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10장 마사의 동생 디컨 2
벤의 10년전 추억
그때 정말로 울새가 날아왔다.
난 울새가 이전보다 더 멋지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빨간 조끼를 새틴처럼 반드르르 했고 날개와 꼬리를 파닥이며
고개를 갸우뚱하고 기운차게 점잔 빼는 태도로 콩콩 뛰어다녔다.
울새는 벤에게서 감탄을 이끌어 내려고 작정한 듯했다.
하지만 벤은 가소로워했다.
"어이쿠, 네가 왔구먼!
더 달리 나은 사람이 없다면 잠깐 동안은 내를 참고 놀아주겄다 이거제?
2주 동안에 조끼가 더 빨개지고 깃털엔 더 윤이 자르르 흐르게 되었는디.
난 네가 무슨 일을 꾸미는 줄 다 안다니께.
어디 가서 뻔뻔한 암컷을 꼬이는 거 아니냐.
제가 미슬 황야에서 가장 멋진 수컷이고
다른 놈들에겐 다 대적할 준비가 되었다고 거짓부렁 하면서."
벤이 울새에게 말했다.
"아, 저거 봐요!"
난 소리쳤다.
울새는 확실히 흥겹고 대담한 기분인 듯했다.
점점 더 가까이 폴짝폴짝 뛰면서 벤을 더욱더 애교있게 쳐다보았다.
울새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까치밥나무로 날아가
고개를 갸웃하며 작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저 녀석 저러면 나를 홀릴 줄 안당께."
벤이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지만
난 벤이 재미있어 하는 표정을 숨기려 하는 것이라 확신했다.
"녀석, 니가 그러면 누구든 니한테 버팅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갑구먼."
울새는 날개를 쭉 펼쳤다.
난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울새는 벤이 든 삽자루 위로 포르로 날아와 사풋 내려 앉았다.
그때 벤의 얼굴에 천천히 주름이 지면서 새로운 표정이 떠올랐다.
벤은 숨쉬기가 두려운 사람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울새를 놀래 쫓아버리지 않으려고,
세상이 두 쪽 나도 꼼짝도 안 하려는 사람처럼.
벤은 조근조근 속삭였다.
"그래, 내가 졌다.!"
그는 마치 완전히 다른 말을 하는 양 부드럽게 말했다.
"넌 사내 마음을 읽는 법을 잘 아는 구먼, 알아!
그 참 괴상하기도 하지. 참 눈치가 빨러!"
그러더니 꼼짝도 안하고, 거의 숨을 죽이면서 기다렸고
마침내 울새는 한 번 더 날개를 파닥이더니 날아가 버렸다.
벤은 삽자루에 무슨 마법이라도 깃든 양 쳐다보더니
다시 땅을 파면서 몇 분 동안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하지만 벤이 이따끔씩 느릿느릿 싱긋거리자 난 겁내지 않고 말을 걸었다.
"할아버지도 자기 정원이 있어요?"
"아니, 나는 홀몸이고 문지기 마틴과 함께 살어."
"만약에 그런 정원이 하나 있다면 뭘 심을 거에요?"
"양배추와 감자, 양파."
"하지만 화원을 만들거라면요?
뭘 심을 거에요?"
난 끈질기게 물었다.
"알뿌리와 향기가 달콤한 걸 심겄지.
하지만 주로 장미를 심지 않을까?"
나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장미 좋아하세요?"
벤은 잡초 한 포기를 뽑더니 옆으로 던져 버린 후에야 대답했다.
"음, 뭐. 그렇제.
내가 정원사로 일하며 모시던 숙녀분에게 배웠구먼.
그분은 좋아하는 장소에 장미를 많이 키웠는데
마치 자식이라도 되는 양 귀여워하셨제.
아니면 새라도 되는 양,
그분이 장미 위에 허리를 굽히고 뽀뽀하는 모습을 보았구먼."
벤은 잡초를 한포기 또 뽑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쳐다보았다.
