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4장 : 젊은 하녀 마사 3
마사는 외투와 모자, 튼튼한 장화를 찾아 주었고 아래층으로 내려 가는 길도 알려주었다.
"저쪽으로 돌아가면 정원들이 나와요."
마사는 관목 울타리 속 문을 가리켰다.
"여름에야 꽃이 많이 피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피어 있는게 없어라."
마사는 순간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정원하나는 잠겼어라.
10년 동안 그 안에 들어간 사람이 없지요."
"왜?"
나는 내자신도도 모르게 물었다.
이 이상한 집 안, 백 개의 잠긴 방에 또 하나의 닫힌 문이 더해졌다.
"마님이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시자 크레이븐 주인님이 닫아버리셨지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셨어요.
마님 정원이었으니까요.
문을 잠그고 구멍을 파서 열쇠를 묻어 버렸어라.
아이코, 메들록 부인이 종을 울리네. 지는 가 봐야겄어요."
마사가 나간 후 나는 관목 문으로 이르는 산책로를 따라 내려갔다.
10년 동안 아무도 들어간 적이 없다는 정원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지,
아직도 그 안에 살아 있는 꽃이 있을 지 궁금했다.
관목 숲 문을 지나쳐 가자 너른 잔디밭과 경계선의 풀을 바짝 다듬어 표시한
구불구불한 산책로가 있는 커다란 정원이 나왔다.
나무, 화단, 이상한 모양으로 다듬어 놓은 상록수들이 있었고
한가운데는 오래된 회색 분수가 자리한 커다란 연못도 있었다.
하지만 화단은 황량한 겨울빛이었고 분수에서는 물이 나오지 않았다.
여긴 닫혀 있는 정원이 아니었다.
어떻게 정원을 닫을 수 있담?
정원은 언제든지들어갈 수 있는 곳 아니었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가 따라 걷고 있던 길 맨 끝에
담쟁이 덩굴이 기어 올라간 기다란 벽 같은 것이 보였다.
나는 영국에는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들어선 곳이
채소와 과일이 자라는 채마밭이라는 것을 몰랐다.
내가 벽으로 가니 담쟁이 덩굴 사이로 녹색 문이 보였고, 문은 열려 있었다.
여긴 분명히 닫힌 정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안으로 들어가 보니 사방이 담으로 둘러싸인 정원이 있었다.
또 한 담으로 둘러싸인 정원이 여러 개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초록 문 하나가 더 열려 있었고,
그 너머에는 겨울 채소가 자라는 두둑 사이에 만들어진 덤불과 오솔길이 보였다.
과일 나무는 줄줄이 담에 바짝 붙어 서 있었고, 두둑 몇 개위에는 유리 틀을 세워 놓았다.
나는 정원에 서서 둘러보면서 여긴 휑하고 흉하다고 생각했다.
식물들이 푸릇푸릇한 여름에는 훨씬 더 보기 좋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예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윽고, 어깨에 삽을 멘 한 노인이 두 번째 정원에서 이어지는 문으로 들어왔다.
노인은 나를 보고 퍼뜩 놀라더니 모자를 살짝 들어 인사했다.
무뚝뚝한 늙은 얼굴은 나를 보고도 전혀 반가운 기색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도 그 노인의 뜰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주 까칠한' 표정을 짓고 있었으므로 역시 전혀 반가운 기색이 아니었을 것이다.
"여긴 뭐에요?"
내가 물었다.
"채마밭"
노인이 대답했다.
"저건 뭔데요?"
나는 다른 녹색 문 너머를 가리켰다.
"저기도 채마밭이제."
짤막한 대답이었다.
"담 너머에는 또 채마밭이 있고,그 너머는 과수원이고."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어요?"
"그러고 싶으면 그래야지.
하지만 지금은 볼게 암것도 없는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길을 따라 니려가 두번째 초록 문을 지났다.
거기에는 또 담과 겨울 채소, 유리 틀이 있었지만
두 번째 담에 난 초록 문은 열려 있지 않았다.
아마도 이 문은 10년 동안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는
정원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전혀 소심한 아이가 아니었고 항상 제멋대로 하는 지라,
초록 문으로 가서 손잡이를 돌려 보았다.
나는 수수께끼의 정원을 찾아 냈다고 자신했기 때문에
문이 열리지 않으리라고 예상했으나
문은 스르르 쉽게 열렸고 안으로 들어가 보니 과수원이었다.
