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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둘만의 비밀 1

Joyfule 2017. 11. 20. 00:50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11장 둘만의 비밀 1
      화원 가꿀 계획 
     
    메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디컨은 2~3분 가량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살포시 이곳저곳을 걸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담장 안으로 들어와서 걸었을 때보다 훨씬 더 가벼운 발걸음이었다.
    디컨의눈은 사물을 다 담으려는 듯했다.
    회색 덩굴식물이 감겨 늘어진 회색나무, 
    담벼락 위와 풀숲 사이에 마구 얽혀있는 넝쿨, 
    돌의자가 놓인 상록수 사이의 우묵한 공지, 그 안에 서 있는 꽃 항아리.
    "이 곳을 볼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디컨은 마침내 속삭였다.
    "이런 데가 있는 건 알았어?"
    내가 너무 큰 소리로 내어 물었는지 디컨이 '쉿' 신호를 보냈다.
    "소리를 낮춰야 해.
    아니면 누가 우리 얘기를 듣고 안에서 뭐 하는지 의심할 거야."
    "아, 잊어버렸네!"
    난 겁에 질려서 한 손으로 재빨리 입을 막았다.
    "정원이 어디 있는지 알고있었어?"
    난 정신을 차리자 다시 물었다.
    ​디컨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사 누나가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정원이 있다고 말해 줬어.
    우린 그 정원이 어떻게 생겼을까 줄곧 궁금하게 생각했지."
    디컨은 말을 멈추고 주위에 있는 아름다운 회색 덩굴들을 보았다.
    둥근 눈이 야릇하게 행복한 빛을 띠었다.
    "아! 봄이 오면 새들이 여기에 둥지를 틀겠구먼.
    여긴 영국에서 둥지를 틀기에 가장 안전한 곳이니까.
    아무도 가까이 오지를 않고 둥지를 짓기 적당한 나무와 장미 덩굴이 있잖아.
    황야의 모든 새가 여기 둥지를 틀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네."
    나는 나도 모르게 다시 한손을 디컨 팔에 얹었다.
    "여기 장미가 필까?
    그럴 것 같아?  난 다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나즈막하게 말했다.
    "어이쿠!  아니!
    그렇지 않어. 모두 다 죽은 건 아니야.
    여기 봐!"
    디컨이 대답했다.
    디컨은 가장 가까운 나무로 걸어갔다.
    늙디늙어서 온통 회색 이끼가 끼어있지만, 
    잔가지와 큰 가지가 이리저리 얽혀 이루어진 커튼을 두른 나무였다.
    디컨은 두꺼운 칼을 주머니에서 꺼내더니 날을 하나 폈다.
    "죽은 나무가 많아서 베어 내긴 해야 하겠지만 말이야.
    오래된 나무도 많지만 작년에 새순을 새웠네.
    여기 새순이 있는데."
    디컨은 단단하고 바짝 마른 회색이 아니라 
    갈색이 도는 녹색으로 보이는 새순을 가리켰다.
    나도 열렬히 하지만 조심스레 감탄하는 태도로 만져 보았다.
    "저거?  저것 살아 있어?  잘 살아 있어?"
    디컨은 함박 웃음을 지었다.
    "아씨나 나처럼 쌩쌩해."
    디컨이 말했다.
    나는 마사가 '쎙쌩하다'는 말은 '살아있다' 혹은
     '활기가 있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한 기억이 났다.
    "쌩쌩해서 다행이야! 
    모두 다 쌩쌩했으면 좋겠다.
    정원을 둘러보면서 쌩쌩한게 몇 개나 있는지 알아보자."
    나는 소리 죽여 부르짖었다.
    나는 열의가 뻗쳐 숨을 헐떡였고 디컨도 나 만큼이나 열의가 솟았다.
    나랑 디컨은 이 나무 저 나무, 이 덤불 저 덤불을 오갔다.
    디컨은 손에 칼을 들고 내가 멋지다고 생각할 만한 것들을 보여 주었다.
    "덩굴들이 제멋대로 퍼졌네.
    하지만 가장 강한 덩굴은 그 위에서도 잘 살아남았구먼.
    가장 연약한 것들은 죽었지만 딴 것들은 계속 자라고 퍼져서 깜짝 놀랍게도 잘 자랐네.
    이거 봐!"
    디컨은 짙은 회색에 건조해 보이는 나뭇가지를 끌어내렸다.
    "많이들 죽은 나무라 생각하겠지만, 내 생각은 달라.
    뿌리까지 내려가면 아래를 잘라서 봐야겠구먼."
