라 이 놈아 어서 미끼를 먹어라 
    육백 피트나 되는 어두운 물 속에서 뭘 그렇게 꾸물대고 있니'
    노인은 손가락으로 낚시대를 쥔 채 조용히 기다렸다. 가벼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고기가 낚시줄을 불끈 잡아 끌고 갔다. 
    노인은 재빨리 낚시줄을 풀어 주었다. 
    그리고 준비해 둔 예비 낚시줄에 이었다.
    이제 준비는 모두 되었다.
     노인은 양손에 힘을 주어 낚시줄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나 헛수고였다.
    고기는 유유히 먼 데로 달아나고 있었다. 
    한 피트도 더 잡아당길 수가 없었다.
    모르는 사이에 배는 북서쪽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가고 있었다.
      "그 애가 여기 있었다면... 
    나는 지금 고기에 못 이겨 끌려가고 있다. 
    이렇게 줄을 풀어 주고 있다가는 줄이 모자라겠어" 
    하고 노인이 중얼거렸다.
    저 놈이 맥이 풀릴 때도 왰다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러나 고기가 낚시에 걸린지 네 시간이나 되었는데 
    고기는 여전히 조각배를 끌고 먼 바다로 헤엄쳐 가고 있다.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노인은 그 별들을 보고 고기가 그 날 밤의 진로를 조금도 바꾸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노인은 잡아둔 방어를 보면서 날이 새면 
    방어가 상하기 전에 먹고 힘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밤이 지나고 주위가 조금씩 환해졌다. 
    배는 쉬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해가 좀 더 높이 솟은 뒤에야 노인은 고기가 조금도 지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인은 
    '너는 참 멋진 놈이다. 그러나 나는 해가 지기 전에 너를 죽이고야 말겠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때 고기가 줄을 잡아당기면서 물 속으로 미친듯이 내려가는 바람에 
    노인은 그만 뱃머리에 엎어지고 말았다. 
    재빨리 줄을 풀어주지 않는다면 노인은 물 속으로 끌려들어갈 뻔하였다. 
    노인은 오른손으로 조심스럽게 낚싯대를 잡고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노인은 물에 담갔던 손을 햇볕에 비춰 보았다. 
    상처가 대단한 것은 아니었으나 중요한 곳이어서 노인에게는 타격이 컸다.
    "자, 이젠 방어를 먹어야지"
    손이 마르자 노인은 말했다. 
    노인은 한쪽 무릎으로 고기를 누르고 한쪽 손으로 가죽을 벗겼다. 
    바로 그 때 왼손에 갑자기 경련이 일어났다. 
    오른손으로 무거운 낚싯대를 죽을 힘을 다해서 꽉 잡았다.
     "손이 왜 저러지, 경련이 날 테면 나 보라지 상관없다" 하고 노인은 중얼거렸다.
      "자! 이젠 먹자" 하고 노인은 방어 한 점을 입에 넣고 꼭꼭 씹어 먹었다. 
    제법 맛이 좋았다. 
    노인이 방어 한 마리를 다 먹고 오른손에 느껴지는 고기의 위력을 알아 차린 바로 그 때 
    낚싯대의 경사가 커지더니 줄이 물 위로 올라 오기 시작했다
    "저 놈이 이제 올라오는구나. 정신을 바짝 차려야지"
    왼쪽을 향하여 외쳤다. 
    고기의 양쪽 지느러미에서 물이 양편으로 갈라졌다.
    햇볕에 고기 비늘이 반짝거렸다. 
    주둥이가 야구 방망이 길이 만하고 끝은 칼같이 생겼다. 
    고기는 거대한 몸집을 물 위에 드러내더니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배 길이보다 두 피트나 큰 놈이다"
    노인은 놀라서 중얼거렸다.
    정오가 가까왔을 무렵에야 왼손의 경련이 겨우 풀렸다.
    "네 놈에겐 좋지 못한 소식이다"
    노인은 이렇게 말하면서 배 꽁무니에 
    짧은 낚싯줄에 다시 미끼를 끼워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노인은 이제 지칠대로 지치고 말았다. 
    밤이 벌써 찾아왔다. 
    노인은 우연히 어떤 일을 회상하고 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