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4장 : 새 친구와 만남
바로 그 다음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공기 중에서 무언가가 부드럽게 휙 날아드는 소리가 들렸다.
빨강 가슴 깃털 새가 두 사람을 향해 날아오더니
정원사의 발치 가까이에 있는 커다란 흙덩이 위에 내려 앉았다.
"여기 왔구먼."
정원사는 킥킥 웃더니 어린아이에게 말을 걸듯 새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 갔었냐. 이 뻔뻔한 거지 새야?"
노인이 말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못 봤구먼.
이런 계절에 이처럼 암컷에게 구애를 하려는 거냐?
거 좀 일 되지 않느냐."
새는 작은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까만 이슬방울처럼
부드럽게 반짝이는 눈망울로 정원사를 올려다 보았다.
새는 정원사와 무척 친해 보였고 겁내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새는 주위를 콩콩 뛰면서 땅을 씩씩하게 쪼아 대며 씨앗과 곤충을 찾아 다녔다.
그 모습을 보자 정말로 메리의 마음 속엔 이상한 느낌이 솟았다.
새가 무척이나 예쁘고 명랑하며 사람 같았기 때문이었다.
몸통은 통통했고 부리는 섬세했으며 역시 섬세한 다리는 날씬했다.
"부르면 늘 이렇게 와요?"
나는 속삭이다 시피 물었다.
"허, 그렇제. 나는 이 놈이 새끼 때부터 알고 지냈는디.
저기 다른 정원에 있는 둥지에서 나와서 처음 담을 넘어 날아왔을 때
비실 비실혀서 며칠 동안은 도로 날아갈 수가 없었구먼.
그래서 우린 친구가 되었제.
저 담 너머로 다시 넘어갔을 땐 다른 식구들이 몽땅 사라져서 외톨이가 되었거든.
그랬더니 다시 이쪽으로 날아온 기라."
"무슨 새에요?"
내가 물었다.
"보면 모르나?
붉은 가슴울새라고 세상 새 중에 가장 살갑고 호기심 많은 녀석이제.
강아지 새끼 맹키로 살가워.
제대로 다룰 줄만 알면.
저기 저 녀석이 흙을 쪼면서 간간이 우리를 둘러보는 걸 보라지.
우리가 지 얘기 하는 줄 안다니께.
이 노인의 모습은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광경이었다.
늙은 정원사는 새가 자랑스럽다는 듯 정겨운 표정으로
진홍새 조끼를 입은 통통한 새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거만한지 몰러."
노인은 다시 킬킬 웃었다.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하면 좋아한다니께.
호기심도 많고,
맙소사, 호기심 많아서 여기저기 끼어드는 걸로 치면 이만한 녀식이 없제.
항상 내가 뭘 심나 와서 보고 크레이븐 주인님이
굳이 귀찮게 알려고 하지 않는 것까지 이놈은 다 알고 있다니께.
이 녀석이 여기 대장 정원사여.아무렴, 그렇고 말고."
울새는 부산하게 땅을 콕콕 쪼며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이따끔씩 멈추서 두 사람을 힐끔 쳐다보았다.
나는 새가 까만 이슬 눈망울에 크나큰 호기심을 담고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나에 대해서 뭐든 알아내고 있는 듯 했다.
가슴속 기묘한 느낌이 점점 커져 갔다.
"다른 새끼들은 다 어디로 날아갔어요?"
내가 물었다.
"그거야 모르제.
부모 새들이 새끼들을 둥지에서 쫓아내서 다들 뿔뿔이 흩어져 버리니 알 도리가 있나.
이 놈은 영리한 녀석이라 지가 외톨이가 되었다는 걸 알았겄제."
나는 울새를 향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 아주 열심히 쳐다보았다.
"나도 외톨이인데."
이전에는 외로움이 뚱한 기분이 들고 심통이 나는 원인이라는 것을 몰랐었다.
울새가 나를 쳐다보고 메리도 울새를 쳐다보고 있을 때야 깨닫게 된 듯했다.
나이 지긋한 정원사는 디머리에 쓴 모자를 뒤로 젖히고 메리를 한참 바라보았다.
"애기씨가 인도에서 왔다는 그 아씨여?"
그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외톨이인 것도 당연허네.
앞으로는 지금까지보다 더 외로울 거고."
정원사는 다시 땅을 파기 시작했다.
노인이 기름진 검은 흙에 삽을 깊이 박는 울새는
자기 일에 골몰해서 부산히 뛰어 다녔다.
"이름이 뭐에요?"
내가 물었다.
정원사는 대답하기 위해 허리를 폈다.
"밴 웨더스태프여."
그러더니 퉁명스럽게 쿡쿡 웃었다.
"이 새랑 같이 있지 않을 때는 나야말로 외톨이지."
