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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벤과 라자와의 대화 1

Joyfule 2017. 12. 27. 11:21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벤과 라자와의 대화 1   
     
    벤의 머리가 눈앞에서 사라지자 콜린이 나를 보았다.
    "가서 할아범을 만나."
    콜린의 말에 나는 풀밭 위를 뒬 듯이 날아 담쟁이 아래 문으로 갔다.
    디컨은 날카로운 눈으로 콜린을 쳐다보았다.
    콜린의 뺨에는 선명한 빨간 점이 떠올라 있었고 
    상태는 아주 좋아 보였으며 넘어질 기미는 없었다.
    "난 일어설수 있어."
    콜린은 여전히 머리를 꼿꼿이 쳐든 채로 아주 위엄 있게 말했다.
    "무서워하지 않으면 곧 일어설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
    디컨이 대답했다.
    "이젠 무섭지 않은갑네."
    "그래, 이제 무섭지 않아."
    콜린이 말했다.
    그때 콜린은 얼핍 메리가 한 말이 생각났다.
    "너 마법을 부리는 거야?"
    콜린은 날카롭게 말했다.
    디컨의 둥근 입이 명랑한 웃음을 띠며 확 퍼졌다.
    "마법을 부린 건 바로 도련님이여.
    이 꽃들이 땅에서 솟아나게 한거나 마찬가지 마법이지."
    그러면서 디컨은 투박한 장화로 풀 숲에 자란 크로커스 무리를 툭 쳤다.
    콜린은 꽃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려."
    콜린은 말했다.
    "거기서 일어나는 것보다 더 큰 마법은 없을거여. 없어."
    콜린은 아까보다도 훨씬 더 꼿꼿하게 등을 폈다.
    "나 저 나무까지 걸어갈 거야."
    콜린은 몇 미터 떨어진 자리를 가리켰다.
    "벤이 이리로 오면 난 여기 서 있을 거아.
    원하면 나무에 기대서 쉴 수도 있으니까.
    자리에 앉고 싶으면 앉을 수도 있겠지만 금방은 아닐 거야.
    의자에서 덮개 좀 가져다 줘."
    콜린은 나무로 걸어갔다.
    디컨이 팔을 잡아 주긴 했지만 콜린은 놀랄 만큼 굳건했다.
    나무둥치에 기대섰을 때는 몸을 지탱하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꼿꼿이 등을 펴서 키가 무척 커 보였다.
    벤이 담벼락에 난 문을 통해 들어왔을 때 콜린이 서 있는 모습을 보았고,
    난 숨을 죽이고 뭐라고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뭐라고 하는겨?"
    벤은 길고 마른 몸을 꼿꼿이 세운 소년의 모습과 오만한 얼굴에서 
    관심을 흩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짜증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난 말하지 않았다.
    사실 내가 한 말은 이러했다.
    "할 수 있구나!  할 수 있어.
    내가 할수 있다고 했잖아! 
    넌 할 수 있어, 할수 있는 거야. 할수 있어."
    나는 마법을 부리고 콜린이 그처럼 계속 서 있게 하고 
    싶어서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콜린이 벤앞에서 주저앉는다면 참을 수 없을 터였다.
    콜린은 주저앉지 않았다.
    나는 콜린이 야위었지만 아주 멋지게 보인다는 느낌이 불현듯 들어 기분이 붕 떴다.
    콜린은 우스꽝스럽게 오만한 태도로 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날 봐!"
    콜린은 명령했다.
    "날 잘 살펴봐!! 내가 곱사등이여? 내가 다리가 휘었어?"
    벤은 아직 감정을 잘 극복하지 못했지만 약간 마음을 가다듬고 평소처럼 대답했다.
    "그렇지 않구먼요."
    벤이 말했다.
    "전혀 그렇지 않구먼요.
    도련님이 이제까지 해온 걸 보면...
    남들 눈에 안 보이게 숨어 있응께 사람들이 도련님이 불구에 반푼인줄 알고..."
    "반푼이라니!"
    콜린이 성을 버럭 냈다.
    "누가 그런 생각을 해?"
    "바보들이 여럿이죠."
    벤이 말했다.
    "세상엔 별일 없이 히히 떠들기나 하는 바보들이 넘친다니께요.
    히히 떠들지 않으면 거짓부렁이나 치고,
    그럼 어째서 도련님은 방 안에 틀어박혀 계셨다요?"
    "모두들 내가 죽을 거라고 생각했지."
    콜린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난 안 죽어!"
    콜린이 그 말을 어찌나 결연하게 했던지 
    벤은 콜린을 위 아래로 훑었다 다시 아래서 위로 훑어보았다.
    "도련님이 죽다니요!"
    벤은 메말랐지만 기쁜 내색을 내비쳤다.
    "전혀 그렇지 않어요.
    도련님 몸속에 기운이 펄펄 넘치는 구먼요.
    아까 도련님이 그 발을 땅에 내린 모습을 보자마자 
    도련님은 멀쩡하다는 걸 알았습죠.
    여기 깔개 위에 앉으시요. 도련님.
    분부만 내려 주시지라."
    벤의 태도에는 괴팍한 상냥함과 현명한 이해가 기묘하게 섞여 있었다.
    긴 산책로를 따라 내려가는 동안 나는 할 수 있는 한 빨리 말을쏟아 놓았었다.
    내가 한 얘기 중에서 주고 기억나는 내용은 콜린이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회복,
    정원이 그렇게 하고 있었다.
    아무도 콜린에게 혹이 생길거라는 것과 죽어 간다는 것을 떠올리게 해서는 안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