그곳도 역시 사방이 담이었고 나무들이 줄줄이 담에 붙어 서 있었다.
겨울이 되어 누렇게 말라 버린 풀숲에는 헐벗은 나무들이 서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초록 문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문을 찾아보았고 정원 위쪽 끝에 갔을 때는 담이 과수원에서 끝난게 아니라
건너편에 있는 어떤 공간을 두른 듯 그 너머까지뻗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담 너머로 나무 우듬지가 보였고 내가 가만히 서서 보고 있으려니
가슴 깃털이 환한 빨간색인 새한 마리가 가장 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가
느닷없이 겨울 노래를 불러댔다.
마치 나를 보고 부르는 듯한 노랫소리였다.
나는 발길을 멈추고 새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명랑하고 친근한 휘파람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졌다.
정가는 데 없는 꼬마 소녀도 외로움을 탈 수 있었다.
잠겨 있는 커다란 집과 황량한 황야, 벌거벗은 커다란 정원은
이 아이에게 세상에 자기말고 아무도 없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만약 이 아이가 정이 많고 사랑받는 데 익숙했더라면 마음 아파 했으리라.
하지만 아무리 '까칠한 메리양'이라도 쓸쓸한 기분은 들었고
가슴 깃털이 빨간 작은 새 덕분에 뚱한 작은 얼굴에도 미소에 가까운 표정이 떠올랐다.
나는 새가 날아갈 때까지 귀를 기울였다.
빨간 새는 인도 새와는 사뭇 달랐고
메리는 새가 마음에 들어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어쩌면 새는 그 수수께끼의 정원에 살면서 그곳을 속속들이 알지도 몰랐다.
어쩌면 달리 할 일이 없었기때문에 그 버려진 정원에 대해
그처럼 많이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나는 호기심이 들었고, 그 정원이 어떤 모양인지 보고 싶었다.
어째서 아치볼트 크레이븐 씨는 열쇠를 묻어 버렸을까?
아내를 그처럼 사랑했다면서 어째서 정원은 그렇게 싫어했을까?
나는 고모부를 볼 수나 있을까 궁금했지만 보더라도
자기도 고모부를 좋아하지 않고 고모부도 자기를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어째서 그처럼 이상한 짓을 했느냐고 몹시 물어보고 싶다
한들 가만히 서서 고모부를 빤히 쳐다보면서 아무 말못하리라 는것을.
'사람들은 날 좋아하지 않고 나도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아.'
나는 생각했다.
'크로퍼드 아저씨네 애들처럼 떠들 수도없고, 걔네들은 항상 떠들고 웃고 야단을 떨잖아.'
나는 새와 자기에게 불러 주던 노랫소리를 생각하다,
새가 앉아 있던 나무 꼭대기를 떠올리고 약간 느닷없이 길 위에 멈췄다.
"그 나무는 비밀의 정원 안에 있는 거야. 확실해."
나는 혼잣말했다.
"둘레에 담이 있고 문이 없잖아."
맨 먼저 들어왔던 채마밭으로 돌아갔더니 노인이 땅을 파고 있었다.
나는 노인에게로 가서 옆에 선 후 평소대로 쌀쌀맞게 잠깐 쳐다보았다.
노인이 나를 본체만체했기에 마침내 내가 말을 걸었다.
"다른 정원에 가 봤어요."
"누가 가지 말라고 붙잡은 사람 없는디."
노인은 불퉁스럽게 대꾸했다.
"과수원에도 가 봤어요."
"문 앞에 문지기 개가 있어서 무는 것도 아니니께."
"다른 정원으로 들어가는 문이 없던데요."
"뭔 정원?"
그는 잠깐 삽질을 멈추고 거친 목소리로 물었다.
"담 너머에 있는 정원요."
내가 대답했다.
"거기 나무가 있던데요.
꼭대기가 보였어요. 가슴 깃털이 빨간 새 한마리가 앉아서 노래했어요."
놀랍게도 무뚝뚝하고 날씨에 찌든 늙은 얼굴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웃음이 천천히 얼굴에 퍼져 나가더니 정원사는 아주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사람이 웃으면 훨씬 더 멋있어 보인다니 참 이상하지, 라는 생각을 했다.
이전에는 해 본 적이 없는 생각이었다.
노인은 정원의 과수원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낮고 부드러운 휘파람 소리,
나는 무뚝뚝한 사람이 어쩌면 그렇게 살살 구슬리는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알 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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