벤은 엄지 손가락을 꺾어 울새를 가리켰다.
"야야말로 내 유일한 친구여."
"난 친구가 아예 없어요."
내가 말했다.
"한 명도 없었어요.
유모는 날 좋아하지 않았고 난 누구랑도 같이 논적 없어요."
자기 생각을 퉁명스러운 정도로 솔직하게 말하는 게 요크셔 관습이었고
벤 웨더스태프 노인은 요크셔 황야 출신이었다.
"아씨랑 나랑은 꽤 닮았구먼."
그가 말했다.
"우린 꼭 닯은 모양이여. 둘 다 얼굴도 잘 나지못했지.
표정도 뚱하고, 우리 둘 다 맘씨도 고약할 걸. 나 딱 보면 알제."
이는 참으로 솔직한 말이었고,
나 메리 레녹스는 태어나서 한 번도
자기 자신에 대해 이렇게 진실된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원주민 하인들은 항상 살람 인사나 하면서 뭘 하든 순순히 따라 주었다.
나는 자기 생김새를 많이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벤 웨더스태프처럼 못난건지 궁금해졌고,
또한 울새가 날아오기 전의 정원사 얼굴처럼 그렇게 뚱하게 보이는지도 궁금해졌다.
아울러 자기가 '맘씨가 고약한지'도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마음이 거북해졌다.
불현듯 조용히 물결처럼 맑은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와 나는 몸을 돌렸다.
몇 미터 옆에는 어린 사과나무가 서 있었고
울새가 그 나뭇 가지로 날아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것이었다.
벤 웨더스태프는 껄껄 웃었다.
"왜 저러는 거에요?"
내가 물었다.
"아씨랑 친구가 되기로 한 모양인갑네."
벤이 대답했다.
"아씨가 저녀석 마음에 든게 확실혀. 아니면 내 장을 지지지."
"내가요?"
나는 작은 나무로 살며시 다가가 울려다 보았다.
"나랑 친구가 되어 줄래?"
나는 사람에게 말을 걸듯 울새에게 말했다.
"되어 줄거야?"
이 말을 할 때 메리의목소리는 평소처럼 딱딱한 작은 소리도 아니었고
인도식으로 거만한 목소리도 아니었다.
참으로 부드럽고 열심스럽고 살살 달래는 목소리라
벤은 아까 메리가 그의 휘파람 소리를 들었을 때만큼 놀랐다.
"어이쿠야."
그가 외쳤다.
"까칠한 할망구가 아니라 진짜 아이처럼 다정하고 정이 넘치는 말이구먼.
디컨이 황야에서 만나는 들짐승한테 하는 말 같은디."
"디컨을 알아요?"
나는 약간 급하게 몸을 휙 돌렸다.
"디컨을 모르는 사람도 있나. 디컨은 어디든 싸돌아다니거든.
블랙 베리도 히스도 갤 알텐데.
여우들도 걔한테는 자기 새끼들이 어디서 자는지 알려주고
종다리도 둥지를 감추지 않는다고 내 장담혀."
나는 더 캐묻고 싶었다.
버려진 정원이 궁금한 만큼 디컨도 궁금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울새가 노래를 마치고 날개를 살짝 흔들어 펴더니 날아가 버렸다.
이제 놀러 온 용건을 다 끝냈고, 다른 할 일도 많이 있었던 것이다.
"담 너머로 날아가 버렸어요."
나는 새를 보면서 외쳤다.
"과수원으로 날아갔다가 다른 담도 넘어서 문이 없는 정원으로 들어갔어요!"
"거기 살어."
벤이 말했다.
"거기서 알에서 깼으니께.
짝짓기를 할라면 저기 오래된 장미 나무 사이에 사는 울새 아가씨랑 해야겄지."
"장미나무요?"
나는 되뇌었다.
"저 안에 장미나무가 있어요?"
벤은 다시 삽을 들어 파기 시작했다.
"10년 전엔 있었제."
그는 웅얼거렸다.
"나도 보고 싶은데."
"초록 문은 어디 있어요? 어딘가 문이 있을 거잖아요."
"10년 전엔 있었다니께. 지금은 없지만."
"문이 없다니!"
나는 외쳤다.
"있을 거에요."
"없으니께 찾을 수 없는거 아녀.
아무도 상관할 바가 아니고,
아씨도 오지랖 넓게 괜히갈 이유가 없는데 쑤시고 다니지 마쇼.
자, 나는 내 일을 계속 해야 하니까.
저기 가서 노소.난 시간이 없으니께."
그러면서 벤은 땅을 파다가 말고 샆을어깨에 멘 후 떠나 버렸다.
나를 힐끔 쳐다보지도 않고 잘 가란 인사도 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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