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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마사의 동생 디컨 2

Joyfule 2017. 11. 18. 11:00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10장 마사의 동생 디컨 2
      디컨과 비밀의 화원 입성 
     
    "우리를 부르는 저 울새는 어디에 있지?"
    지저귀는 소리가 잎이 우거지고 빨간 열매가 달려 환한
    서양감탕 나무 덤불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나는 그 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것만 같았다.
    "저게 정말로 우리를 부르는 거야?"
    "그럼."
    디컨이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얘기를 한다는 투로 말했다.
    "저 새는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부르는 거야.
    '여기 내가 있어. 나를 봐. 잠깐 수다 떨자.' 말하는 거나 같아.
    저기 덤불 속에 있네. 
    저 새는 누구 친구지?"
    "벤 할아버지의 친구야. 하지만 나랑도 좀 아는 사이야."
    "아, 아씨를 아는구나."
    디컨은 다시 목소리를 좀 낮췄다.
    "그럼 아씨를 좋아하는 거네.
    아씨를 따라왔어.이제 곧 아씨에 관해 내게 모두 말해 주겠지."
    ​디컨은 내가 아까도 보았던 느릿한 동작으로 풀숲으로 무척 가까이까지 다가갔다.
    그러더니 거의 울새의 지저귐과 똑같이 지지배배 소리를 냈다.
    ​울새는 잠시 열심히 듣고 있다가 질문에 응답하듯 짹짹였다.
    "아, 아씨 친구라는데."
    디컨이 쿡쿡 웃었다.
    "그런 거 같아?"
    내가 열을 띠며 물었다.
    무척이나 궁금했다.
    "저 새가 정말로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가까이 오지 않았을 것인디.
    새들은 사람을 까다롭게 고르고, 
    울새는 사람보다도 남을 깔보고 고분고분하게 따르지 않는 성격이야.
    봐, 이제 아씨와 친해지고 싶어서 저런다.
    '여기 친구 안 보여?' 라고 하네."
    정말로 그 말은 사실 같았다.
    울새는 덤불 위에서 폴짝폴짝 뛰며 옆걸음질 치고 지저귀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새들이 하는 말 다 알아들어?"
    내가 물었다.
    디컨이 어찌나 활짝 웃음을 지었던지 커다랗고 빨갛고 
    입꼬리가 둥근 입만 얼굴에서 보일 지경이었다.
    디컨은 헝클어진 머리를 문질렀다.
    "그런가 봐. 
    새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아.
    난 새들하고 황야에서 아주 오래 살았으니까.
    새끼 새들이 알껍질을 깨고 나와 나는 법을 배우고 
    노래하기 시작할 때부터 봐 와서 이젠 나도 같은 무리에 있는 동무 같아.
    가끔은 나도 새나 여우, 토끼나 다람쥐, 딱정벌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니까. 잘 모르겠지만."
    디컨은 깔깔 웃으며 통나무로 돌아와 다시 꽃씨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디컨은 이 씨에서 꽃이 피면 어떤 모양일지 얘기해 주고
    어떻게 심고 가꾸고 거름을 주고 물을 줘야 하는지도 가르쳐 주었다.
    "여기 봐.
    내가 아씨를 위해 씨앗을 심어 줄게.
    아씨 정원이 어디야?"
    디컨은 갑자기 말하며 휙 돌아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무릎에 놓은 마른 두 손을 꼭 맞잡았다.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해서 한참을 아무 소리 못했다.
    이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기분이 비참해졌다.
    얼굴이 벌개졌다가 다시 하얗게 질린 것만 같았다.
    "아씨 정원이 있는 건 맞지?"
    디컨이 다시 물었다.
    내 얼굴이 벌개졌다가 하얗게 질린 건 사실이었다.
    디컨은 그런 내 모습을 보았고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점점 당황하기 시작했다.
    "정원을 못 얻었남?
    아직 정원이 없는 거야?"
    난 두 손을 꼭 잡은 채로 눈을 들어 디컨을 보았다.
    "난 남자애들은 잘 몰라. 
    내가 비밀을 말하면 지켜 줄 거야? 이거 정말 큰 비밀이야. 
    다른 사람이 알게 되면 난 어떻게해야 할지 모르겠어.
    죽을 지도 몰라!"
    ​난 마지막 말을 꽤 격하게 내뱉었다.
    디컨은 이전보다 한층 더 당황한 표정으로 한 손으로
    다시 헝클어진 머리를 문질렀지만 아주 사람 좋게 대답했다.
    "난 비밀은 항상 지켜. 
    내가 아는 비밀, 여우 굴이나 새의 둥지, 야생동물 보금자리에 관한 비밀을 
    지키지 못했더라면 황야에서 안전한 건 아무것도 없었을 거야.
    그럼, 난 비밀은 꼭 지키는 걸."
    디컨이 말했다.
    ​나는 디컨에게 손을 내밀었다.
    소맷부리를 잡을 생각은 없었지만 엉겁결에 그러고 말았다.
    "내가 화원을 훔쳤어.
    그건 내것이 아니야. 
    다른 사람의 것도 아니지만, 아무도 원하지 않고 아무도 돌보지 않고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 곳이야.
    어쩌면 그 안의 모든 게 벌써 죽었을 지 몰라. 난 모르겠어."
    난 아주 빨리 말해버렸다.
    난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평생 최고로 삐딱한 기분이 들었다.
    "난 몰라,  난 상관 없어!
    아무도 그걸 내게서 빼앗아 갈 수 없어.
    내가 화원을 보살피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하잖아!
    그냥 죽게 놔두었다고, 홀로 가둬 둔 채로!"
    ​난 격하게 말을쏟아 내고는 두 팔로 얼굴을 가리고 울음을 터뜨려 버렸다.
    디컨의 조심스러운 푸른 눈이 점점 더 휘둥그레졌다.
    "어어!
    디컨은 천천히 감탄사를 내뱉었다.
    놀란 것 같기도하고 동시에 안쓰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난 할 일이 아무것도 없었어.
    내건 아무것도 없어.  내가 그 화원을 찾아냈고, 나 혼자 안으로 들어갔어.
    난 그저 울새나 같아. 
    사람들이 그걸 울새에게서 빼앗아 가진 않을 거 아냐."
    "거기가 어디야?"
    디컨이 낮은 목소리로 소곤거렸다.
    난 즉시 통나무에서 일어났다.
    다시 심술궂고 억지 부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난 도도한 인도식 사람이었고, 성질이 괄괄하면서도 슬프기도 했다.
    "같이 가자.  보여 줄게."
    나는 월계수 오솔길을 돌아서 담쟁이 덩굴이 무성히 자란 길로 디컨을 데려갔다.
    디컨은 미심쩍어하면서도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따라 왔다.
    이제 어떤 낯선 새의 둥지를 들여다보러 가는 거나 다름없으니
    슬몃슬몃 움직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벽으로 다가가서 늘어진 담쟁이를 걷자 디컨은 깜짝 놀랐다.​
    거기엔 문이 있었는데, 내가 그 문을 천천히 밀어 열었고 디컨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그다음 나는 서서 도전적으로 한 손을 들어 그 안을 두루뭉술하게 가리켰다.
    "바로 여기야.
    여기가 나의 비밀의 화원이야.
    세상에 살아 있는 사람 중에서 이 정원을 바라는 사람은 나뿐이야."
    ​디컨은 두리번 두리번 거리다가 다시 휘둘러 보았다.
    "아이쿠! 여긴 참 괴상하고 예쁜 곳이네.
    마치 꿈 속에 들어와 았는 거 같아."
    디컨이 속삭이다 시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