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1952)
그러나 칼은 머리에 맞지 않고 잔등에 맞았다.
손도 어깨도 말할 수 없이 아팠다.
상어가 큰 고기에 덤벼들자 노인은 대가리를 향해 칼을 다시 내려 찔렀다.
또 한번 그러나 상어는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이번에는 눈을 찔렀다. 그래도 상어는 꼼짝하지 않았다.
노인은 노를 거꾸로 들고 노 끝으로 상어의 입을 찔렀다.
그제서야 상어는 미끄러져 내려갔다.
노인은 상어에게 욕을 퍼부었다.
"죽일 놈 같으니 잘 가거라! 바다 밑까지 가자면 일 마일은 가야 할 게다.
아까 그 놈에게 안부나 전해라"
배는 순풍을 받아 해안으로 해안으로 달렸다.
고기의 사분의 일은 빼앗기고 말았다고 노인은 생각했다.
다음에 습격해 온 상어도 아까와 똑같은 종류였다.
노인은 상어가 고기에 달겨드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러다가 상어가 고기를 물어뜯는 순간 노끝에 붙은 칼로 놈의 대가리를 내려 찔렀다.
상어는 몸을 뺐으나 칼이 대가리에 박혀 칼까지 잃고 말았다.
다시 상어가 습격해 온 것은 해지기 직전이었다.
노인은 뱃머리로 가서 막대기를 손에 들었다.
상어 두 마리가 나란히 고기를 향하여 돌진해 왔다.
그 중 한 마리가 커다란 입을 벌리고 고기에게 덤벼든 순간 노인은 막대기를
번쩍 들어 죽을 힘을 다해서 그 놈의 대가리를 내려쳤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콧잔등이를 내려쳤다.
상어는 고기에서 떨어져 나갔고 또 한 마리가 입을 짝 벌리고 달려들었다.
노인은 막대기로 대가리를 힘껏 후려갈겼다.
상어는 고기살을 뜯어서 입에 문 채 뒤로 몸을 뺐다.
상어는 다시 달려들었다. 노인은 막대기를 높이 쳐들었다가 힘껏 내려쳤다.
그러기를 서너 번 한 뒤에야 전투가 끝이 났다.
상어는 물 위에서 원을 그리며 빙빙 돌고 있었다.
노인은 고기를 보는 것조차 싫었다.
고기의 반 이상이 상어란 놈들에게 물어 뜯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는 이미 지고 있었다.
"어두워지면 아바나 항구의 등불들이 보일 거다.
이 배가 동쪽으로 너무 멀리 나와 있다면 다른 해안의 등불이라도 보일 테지"
이젠 해안도 멀지 않았다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러나 밤중에 놈들이 달려들면 어떻게 하지? 무슨 수가 없을까?'
"싸워야지" 하고 노인은 말했다.
그러나 노인의 몸은 딱딱하게 굳어지고 조금만 움직여도 아파서 못 견딜 지경이었다.
밤 열한 시쯤 되었을 때 노인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항구의 불빛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았다.
이제 싸움은 끝났다고 노인은 생각했다.
그러나 싸움은 자정에 다시 한 번 벌어졌다.
이번에는 놈들이 떼를 지어서 습격해 왔다.
노인은 무턱대고 막대기를 내려쳤다.
그러나 막대기도 무엇에 걸려 빼앗기고 말았다.
노인은 다시 노를 들어서 내려치기 시작했다.
상어들은 차례로 고기의 살을 뜯고는 물러났다.
노인은 숨쉬는 것도 괴로웠다.
노인은 바다 위에 침을 뱉었다. 그리고 말했다.
"처 먹어라! 더러운 상어놈들 같으니! 그리고 사람을 죽인 꿈이나 꿔라"
이제서야 노인은 자기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지쳐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런 상념도 감정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는 다만 조각배를 잘 조종해 항구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자정이 지난 후에도 상어는 뼈만 남은 고기에게 여러 차례 달려들었다.
그러나 노인은 눈도 깜짝이지 않았다.
모든 것에 무관심했다.
노인이 항구에 당도했을 때는 '테라스'의 등불도 이미 꺼져 있었다.
노인은 바위 아래의 모래밭에 배를 붙이고 돛대를 맨 채 언덕으로 올라갔다.
언덕을 다 올라간 노인은 엎드린 채로 한참 동안이나 누워 있었다.
노인은 간신히 몸을 일으켜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오막살이까지 당도하는데 다섯 번이나 쉬어야 했다.
오막살이로 들어간 노인은 물병을 찾아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넘어지듯 침대에 쓰러져 곧 깊이 잠이 들었다.
그 다음 날 아침 소년은 매일 아침 하던 대로 오막살이로 갔다.
노인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노인의 거치른 숨결과 상처가 심한 두 손을 보고 소년은 울음이 북받쳐 나왔다.
소년은 커피를 가져 오려고 조용히 오막살이를 나왔다.
어부들이 노인의 배를 둘러싸고 고기의 잔해를 구경하고 있었다.
소년은 그리로 가 볼 생각도 들지 않았다.
소년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소년이 커피를 갖다 놓고 다시 장작을 얻어 가지고 돌아왔을 때에야
노인은 무거운 눈을 떴다.
"일어나지 마시고 이 걸 드세요"
소년이 말했다.
그리고 노인을 찾기 위해 해안 경비대와 비행기도 나갔었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함께 일하자고 했다.
"어구는 내가 모두 준비하겠어요.
할아버지는 빨리 몸이 낫도록 하세요"
그리고 소년은 먹을 것을 가지러 밖으로 나왔다.
정오가 지나자 관광객 일행이 바다를 보고 있었다.
그 중 한 부인이 파도를 타고 막 흘러 나가고 있는
커다란 꼬리가 붙은 고기의 뼈를 발견했다.
"저게 뭘까요?"
급사에게 물었다.
"티브론입니다. 일종의 상어죠"
하고 웨이터는 서투른 영어로 설명하느라 애썼다.
"상어라니요. 상어에겐 저렇게 잘 생기고 아름다운 꼬리가 달려 있지 않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고 함께 온 사나이가 말했다.
길 저편에서는 노인이 담요를 덮어 쓰고 자고 있었다.
소년은 그 옆에 앉아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죽은 듯이 자고 있는 노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