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괴테 - 파우스트(Faust:1831)
이 때에 파우스트가 악마와 함께 몰래 침입해 들어와 창 밑에서 기타를 치며
그레첸을 유인하려는 것을 보자
그는 어둠 속에서 뛰어나와 칼을 빼들고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발렌틴은 불의의 습격을 피하려고 빼어든
파우스트의 칼에 그만 무참히 피살되고 말았다.
기쁨은 순간이었다.
청춘의 환락은 한순간의 꿈처럼 허무하게 사라져버렸다.
쾌락은 그레첸의 가슴 속에 깊은 상처를 새겨 놓았다.
그녀가 파우스트에게서 받아 온 수면제는 애인을 만나고 싶은 생각만으로
어머니에게 먹인 것인데 너무 분량이 많아서 어머니는 그만 죽고 말았다.
교회에서는 죽은 두 사람의 미사가 거행되었다.
그레첸은 오르간의 음률과 합창 소리를 들으면서 자기를 책망하는 악령에게
갖은 고초를 당한 끝에 여러 사람의 면전에서 졸도한다.
파우스트는 자기의 죄를 자각하고 한시도 그 곳에 머물러 있을 수 없어서
악마에게 이끌려 하르츠 산중의 부록켄 산으로 도망하였다.
그 때는 마침 매년 봄 전세계의 마녀들과 악마들이 집합하여
대연회를 개최하는 발푸르기스 축제인 5월 초하루 밤이었다.
그는 마녀들의 소란스런 축연 속에서 기분을 돌려
그레첸을 잊어버리려고 애썼지만 헛수고였으며
시간이 경과될수록 그에 대한 연모의 마음은 더욱 깊어질 뿐이었다.
한편 어머니와 오빠를 사랑 때문에 잃어버리고
사랑하는 애인마저 산 속으로 도망을 갔는데 그와의 불의의 씨는
그레첸의 뱃속에 잉태되어 햇볕으로 나왔다.
그레첸은 기막히는 죄의 가책에 드디어 발광하여
제 손으로 아기를 물 속에 던져 죽게 하고
정처없이 방황하다가 결국 붙잡혀 살인죄로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의 지혜를 빌려 밤을 이용하여
마법의 검은 말을 타고 감옥으로 달려갔다.
악마의 힘으로 문지기의 정신을 잃게 한 후 파우스트는 열쇠를 가지고
감방으로 들어가 머리를 풀어헤치고 쓰러져 있는 그레첸을 구출하려 하였다.
회한과 공포 때문에 미쳐 버린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애인이 사형을 집행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파우스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겨우 정신이 돌아온 그레첸은
"오오, 당신이었습니까. 키스를 해 주세요.
숨이 막힐 듯한 키스를... 도망치면 무슨 소용이 있어요.
아아 빨리 당신의 어린애를 구해 주세요.
저편 냇가의 숲 속에 있는 연못 가운데 있어요.
아! 어린애가 떠오르려고 손발을 움직이고 있어요. 어서 빨리 구해 주세요"
이렇게 헛소리를 하고 그녀는 다시 정신을 잃어버린다.
파우스트는 그녀를 억지로라도 안아 들고 밖으로 나가려 하였으나
그녀는 다시 깨어나 머리를 흔들면서
"안 돼요. 저는 세상의 죄를 씻기 위해 신의 재판을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하고
거절하며 열심히 기도를 올렸다.
"하늘에 계시는 주여, 저를 구해 주소서.
천사님 저를 둘러싸고 지켜 주소서.
오, 하인리히 나는 당신이 무서워요!" 하고
파우스트의 이름을 부르면서 가련한 그레첸은
그만 쓰러져 아침 이슬과 같이 숨을 거둔다.
"그녀는 심판을 받았소!" 하고
메피스토가 말하자 천상에서 누구인지 모르는 소리가 들려 온다
"구원을 받았도다"
메피스트는 억지로 파우스트를 끌고 밖으로 도망쳐 나가는데
뒤에서 애처럽게 꺼져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인리히! 하인리히!"
이 소리는 파우스트를 타락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