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4장 :젊은 하녀 마사 2
내가 마침내 일어나기로 했을 때 마사가 옷장에서 꺼내온 옷은
그 전날 밤 메들록 부인과 함께 도착했을 때 입고 온 옷이 아니었다.
"그거 내 옷 아냐. 내 옷은 검은 색이란 말야."
나는 하얀 모직 외투와 드레스를 넘겨보더니 쌀쌀하게 응낙하는 투로 덧붙였다.
"내 옷보다 낫네."
"아가씨가 입으셔야 하는 옷이어요."
마사가 대답했다.
"크레이븐 주인님이 메들록 부인에게 런던에서 사 오라고 명령을 내리셨어라.
주인님이 그러시더라구요.
'난 까만 옷을 입은 어린애가 길 잃은 영혼처럼 돌아다니도록 놔둘 순 없소.
그럼 이곳이 더 우중충해질 테니까.
그 애한테는 색깔 있는 옷을 입히도록 해요.
엄니는 주인님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겠다고 했어요.
엄니는 늘 다른 사람이 무슨 뜻으로 말하는지 다 아신다니까요.
엄니도 껌정 옷 입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시고."
"난 검정 옷이 싫어."
내가 말했다.
옷을 입는 과정에서 둘다 모언가를 깨달았다.
마사는 동생들이 옷을 입을 때 '단추를 채워 준' 적은 있었지만
어린아이가 자기 손이나 발이 없는 사람인 양 꼼짝도 않고 서서
딴 사람이 옷을 입혀 주기를 기다리는 것은 처음 보았다.
"어째서 아가씨는 직접 신발을 안 신으신데요?"
내가 조용히 발을 내밀자 마사가 물었다.
"이 전엔 이야기 해 줬는걸"
나는 쏘아보며 대답했다.
"그게 관례야."
유모는 그 말을 자주했다.
"그게 관례에요."
원주민 하인들은 항상 그렇게 말했다.
어떤 사람이 그들의 선조가 천 년동안 한 적이 없는 일을 시키면
하인들은 그 사람을 온화하게 바라보며 말하곤 했다.
"그건 관례가 아닙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그걸로 얘기는 끝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가만히 서서 입혀 주는 대로 옷을 입는 것
이외에 다른 행동을 해야 한다면 관례에 어긋났다.
하지만 아침 식사 채비를 마치기도 전에 나는 미슬스웨이트 장에서 살다보면
결국에는 상당히 새로운 사실들을 여럿 깨닫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직접 구두와 스타킹을 신거나 자기가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서 챙기거나 하는 일,
마사가 훈련을 잘 받은 몸종이라면, 좀 더 알랑거리고 공손한 태도를 보였겠으며
머리를 빗겨주고 장화의 단추를 채워주고 물건들을 챙겨서 치우는 것이
자기가 할 일임을 알터였다.
그러나 마사는 제대로 된 하녀 훈련을 받지 못했고,
어린 동생들이 우글거리는 황야 오두막에서 자라난 요크셔 촌 아가씨일 뿐이었다.
다들 자기 치다꺼리를 하거나 엄마 품에 안긴 갓난쟁이나
이제 고작 걸음마를 배워 여기저기 부딪치고 다니는 꼬마 동생들 봐주는 것 말고는
다른 걸 할 꿈도 꾼 적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내가 무엇에든 즐거워하는 어린아이였다면
아마도 마사가 수다스럽게 떠들면 웃음을 터뜨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저 차갑게 마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예의를 차리지 않는 스스럼 없는 태도에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다.
처음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지만, 마사가 착하고도 편안하게 늘어놓는
수다를 듣노라니 차차 자기도 모르게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아! 아가씨도 다 봐야 할 건데."
마사가 말했다.
"우리 형제 자매가 모두 열둘인데, 아버지는 고작 일주일에 16실링을 번다니까요.
엄니가 우리 애들을 다 먹일 죽을 쑤느라 얼만 고생을 하시는지,
애들은 온종일 황야 위를 굴러다니면서 놀고
어머니는 황야 공기가 애들을 살찌운다고 혀요.
어머니 말씀으로는 애들이 야생 조랑말처럼 들판의 풀을 먹을 거라나,
우리 디컨은 열두 살인데 자기 거라고 하는 어린 조랑말을 가지고 있지요."
"조랑말이 어디서 났는데?"
내가 물었다.
"그게 새깨 말일때 어미랑 같이 있는 걸 황야에서 찾았다지요.
말이랑 살살 친해지면서 빵 조각을 주고 갓 돋은 이파리를 뽑아다 주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조랑말도 디컨을 좋아하고 따르게 되었지 뭐여요.
