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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벤 할아버지 2

Joyfule 2017. 12. 25. 01:56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벤 할아버지 2   
     
    그날 오후는 매 순간이 새로운 일로 가득찼고 매시간 햇살은 더욱 황금빛이 되었다.
    휠체어는 다시 차양 안으로 들어갔으며 디컨이 풀밭 위에 앉아 
    피리를 꺼내려는 찰나 콜린은 이전에는 볼 겨를이 없어 몰랐던 곳을 보았다.
    "저거 아주 오래된 나무지?"
    콜린이 물었다.
    디컨은 풀밭 건너 나무를 보았고 나도 바라보았다.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래,"
    디컨은 잠시 후 대답했다.
    낮은 목소리는 아주 상냥했다.
    나는 나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뭇가지는 아주 회색이고 이파리 하나 달려있지 않아."
    콜린이 말을 이었다.
    "완전히 죽어 버린 거야?'
    "그려."
    디컨이 인정했다.
    '하지만 장미 넝쿨이 위로 기어올라 갔으니께 꽃이 피면 
    죽은 나무는 다 가릴 거여.그때는 죽은 것만치 보이지 않겄지.
    아주 예쁠 거여."
    나는 여전히 나무를 바라보며 생각하고 있었다.
    "큰 나뭇가지가 부러진 것처럼 보여."
    콜린이 말했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하네."
    "몇 년에 한 번씩  그래."
    디컨이 말했다.
    "아이쿠."
    디컨은 별안간 안도하듯 퍼뜩 놀라면서 한 손을 콜린에게 얹었다.
    "저기 울새다! 울새가 왔어! 
    짝궁 주려고 먹이를 모으는 갑네."
    콜린은 하마터면 늦을 뻔했지만 간신히 울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리에 무엇을 문 붉은 가슴울새의 모습이 섬광처럼 번적였다.
    새는 푸르른 그늘 속, 잎이 무성하게 우거진 구석 안으로 
    휙 날아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콜린은 다시 쿠션에 등을 기대고 살짝 웃었다.
    "짝에게 간식을 갖다 주나 보네.
    어쩌면 지금이 다섯 시 정도 되었을거야.
    나도 차랑 간식을 먹거 싶은데."
    그렇게 그 날은 다들 무사했다.
    "울새를 보낸 건 마법이었어."
    나는 후에 디컨에게 비밀스럽게 말했다.
    "내 생각엔 분명히 마법이야."
    나와 디컨 둘 다 콜린이 10년 전 가지가 부러진 나무에 대해서 
    뭔가 물어볼까 두려웠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나누었고 
    디컨은 일어서서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 나무가 다른 나무들이랑 전혀 다르지 않은 척해야 혀!"
    디컨이 말했다.
    "어쩌다 그 나무가 부러졌는지 그 불쌍한 애한테 말할 수 없잖어.
    나무 얘기를 뭐라도 하며 우린... 우린 그냥 명랑한 척 하자."
    "그래. 그렇게 혀."
    나도 대답했다.
    하지만 나무를 바라보고 있자니 나는 그렇게 명랑한 척할 수 없었다.
    나는 그 몇몇 순간에 디컨이 했던 다른 말에 
    어떤 진실이 담겨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고 생각했다.
    디컨은 역시 어쩔 바를 모르겠다는 듯 적갈색 머리카락을 계속 득득 긁었지만 
    유쾌하고 편안한 표정이 파란눈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크레이븐 마님은 정말 곱고 젊은 분이셨대."
    디컨은 약간 머뭇거리면서 말했다.
    "엄니는 마님이 여러 번 미슬스웨이트를 맴돌며
    콜린 도련님을 돌봐 주었다고 생각혀.
    세상을 떠나서도 모든 엄마들이 자식을 돌보는 법이잖어.
    마님이 다시 돌아오신 거지.
    우리에게 일을 시키신 분도 마님이신겨.
    도련님을 여기로 데려 나오라고."
    나는 디컨이 마법 같은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마법을 굳게 믿었다.
    비밀리에 디컨이 마법을 일으킬 수 있다고 믿고 있엇다.
    물론 좋은 마법이다.
    주변 모든 것에 마법을 부렸기 때문에 사람들이 디컨을 그처럼 
    좋아하고 들짐승도 친구인 걸 아는 것이었다.
    나는 실로 콜린이 그 위험한 질문을 한 순간에 적절하게 딱 맞춰 
    울새가 날아온 것도 디컨의 재능 덕분이지 않을까 궁금했다.
    나는 디컨의 마법이 오후 내내 힘을 발휘해 
    콜린을 완전히 다른 소년으로 바꾸어 놓았다고 생각했다.
    콜린이 비명을 지르고 베개를 때리고 물어뜯던 
    짐승과 동일인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 같았다.
