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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es Hodgson Burnett - The Secret Garden - 젊은 하녀 마사 1

Joyfule 2017. 10. 26. 00:32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4장 :젊은 하녀 마사 1  
     
    아침에 나는 잠에서 깼다.
    젊은 하녀가 불을 피우려고 방 안으로 들어와서 난로 깔개위에 무릎을 꿇고 
    깜부기불을 시끄럽게 긁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자리에 누워 잠깐 동안 하녀를 쳐다보다 방 안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이와 같은 방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기이하고 우울해 보이는 방이었다.
    벽에는 어떤 숲의 광경이 수놓아진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었다.
    ​벽걸이 그림 속에는 나무 아래 멋지게 옷을 차려입은 사람들이 있고 
    저멀리에는 성의 탑이 언뜻 보였다.
    사냥꾼들의 말, 개와 숙녀들도 있었다.
    ​나는 그 사람들과 함께 숲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깊숙이 들어앉은 창문 바깥으로는 나무 한 그루 없어
    보이는 땅이 한없이 위로 뻗어 있었다.
    ​마치 끝이없고 지루한 자줏빛 바다같았다.
    ​"저건 뭐지?"
    나는 창문 밖을 가리켰다.
    젊은 하녀 마사는 막 일어서다 돌아보고 마찬가지로 가리켰다.
    "저기 저거요?"
    "그래."
    "저것이 황야지요."
    마사는 사람 좋은 웃음을 띠며 대답했다.
    "마음에 안 드셔라?" 
    "그래."
    내가 대답했다.
    "싫어."
    "아직 익숙하지 않으셔서 그렇지요."
    마사는 다시 난로로 돌아가며 대꾸했다.
    "지금은 크기만 크고 휑뎅그렁해 보이겄죠. 하지만 좋아하게 되실 거여요."
    "넌 좋아해?"
    내가 물었다.
    "아이고, 그럼요."
    마사는 기운차게 벽난로를 닦았다.
    "겁나게 좋아하지요.
    전혀 황량하지가 않어요.
    그 위에 이것저것 잔뜩 돋아나면 냄새가 달짝지근 하지요.
    가시금작화와 양골담초, 히스가 활짝 피는 봄과 여름에는 얼마나 이쁘다구요.
    꿀 냄새가 솔솔 풍기고 공기도 참말로 신선하다니께요.
    하늘이 엄청 높고 벌들이랑 종다리랑 윙윙 날아다니며 노래를 부른답니다.
    아! 저는 천금을 준대도 저 황야에서 떨어져 살지는 않을 거여요."
    나는 심각하고도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인도에 있을 때 익숙했던 원주민 하인들은 마사와 전혀 비슷하지 않았다.
    그들은 주인의 비위를 살랑살랑 맞추며 굽실거렸고,
    결코 자기들이 나와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다는 듯 감히 말을 붙이지도 않았다.
    그들은 존경의 뜻으로 살람(오른손으로 이마를 만지며 절을 하는 것)을 했고, 
    주인들을 '가난한 사람들의 수호자'나 그런 비슷한 이름으로 불렀다.
    ​인도 하인들에게는 무얼 하라고 명령을 내렸지, 부탁을 하지는 않았다.
    '부디'나 '고맙다'는 말을 하는 관습도 없었고 
    메리는 화가 날때면 유모의 따귀를 때리곤 했다.
    나는 자기가 만약 따귀를 때리면 이 하녀가 뭐라고 할지 살짝 궁금했다.
    둥그런 장밋빛 얼굴을 한 마사는 착해 보이는 사람이었지만
    기골이 강건한 데가 있어 나는 이 하녀가 어쩌면
    도로 따귀를 때리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뺨을 때린 사람이 꼬마 여자애라면.
    "넌 하인치고 참 이상하구나."
    나는 베개 위로 누운채 다소 거만하게 말했다.
    마사는 손에 구둣솔을 들고 쭈그리고 앉은 채로 웃었다.
    화가 난 기색은 전혀 없었다.
    "아! 지도 아는데요."
    마사가 대답했다.
    "미슬스웨이트에 마님이 계셨다면 전 아씨 하녀가 될 수도 없었을 거여라.
    식기실 하녀면 모를까 위층에는 올라가도록 허락도 못받을 거여요.
    전 품위라고는 없고 요크셔 사투리가 너무 심하지라.
    하지만 이 집은 엄청 크기는 하지만 괴상한 집이라서요.
    주인님도 마님도 없는 것 같어라.
    피처 씨와 메들록 부인 말고는요.
    크레이븐 주인님은 여기 계실 때도 방해하지 말라시고 거지반 항상 집을 비우시니까,
    메들록 부인이 맘 좋게도 제게 일자리를 주셨당께요.
    미슬스웨이트가 다른 큰 집들과 똑같다면 그럴수 없었을거라고 하시던데."
    "​그럼 네가 내 하인이 되는 거야?"
    나는 여전히 도도한 인도식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마사는 다시 벽난로를 닦기 시작했다.
    "저는 메들록 부인의 하인이지요."