등에도 타게 해 주고,
디컨은 착한 애라서 동물들도 그 애를 다 좋아라 혀요."
나는 한 번도 애완동물을 가져 본 적이 없었고
좋아하게 될 것도 같지도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디컨이라는 아이에게 슬며시 관심이 생겼다.
나는 이전에는 자기 말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 본 적 없었기 때문에
이는 건강한 감정이 서서히 떠오른다는 징후였다.
내 몫으로 만들어 놓은 어린이 방에 들어가 보니 간 밤에 잤던 방하고 비슷했다.
그곳은 어린이 방이 아니라 어른의 방으로 벽에는
우울한 옛날 그림들이 걸려있고 육중한 참나무 의자들이 있었다.
가운데에 있는 큰 탁자에는 푸짐한 아침 식사가 차려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늘 별로 입맛이 없어서 마사가 앞에 놓아둔
첫번째 접시도 심드렁하게 쳐다보기만 했다.
"먹기 싫어."
나는 투정했다.
"식사를 하기 싫다니요!"
마사가 못 믿겠다는 듯 소리를 질렀다.
"안 먹어."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서 그려요.
여기 당밀 조금이랑 설탕 조금 쳐서 먹어봐요."
"먹기 싫다니까."
내가 되풀이했다.
"어이쿠!"
마사가 외쳤다.
"이런 맛난 음식이 쓰레기통에 가는 꼴을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지라.
우리 애들이 이 식탁에 있었더라면 5분안에 싹싹 닦아 먹었겄네."
"어째서?"
나는 매몰차게 말했다.
"어째서긴요!"
마사가 따라했다.
"걔들이야 생전 배가 터지도록 먹어 본 적이 없으니 그러지요.
새끼 매나 새끼 여우맹키로 배를 곯거든요."
"배가 곯는다는 게 뭔지 모르겠어."
나는 무지에서 우러난 심드렁한 태도로 대꾸했다.
마사는 성이 난 얼굴이었다.
"뭐 그러면 한번 해 보는 것도 아가씨에겐 괜찮겄네요.
내 눈엔 훤히 보이는 구먼."
마사는 거리낌 없이 말했다.
"지는 멀쩡한 빵과 고기를 가만히 앉아서 말똥말똥하게 쳐다보는 사람을 못 참지요.
세상에나!
여기 있는 걸 우리 디컨과 필, 제인이랑
다른 애들 배 속에 넣어 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애들한테 좀 가져다 주지 그래?"
내가 제안했다.
"이건 제 것이 아니잖아요."
마사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게다가 외출 날도 아니구먼요.
지도 다른 사람들맹키로 한 달에 한 번만 외출을 혀요.
그땐 집에 가서 엄니 대신 청소를 해서 엄니가 하루 쉬실수 있도록 하지라."
나는 차를 약간 마시고 토스트에 마멀레이드를 조금 발라 먹었다.
"뜨듯하게 옷을 입고 밖에 뛰어나가 노셔요."
마사가 말했다.
"몸에도 좋고 배속이 허해져서 고기를 드시고 싶으실께니."
메리는 창문으로 갔다.
정원과 오솔길, 큰 나무가 있기는 했지만 모든것이 침침한 겨울 색이었다.
"밖에? 이런 날에 왜 밖에 나가야 해?"
"뭐, 밖에 나가지 않으면 집 안에 있어야 하는데, 뭘 할 게 있겄어요?"
나는 힐끔 둘러보았다.
할 일이 없긴 없었다.
메들록 부인은 어린이 방을 꾸밀 때 놀 거리는 하나도 마련하지 않았다.
어쩌면 나가서 정원이 어떤지 보는 편이 더 나을 지도 몰랐다.
"누가 나랑 같이 가는데?"
내가 물었다.
마사는 빤히 쳐다보았다.
"혼자 가셔야죠.
형제자매가 없으면 다른 애들처럼 혼자 노는 법을 배우셔야 할 거 아녀라.
우리 디컨은 혼자 황야에 나가서도 몇 시간이고 잘 논다니까요.
그렇게 해서 조랑말이랑 친해진 거 아녀요.
황야에 가면 걔를 아는 양 떼도 있고, 손에서 먹이를 받아먹는 새도 있지요.
먹을 거라곤 별로 없는데도
걔는 항상 빵부스러기를 아껴서 애완동물을 먹인다니께요."
내가 미처 깨닫지는 못했지만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결심한 건 바로 이 디컨 얘기 때문이었다.
조랑말이나 양 떼는 없을지 몰라도 새는 있을 것이었다.
인도에서 본 새와는 다를테니 구경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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