"거진 10년이나 된 얘기구먼."
"지금 그 숙녀분은 어디 있나요?"
난 무척 흥미가 동해서 물었다.
"천국에."
벤은 대답하며 삽을 땅속 깊이 박았다.
"목사님이 그러대."
"장미는 어떻게 됐어요?"
난 이전보다 훨씬 더 궁금해져서 물었다.
"지들끼리 남겨졌제."
난 점점 들떴다.
"완전히 죽었나요?
장미는 자기들끼리 남겨지면 완전히 죽어 버리지 않나요?"
난 과감히 말을 꺼냈다.
"음, 난 그 장미들을 좋아하게 되었구먼.
게다가 그분을 좋아혔으니께.
그분은 장미를 좋아혔고."
벤은 마지못해 인정했다.
"1년에 한두 번 그 장미들한테 가끔 가서 봐주지.
가지도 쳐 주고 뿌리 둘레를 파 주기도 하고,
야생으로 제멋대로 자라긴 하지만 기름진 흙에 박혀 있으니 몇 그루는 살았겄지."
"이파리도 없고 회색과 갈색이 되어서 말라 있으면
죽었는지 살았는지 어떻게 아나요?"
내가 물었다.
"봄이 올때까지 기다려야제.
햇빛이 비 위에 그치고 빗방울이 햇빛 위에 떨어질때면 알게 되야."
"어떻게, 어떻게요?"
난 조심해야 한다는 것도 잊고 외쳤다.
"크고 잔 가지를 찬찬히 살피다 보면 갈색 혹이 조금씩
여기 저기서 부풀어 오르는 걸 볼수 있을 거야.
뜨뜻한 비가 내린 후에 어떻게 되나 봐야겄지."
벤은 말을 멈추고 열심인 내 얼굴을 미심쩍은 듯 바라보았다.
"별안간 그 장미 같은 것에 어쩌다 관심이 생겼는가?"
그가 따져 물었다.
난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이었다.
대답하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나, 나만의 정원이 있다는 놀이를 하고 싶어서요.
나, 할 일이 별로 없어서, 할 일도 없고 사람도 없고..."
난 더듬거렸다.
"그래. 그 말도 맞네.
여긴 아무도 없으니께."
벤은 나를 보면서 천천히 말했다.
벤이 그처럼 이상하게 말을 해서,
난 벤이 정말로 날불쌍히 여기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았다.
난 한번도 나를 불쌍하게 여긴 적이 없었다.
그저 피곤하고 언짢았을 뿐이었다.
사람들과 사물들이 무척 싫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세계는 더 멋지게 변하고 있는 듯했다.
아무도 비밀의 화원을 발견하지 않는다면 난 항상 혼자 즐길 수 있을 것이었다.
난 10-15분 정도 더 벤과 함께 있으면서 용기 내어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벤은 특유의 이상하게 툴툴 거리는 말투로 하나하나 답해주었지만
진짜로 그렇게 성이 난 것 같지도 않았고 삽을 집어 들고 가 버리지도 않았다.
내가 떠나려 할때 벤이 장미에 관해 무슨 이야기를 했고
그 바람에 난 벤이 좋아했다고 한 장미를 떠올렸다.
"이 다른 장미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가서 보나요?"
내가 물으니
"올해는 아직, 류머티즘이 도져서 관절이 너무 뻣뻣해 졌어."
벤은 이 또한 툴툴대는 목소리로 말했고,
다음 순간 갑자기 내게 아주 화난 듯한 모습이었지만, 난 어째서 그런지 알 수 없었다.
"자, 이제 여기 보그레이!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지 마소.
이제까지 아씨처럼 질문을 퍼붓는 못된 계집아이는 내 일찍이 만난 적 없구먼.
이제 가서 혼자 놀아.
오늘 얘기는 이걸로 끝이니께."
벤이 날카롭게 말하면서 어찌나 성을 내며 말하든지
난 이제 더 얼쩡거려 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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