    마사는 딱 잘라 말했다.
    "메들록 부인은 크레이븐 주인님의 하인이구요.
    하지만 내가 여그 와서 하녀 일을 하게 될거고 아씨 시중도 좀 들어 줄거여요.
    그런데 아씨는 별로 시중이 필요 없겄네요."
    "내 옷은 누가 입혀 주는데?"
    내가 따져 물었다.
    마사는 다시 쭈그리고 앉아 빤히 쳐다보았다.
    하녀는 놀랐는지 더심한 요크셔 사투리로 말했다.
    "아씬 지 손으로 옷도 못 쪄입는 갑네."
    "그게 무슨 말이야?
    난 네가 하는 말 못 알아듣겠어."
    내가 말했다.
    "아이고, 깜박했네."
    마사가 말했다.
    "조심하지 않으면 아가씨가 내 말을 못 알아들을 거라고 메들록 부인이 일렀는데, 
    제 말은 아씨는 옷도 혼자 못입으시느냐는 거죠."
    "못 입어."
    나는 아주 분개해서 대답했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걸. 당연히 유모가 옷을 입혀줬지."
    "뭐."
    마사는 자기가 버릇없이 군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이제 배우실 때가 됐네.
    더 어려서 배우지 못했으니께. 자기 앞가림 정도는 알아서 하는게 좋을거여요.
    저희 엄니는 항상 그러셨지라.
    어째서 있는 집안 아이들이 바보 천치가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구요.
    보모가 씻겨주고 입혀주고 강아지 새끼처럼 산책도 시켜주니 말이지요!"
    "인도에선 안 그랬어."
    나는 깔보듯 말했다.
    이런 이야기들을 참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마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이고, 딱 보면 알겠구먼."
    마사는 거의 동정하듯 대꾸했다.
    "거긴 점잖은 백인 나리들 대신 흑인들이 그렇게 많이사니까 그렇겄죠.
    아가씨가 인도에서 온다는 얘길 들었을 땐 아가씨도 흑인이려니 생각했는데."
    ​나는 분통을 터뜨리며 침대에 벌떡 일어나 앉았다.
    "뭐! 내가 원주민인 줄 알았다고! 
    너, 이 돼지 새끼야!"
    마사는 빤히 쳐다보았다.
    성이 잔뜩 난 표정이었다.
    "대체 누구한테 욕을 하는 거라요?"
    마사가 말했다.
    "그렇게 앵돌아질 필요는 없잖어요.
    어린 숙녀분이 말본새가 그래서 쓰겄어요.
    난 아가씨랑 있었던 흑인들에겐 뭐 하나 나쁜 마음이 없다니께요.
    교회 책자에서 읽어보니 신앙심이 아주 깊은 사람들이라든데.
    흑인들도 인간이고 우리 형제라고 항상 그러들 않어요.
    저야 흑인 한 명 본 적이 없어서 가까이에서 보는 줄 알고 참내 기뻤지 뭐여요.
    오늘 아침에 아씨 난로에 불 때러 왔을 때 침대로 슬금슬금 가서 
    이불을 살짝 젖히고 아씨를 슬며시 보았지요.
    자, 그런데 말이지요."​
    실망한 말투였다.
    "저보다 하나도 꺼멓지가 않더만요.
    아씨가 조금 더 누렇기는 해도."​
    나는 분노와 굴욕감을 참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
    "내가 원주민인지 알았다고!
    어찌 감히!  원주민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면서.
    걔들은 사람도 아냐. 우릴 보면 살람을 해야 하는 하인들이라고,
    인도에 대해서는 쥐뿔도 모르면서, 뭐 하나 아는게 없으면서."
    ​나는 엄청나게 화가 났고 처녀의 순박한 눈길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기분이 들었다.
    어쩐지 갑자기 끔찍할 만큼 외로워졌으며, 
    자기가 알고 자신을 알아주는 모든 것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것 같았다.
    나는 얼굴을 베개에 묻고 격렬하게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심하게 엉엉 울자 마음 착한 요크셔 처녀는 
    약간 겁을 먹기도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아, 거기서 그렇게 울면 어쩌셔요!"
    마사는 빌었다.
    "그렇게 울면 안 되지라.​ 아씨가 짜증이 났는지 몰랐구먼요.
    제가 아는 게 뭐 하나 있겄어요. 
    아씨 말대로지요. 지송해요. 아씨, 그만 그치셔라."
    ​마사의 이상한 요크셔 사투리와 투박한 태도에는 안심되고
    정말로 친근한 데가 있어 메리의 기분은 나아졌다.
    나는 차츰 울음을 그치고 잠잠해졌다.
    마사는 안심한 표정이었다.
    "이제 일어나실 시간이어요."
    마사가 말했다.
    "메들록 부인은 저보고 여기 옆방으로 
    아씨 아침식사와, 차, 저녁을 날라다 드리라고 했어요.
    아씨가 쓸 어린이 방이에요.
    아씨가 침대에서 얼어나시거든 제가 옷가지를 챙겨 드릴게요.
    단추가 등에 있으면 혼자서 채우실 순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