    심지어 상아색 하얀 얼굴도 변한 듯 보였다.
    처음 정원에 들어섰을때 얼굴과 목, 손에 떠올랐던 희미한 빛이 완전히 스러지지 않았다.
    콜린은 상아나 밀랍 대신 진짜 살로 만들어진 사림이 된 듯 했다.
    우리들은 울새가 짝꿍 새에게 먹이를 날라다 주는 모습을 두세 번 더 보았다.
    그 덕분에 오후 차 시간이 되엇다는 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고
    콜린은 아이들도 간식을 먹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가서 남자 하인에게 철쭉 산책로롤 바구니에 간식을 담아서 가져다 달라고 해."
    콜린이 나에게 말했다.
    "그런 다음 너랑 디컨이 여기로 날라오면 되잖아."
    괜찮은 생각이었고 실행하기 어렵지도 않았다.
    우리들은 하얀 천을 풀밭 위에 깔고 뜨거운 차와 
    버터 바른 토스트와 머핀을 올려 놓은 후 고픈 배를 신 나게 채웠다.
    집안일을 하던 새 몇 마리가 무슨 일인가 싶어 멈춰 섰다가 
    빵 부스러기에 이끌려 무척 활기차게 살펴보러 날아왔다.
    밤톨이와 깍지는 케이크 조각을 들고 나무 위로 잽싸게 올라갔고 
    검댕이는 버터 바른 머핀 반쪽을 통째로 들고 모퉁이로 날아가 
    부리로 콕콕 쪼면서 살피고 뒤집더니 거센 소리로 깍깍대다가 
    마침내 한 번에 꿀걱 기쁘게 삼켜 버렸다.
    그날 오후는 천천히 지나가며 어느덧 나른한 시간이 되었다.
    창날처럼 찌르는 햇살의 황금빛은 한층 더 진해졌으며 
    벌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새들의 날갯짓도 뜸해졌다.
    디컨과 나는 풀밭 위에 앉아 있었고 
    바구니는 다시 싸서 집으로 도로 들여갈 준비를 해놓았다.
    콜린은 쿠션에 기대 누워 숱 많은 머리카락을 이마 위로 쓸어 올렸다.
    얼굴에는 아주 자연스러운 핏기가 떠올랐다.
    "오늘 오후가 지나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콜린이 말했다.
    "하지만 내일 다시 돌아올 거야. 모레도, 그 다음날 도, 바로 그 다음날도."
    "신선한 공기를 많이 마실 거야. 그렇겠지?"
    내가 물었다.
    "그것 말고 다른 건 안 마실테야."
    콜린이 대답했다.
    "이제 봄을 보았으니 여름도 보겠지.
    여기서 자라는 모든 걸 볼거야.여기서 나 자신을 키울 거야."
    "그렇게 될 거여."
    디컨이 말했다.
    "머지 않아 우리가 다른 사람들 맹키로 도련님을 
    여기저기 데려 다니면서 걷게 하고 땅을 파도록 할테니께."
    콜린은 엄청나게 얼굴을 붉혔다.
    "걷는다고!  땅을 파!  내가?"
    콜린을 쳐다보는 디컨의 시선은 섬세하게 조심스러웠다.
    디컨도 나도 콜린의 다리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럼 할수 있고 말고."
    디컨은 의연하게 말했다.
    "도련님, 도련님도 자기 다리가 있잖여.다른사람들 처럼!"
    나는 콜린의 대답을 듣기 전까지는 정말로 겁이 났다.
    "사실 정말로 다리에 병이 있는 건 아니야."
    콜린이 대답했다.
    "하지만 너무 가늘고 약해.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얼어서기가 무서워,"
    나와 디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겁만 내지 않으면 일어설 수 있을거여."
    디컨이 다시 명랑해져서 말했다.
    "게다가 조금만 있으면 겁내지 않을거고."
    "그럴까?"
    콜린은 여러 생각을 하는 듯 가만히 누워 있었다.
    우리들은 잠시 동안 정말로 조용해졌다.
    해님이 뉘엿거렸다.
    모든 것이 저절로 잠잠해지는 그런 시간이었고
    우리들은 정말로 바쁘고 들뜬 오후를 보냈다.
    콜린은 느긋하게 쉬고 있는 듯 보였다.
    동물들은 주위를 돌아다니다 말고 옹기종기 모여 우리들 가까이에서 쉬고 있었다.
    검댕이는 야트막한 나뭇가지 위에 앉아 한 다리를 위로 들고 
    졸음에 겨워 회색 눈꺼풀을 깜박거렸다.
    나는 검댕이를 보며 금방 코라도 골 것 같은 얼굴이라고 남몰래 생각했다.
    이런 정적의 한가운데서 콜린이 고개를 반쯤 쳐들고 
    갑작스레 놀란 듯 큰 소리로 속삭였을 때는 다들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