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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ddy Long Legs - Jean Webster

Joyfule 2017. 8. 15. 11:44
    
    
     Jean Webster
     Daddy Long Legs
    
     키다리 스미스 아저씨께.   
    4월 10일
    부자님께
    보내주신 50달러 수표를 동봉합니다.
    뜻은 감사하지만 받을 수는 없어요.
    필요한 모자는 얼마든지 다달이 보내주신 돈으로 살 수 있어요.
    모자 가게에 대한 바보 같은 얘기를 써서 죄송합니다.
    태어나서 처음 본 것이라 신기했을 뿐이에요.
    어쨌든 저는 청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필요 이상의 돈은 절대로 받지 않을 겁니다.
    그럼, 이만
    제루샤 애버트 올림 
    4월 11일
    정다운 아저씨께
    어제 보내드린 편지를 부디 용서해 주세요.
    그것을 부친 뒤에 후회하고 찾으려고 했지만 
    심술쟁이 우체부 아저씨가 돌려주지 않았어요.
    지금은 한 밤중이에요.
    몇 시간 동안이나 자지 않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전 정말 버러지 같은 인간이에요 ㅡ 지네처럼 
    징그러운 벌레같은 인간이요 ㅡ 이 이상 더 나쁜 말은 찾을 수가 없어요!
    줄리아나 샐리를 깨우지 않으려고 공부방 문을 살짝 닫고, 
    지금 침대 속에 앉아서 역사 노트에서 찢어낸 종이에 
    편지를 쓰고 있는 중이에요.
    단지 이 말만은 아저씨께 꼭 하고 싶어서요.
    모처럼 보내 주신 수표에 대해 대단히 실례했던 것을 사과드립니다.
    분명 아저씨는 제게 친절을 베푸셨어요.
    이런 사소한 일에도 이렇게 신경을 써주신다니 정말로 아저씨는 좋은 분이에요.
    돌려드리더라도 훨씬 더 정중하게 돌려드려야 했어요.
    하지만 어차피 그 돈은 꼭 돌려드리지 않으면 안 돼요.
    저와 다른 아이들과는 사정이 달라요.
    다른 아이들은 남에게 선물로 받아도 순수하게 받을 수가 있어요.
    다른 아이들에게는 아버지나 오빠나 숙모님이나 숙부님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누구와도 그런 관계에 있지 않잖아요.
    물론 아저씨가 제 친척인 척해 주시는 건 좋아요.
    하지만 그것은 단지 그렇게 생각하고 즐기는 것 뿐,
    마음 속으로는 물론 아저씨는 생판 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요.
    그러니까 전 외톨이에요.
    정말로 구석에 몰리면서 세상의 많은 사람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거예요.
    언제나 그 일을 생각하면 왠지 숨이 막힐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생각은 버리고, 제게도 친척이 잇는 척하고 있는 것이지요.
    하지만 아저씨는 모르실거예요.
    저는 필요 이상의 돈을 받을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어차피 언젠가는 돌려드리고 싶어질 테니까요.
    그때 설령 제가 지금 바라고 있는 대 작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말도 안 될 정도로 막대한 빚이 있어 보세요.
    도저히 갚을 수가 없게 된다구요.
    저도 예쁜 모자를 보면 갖고 싶어요.
    하지만 그것을 사기 위해 미래를 저당잡힐 수는 없어요.
    그런 예의 없는 짓을 했지만 용서해 주시겠죠?
    전 일단 생각이 나면 앞뒤 생각없이 금방 펜을 들어버리는 나쁜 버릇이 있어요.
    하지만 때때로 제가 분별없이 은혜를 모르는 사람처럼
    행동해도 그것은 결코 제 본심은 아니에요.
    마음속으로는 언제나 아저씨께 감사드리고 있어요.
    아저씨는 인생과 자유와 독립을 주셨잖아요.
    어린 시절은 그저 길고 어두운 반항심의 연속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매일 매시 매분 매초 너무나 행복해서
    사실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예요.
    왠지 제 자신이 소설 속의 여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이 들어요.
    지금 새벽 2시 15분이 지났어요.
    이제 살금살금 걸어나가서 이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와야 해요.
    이 편지는 지난번 편지 바로 다음에 아저씨 손에 도착할 테니까 
    절 나쁘게 생각하시는 시간도 그리 길지는 않겠죠?
    안녕히 주무세요, 아저씨.
    언제나 아저씨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주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