    디컨은 무릎을 꿇고 생명 없어 보이는 나뭇가지를 칼로 땅 바로 위에서 잘라냈다.
    "이거 봐!  그럴 거라고 했잖아.
    나무 속은 아직 녹색이야, 들여다 봐."
    디컨은 의기 양양하게 외쳤다.
    나는 디컨이 말하기도 전에 벌써 무릎을 꿇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것처럼 살짝 초록색이 돌고 물이 나오면 쌩쌩한 거여.
    내가 잘라 낸 조각처럼 안까지 말라서 쉽게 부러지면 죽은 거고, 
    여기 살아있는 나무가 뻗어 나온 커다란 뿌리가 있구먼.
    오래된 나무는 잘라내고 주변을 파서 가꿔주면..."
    디컨은 말을 멈추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 늘어진 잔가지들을 올려다보았다.
    "올해 여름엔 여기 장미가 분수처럼 퍼질 거여."
    우리들은 이 덤불에서 저 덤불로 갔다가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갔다.
    디컨은 아주 힘이 셌다.
    칼을 잘 다뤄서 말라 죽은 나무들을 잘라내는 방법을 잘 알았고 
    별로 가망 없어 보이는 나뭇가지에도 아직 
    푸릇한 생명이 자라고 있는지 분간할 수 있었다.
    30분 정도 돌아다니면서 나는 나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디컨이 생명 없어 보이는 나뭇가지를 잘랐어도 
    그 안에 촉촉하고 푸릇한 기미가 보일 때면 숨을 죽이고 환호성을 질렀다.
    삽과 괭이, 쇠스랑은 아주 유용했다.
    디컨은 내게 쇠스랑 쓰는 법을 가르쳐 주었으며 그동안 자기는 
    삽으로 뿌리 주변을 파내어 흙을 헤집고 공기가 통하도록 했다.
    가장 커다란 장미 나무 둘레를 열심히 파고 있을 때 
    디컨이 뭔가 발견하고는 놀라 소리를 질렀다.
    "어! 누가 저걸 해 놓은 거여?"
    디컨은 몇 미터 떨어진 풀을 가리켰다.
    내가 정리해 놓은 연두색 새순 주위 자리였다.
    "내가 했어."
    "아하, 아씨는 정원 일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는디."
    디컨이 감탄하며 말했다.
    "몰라 하지만 저건 아주 작고 풀이 질기고 강해서 숨 쉴 공간이 없을 것 같았어.
    그래서 자리를 만들어 준 거야. 사실 난 저게 뭔지도 몰라."
    디컨은 가서 무릎을 꿇은 후 환히 웃었다.
    "잘했어.
    정원사가 있었어도 아씨에게 더 잘 가르쳐 주진 못했을 것이여.
    이제 잭이 심은 콩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랄걸.
    저건 크로커스와 스노드롭, 여기 있는 건 하얀 수선화."
    디컨은 다른 땅을 돌아보았다.
    "여기 있는 건 나팔수선화네.
    어! 다 피면 이것 참 멋지겠는디!"
    디컨은 한 공터에서 다른 공터로 뛰어갔다.
    "아씨는 체구도 작으면서 참 일도 많이 했네."
    디컨은 나를 넘겨다보며 말했다.
    "나 살이 더 찌고 있어.
    힘도 더 세지고 있고 이전에는 항상 지쳤는데,
    이젠 땅을 파도 전혀 힘들지 않아.
    갓 뒤엎은 흙 냄새가 좋아." 
    디컨은 생각깊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선하고 깨끗한 흙만큼 좋은 냄새가 나는 건 없어.
    비가 내렸을 때 막 자라난 꽃과 풀 냄새 정도인가?
    난 비가 오면 여러 날 황야에 나가서 덤불 아래 누워
    히스 위에 부드럽게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들으면서 킁킁 냄새를 맡어.
    엄마가 그러시는데, 내 코끝은 토끼처럼 파르르 떨린다고."
    "그러다 감기 안 걸려?"
    난 디컨을 쳐다보며 물었다.
    난 이처럼 재미있고, 이처럼 좋은 남자애를 본 적이 없었다.
    "난 안 걸려.
    태어나서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는디?
    나 그렇게 살살 대접 받으며 자라지 않아서 
    토끼들마냥 날이 맑든 궂든 황야를 돌아다녀.
    엄마 말씀 으로는 12년 동안 신선한 공기를 너무 많이 마셔서 
    감기로 훌쩍대지도 않는다고 하셔.
    난 서양 산사나무로 만든 곤봉처럼 튼튼혀."
    디컨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디컨은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손을 쉬지 않았고
    난 따라다니면서 쇠스랑이나 모종삽으로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