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벤 할아버지 1
세상에서 살면서 겪는 이상한 일 중 하나는 이따금 내가 영원히,
언제까지나 영원히 살리라고 확신하는 때가 있다는 사실이다.
가끔 온화하고 장엄한 새벽녘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 홀로서서,
뒤로 머리를 한껏 젖혀 올려다본다.
저 높이 높이 희미한 하늘이 천천히 바뀌며 불그스레해지고
놀랍고도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동녘의 광경에 감탄을 내뱉게 될 때 그 사실을 깨닫는다.
그때면 심장은 수천 년, 수만 년, 수억 년의 세월 동안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의 낯설면서도 변함없는 장엄함에 가만히 멈춘다.
사람은 그때 실감한다.
영원히 살리라는 것을.
가끔은 해거름의 숲 속, 신비스러운 진한 금색의 잔잔한 적막이
나뭇가지 사이와 아래로 비스듬히 비쳐 들어와 아무리 애써도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느릿하게 다시 또 다시 말해 주는 듯할때 그 사실을 깨닫는다.
그런 후 가끔은 한 밤에 진청색의 거대한 고요가 가만히 바라보던
수백만의 별들과 함께 밀려올 때 그 사실을 확신한다.
가끔은 저 먼데서 이렴풋이 들리는 음악이 확인해 준다.
가끔은 어떤 사람의 눈에 떠오른 표정이 알려 준다.
처음으로 숨어 있는 정원의 높다란 네 담벼락 안에서
봄을 보고 듣고 느꼈을때 콜린의 기분이 그러했다.
그날 오후 온 세상은 이 한 소년에게 완벽하고 빛이 날 정도로 아름다우며
정다운 존재가 되려고 온 힘을 쏟는 듯 보였다.
어쩌면 봄은 순수한 천상의 선에서 나와서 있는 힘껏
모든 것을 그 한 장소에 몰아넣었는지도 몰랐다.
여러번 디컨은 하던 일을 멈추고 눈에 점점 자라나는 경이 같은 감정을 담고
가만히 서서 머리를 부드럽게 저었다.
"아! 정말 기똥차네."
디컨이 말했다.
"난 이제 열두 살에서 열세 살이 되는디,
13년 동안 오후를 많이 봤지만서도 이렇게 기똥찬 건 처음 보는 것 같어."
"그래, 정말 기똥차다."
나도 순수한 기쁨에 대답했다.
"이 세상에서 본 것 중에 가장 기똥찬 광경일 거라고 장담할 수 있어."
"니들은 그리 생각 안혀?"
콜린이 꿈결처럼 조심스레 말했다.
"이 모든 게 나를 위해 일부러 온 거라고?"
"세상에!"
내가 감탄했다.
"너 요크셔 사투리 겁나 잘허네, 최고여!"
그런 후 기쁨이 넘쳐흘렀다.
우리들은 휠체어를 자두나무 아래에 밀고 갔다.
나무는 꽃이 피어 눈처럼 하얗고 벌들은 음악처럼 웅웅거렸다.
마치 요정의 왕을 위한 찬양 같았다.
가까이에는 꽃이 만발한 벚나무와 분홍색과 흰색의 봉오리가 맺히거나
여기저기에 벌써 꽃을 떠뜨린 사과나무들이 있었다.
커다란 꽃송이가 달린 차양의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아름다운 파란 눈처럼 내려다보았다.
나와 디컨은 잠깐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일했고 콜린은 친구들을 바라보았다.
우리들은 콜린이 구경한 만한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피기 시작하는 봉오리, 꽉 닫힌 봉오리,
이제 막 파릇파릇한 이파리가 비치는 나뭇가지,
풀 위에 떨어진 딱따구리의 깃털, 어떤 새가 일찍이 까고 남긴 텅 빈 알껍데기,
디컨은 휠체어를 천천히 밀고 정원을 돌고 돌면서 매번 발길을 멈춰
콜린이 땅에서 솟아나거나 나무를 따라 내려오는 놀라운 것들을 구경할 수 있게 했다.
마법 세계의 왕과 여왕을 모시고 왕국을 돌면서
그 안의 모든 신비스러운 풍요로움을 구경시켜 주려는 듯.
"우리가 울새를 볼 수 있을까?"
콜린이 물었다.
"쬐금 있으면 허벌나게 볼 수 있을거여."
디컨이 대답했다.
"알이 깰땐 조그만 새가 무척 바빠서 머리가 빙빙 돌 지경이 되니께.
앞뒤로 날아댕기면서 자기 몸맹키로 커다란 벌레를 물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어.
둥지 가까이로 날아가면 어찌나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지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어떤 커다란 입에다 먼저 넣어 줘야 하는지 모를 지경이여.
사방에서 부리를 벌리고 짹짹대니께,
엄니는 새끼들이 벌린 부리에 계속 먹이를 주려고
울새 아빠가 뛰어댕기는 걸 보면 자기는 할 일 하나 없는
팔자 좋은 여자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셨당께.
엄니 말로는 작은 새가 땀방울을 뚝뚝 떨어뜨리는 게 분명하다는 구먼.
사람 눈에는 안 보이지만서도."
이 말에 우리들은 즐겁게 킥킥대다가
남에게 들키면 안된다는 것을 깨닫고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콜린은 며칠 전에 속삭임과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는 규칙을 전달받았다.
콜린은 그 수수께끼같은 규칙이 마음에 들었고 지키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들뜨고 신 나는 와중에는 속삭이듯이 나지막이 웃기란 무척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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