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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디컨과의 만남

Joyfule 2017. 11. 17. 10:11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10장 마사의 동생 디컨 2
      디컨과의 만남 
     
    난 천천히 줄을 넘으며 바깥쪽 오솔길로 내려가면서 벤에 관해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혼잣말로 참으로 이상하게도 자기에게 화를 내는 데도
    좋은 사람이 또 하나 생겼다고 중얼거렸다.
    나는 벤 할아버지가 좋았다.
    그래, 그 할아버지가 좋았다.
    항상 벤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내고 싶었다.
    이제 꽃에 관해서라면 벤은 세상의 모든 일을 알고 있다고 서서히 믿기 시작했다.
    ​오솔길 중에서 월계수 울타리가 서 있는 길이 하나 있었다.
    이 길은 비밀의 화원을 빙 두르면서 공원 숲으로 뚫린 문에서 끝났다.
    나는 이 길을 따라 줄을 넘으면서 가다가 숲을 들여다보며 
    토끼가 뛰어다니고 있지 않나 확인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줄넘기는 참으로 재미있었다.
    ​나는 작은 문 앞에 이르자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낮고 기묘한 휘파람 소리가 들려서 그게 뭔지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실로 아주 이상한 광경이었다.
    나는 그걸 보려고 멈춰 서면서 숨을 죽였다.
    한 소년이 나무둥치에 등을 기대고 나뭇가지 아래에 앉아서
    거칠한 나무로 만든 피리를 불고 있었다.
    ​우스꽝스럽게 생긴 이 아이는 열두 살가량 되어 보였다.
    무척 깔끔한 인상이었고 약간 들창코에 뺨은 양귀비처럼 빨갰다.
    나는 다른 소년의 얼굴에서는 이렇게 둥글고 푸른 눈을 한번도 본적 없었다.
    소년이 기대앉은 둥치에는 갈색 다람쥐 한 마리가 매달려서 구경 중이었다.
    그 뒤의 덤불에서는 수꿩 한 마리가 목을 쭉 빼고 내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소년의 바로 옆에는 두 마리 토끼가 앉아서 떨리는 코를 벌름대고 있었다.
    ​정말로 이 모든 동물은 피리 소리에 이끌려 소년 옆으로 모여서 
    피리가 자아내고 낯설고 나지막한 소리의 부름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듯했다.
    ​소년은 나를 보자 한 손을 들더니 
    피리 소리만큼이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움직이지 마. 놀라서 날아가 버니리까."
    그가 말했다.
    ​나는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소년은 피리 불기를 멈추고 땅에서 일어났다.
    어찌나 천천히 움직이는지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지만, 
    마침내 두 발을 딛고 일어섰고 다람쥐들은 나뭇가지 속으로 
    허둥지둥 도망쳐 들어갔으며 꿩은 머리를 도로 들이밀었다.
    토끼들은 별로 겁먹은 것 같진 않았지만 네발로 내려서서 콩콩 뛰어 도망갔다.
    "난 디컨.  넌 메리 아씨지?"
    그때 나는 처음으로 이 소년이 디컨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도 원주민들이 뱀을 부릴 수 있는 것처럼 
    토끼와 꿩을 홀려 낼 수 있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
    디컨은 부드럽게 휜 큰 입에 입술이 붉었고 얼굴 전체에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나는 디컨의 출현에 상상했던 모습보다 의외의 모습에 가슴이 뛰고 설레어 했다.
    "빨리 움직이면 얘들이 놀랄까봐 천천히 일어났어.
    야생동물이 주위에 있을땐 몸은 부드럽게 움직이고 소리는 낮춰야 해."
    디컨은 아주 조용하게 설명하며 일어났다.
    ​디컨은 지금 막 처음 본 사이가 아니라 이전부터 잘 알던 사이인 양 말했다.
    나는 남자애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고, 
    좀 수줍기도 해서 약간 딱딱하게 대꾸했다.
    "마사의 편지 받았어?"
    디컨은 적갈색 곱슬머리를 끄덕였다.
    "그래서 온 거지."
    ​디컨은 허리를 굽혀 피리를 불때 옆에 놓았던 뭔가를 집어 들었다.
    "원예 도구를 사 왔어.
    작은 삽이랑 갈퀴, 쇠스랑과 괭이까지.
    좋은 것들이야. 모종삽도 있어.  
    가게에 있는 아주머니가 다른 꽃씨도 사니까 흰양귀비랑 제비고깔도 싸주셨고."
    "씨앗 좀 보여 줄래?"
    나는 디컨 처럼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디컨은 술술 편하게 말했다
    내가 마음에 든다는 투였다.
    디컨은 덕지덕지 기운 옷을 입고 있었다.
    우스꽝스럽게 생기고 헝클어진 적갈색 머리를 한 평범한 황야 소년이었을 뿐이었지만 
    디컨에게는 내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는 전혀 없었다.
    좀 더 가까이 가자 나는 디컨 주위에서 히스와 풀, 
    이파리의 깨끗하고 신선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마치 디컨이 그런 식물들로 만들어진 듯했다.
    나는 그 냄새가 무척이나 좋았는데, 볼이 불그레하고  둥근 
    눈이 푸르른 우스꽝스러운 얼굴을 보자 좀 전의 수줍었던 기분도 사라져 버렸다.
    "이 통나무 위에 앉아서 구경하자."
    내가 말했다.
    나와 디컨은 통나무 위에 앉았고 디컨은 외투 주머니에서
    대충 둘둘 싼 갈색 종이 꾸러미를 꺼냈다.
    디컨은 끈을 풀고 그 안에 들어있는 더 깔끔하고 작은 봉투들을 꺼냈다.
    하나하나마다 그 위에는 꽃 그림이 있었다.
    "목서초와 양귀비가 많아.
    목서초는 자라면서 무척 달콤한 향기를 내뿜지.
    게다가 어디에다 뿌려 놓아도 잘 자라고, 양귀비도 마찬가지지.
    그냥 휘파람만 불어도 꽃은 피울거야.
    그꽃이 또 얼마나 예쁘다고."
    디컨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재빨리 돌렸다.
    양귀비색 뺨이 환히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