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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콜린의 가슴 설렌 정원나들이 3

Joyfule 2017. 12. 23. 01:39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콜린의 가슴설렌 정원나들이 3  
     
    잠시 후, 보모가 콜린의 채비를 마쳤다.
    보모는 콜린이 옷을 입는 동안 통나무처럼 가만히 누워있는 대신에
    일어나 앉아 도와주려고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면서 콜린은 줄곧 나와 함께 이야기하고 웃었다.
    "오늘은 도련님 상태가 참 좋은 날이었어요."
    보모는 콜린을 진찰하러 들른 크레이븐 박사에게 말했다.
    "어찌나 기분이 좋으신지 더 튼튼해지셨다니까요."
    "그 애가 들어온 후 오후에 다시 들르겠어요."
    크레이븐 박사가 말했다.
    "외출이 얼마나 잘 맞는 지 봐야 하니까."
    그러면서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콜린이 간호사를 데리고 나가길 바라지만 말이지요."
    "그렇게 하라고 권하시는 거라면 전 그럼 여기 머무르기보다는 
    차라리 이 순간 환자를 포기하겠어요."
    보모는 갑작스레 결연하게 대답했다.
    "정말로 그렇게 해야 할지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의사는 살짝 불안을 내비치며 말했다.
    "실험을 해 봅시다. 
    디컨은 갓 태어난 아기라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소년이니까."
    저택에서 가장 힘센 시종이 콜린을 아래층으로 옮겨 휠체어에 앉혔고 
    디컨은 가까운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 하인이 무릎 깔개와 쿠션을 다 가져다 맞춰 준 후에, 
    어린 라자는 하인과 보모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제 물러가도 좋소."
    콜린이 말하자 보모와 하인은 재빨리 사라졌다.
    솔직히 말하면 두 사람은 집 안에 안전히 들어가자마자 킥킥거렸다.
    디컨은 휠체어를 천천히 흔들림 없이 밀기 시작했다.
    나 메리는 옆에서 따라 걸었고 콜린은 의자에 기대고 얼굴을 들어 하늘을 보았다.
    둥글게 휜 하늘은 드높았고 조그만 눈송이 같은 구름은
    수정같은 푸른 하늘 아래 날개를 쭉 펼치고 떠 있는 하얀 새처럼 보였다.
    부드러운 큰 숨결 같은 바람이 황야에서부터 쓸고 지나갔고 
    야생의 맑은 향기에 밴 달콤한 기운은 낯설었다.
    콜린은 가는 어깨를 꼿꼿이 세우고 공기를 들이마셨는데 
    커다란 눈은 소리를 드는 듯, 귀 대신에 소리를 듣는 듯했다.
    "노래하고 콧노래를 부르고 외치는 소리들이 아주 많아."
    콜린이 말했다.
    "바람에 실려 오는 이 향기는 뭐지?"
    "황야에 활짝 핀 히스 냄새야."
    디컨이 대답했다.
    "아! 오늘 히스에 붙은 벌들은 횡재했겠는데."
    우리들이 지나는 길 위에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모든 정원사나 정원사 조수들은 마법에 걸린 듯 사라졌다.
    하지만 우리들은 그저 수수께끼를 즐기기 위해 원래 계획한 길을 조심스럽게 따라갔다.
    우리들은 관목 사이의 길을 꾸물꾸물 들어갔다 나와서 분수 화단을 돌아갔다.
    그리고 마침내 담쟁이 덩굴 담이있는 긴 산책로 안으로 접어들었을 때는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는 전율에 다들 들뜬 나머지 굳이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목소리를 낮추고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바로 여기야."
    내가 나직한 숨소리처럼 말했다.
    "이전에 내가 오르락 내리락하며 궁금해하고 또 궁금해하던 곳."
    "여기야?"
    콜린이 외쳤다.
    눈은 열렬한 호기심을 담고 담쟁이덩굴을 탐색했다.
    "하지만 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콜린이 속삭였다.
    "문이 없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었어."
    내가 말했다.
    다음 순간 숨이 막힐 것 같은 아름다운 침묵이 흘렀고 휠체어가 계속 돌아갔다.
    "저기가 벤 웨더스태프가 일하는 정원이야."
    내가 설명했다.
    "그래?"
    콜린이 말했다.
    몇 미터 더 걸어가서 내가 다시 속삭였다.
    "여기가 바로 울새가 담 위로 날아간 곳이야."
    "그래?"
    콜린이 외쳤다.
    "아! 울새가 다시 날아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저기가..."
    나는 엄숙하게 기쁜 어조로 말하며 커다란 라일락 덤불 아래를 가리켰다. 
    "울새가 작은 흙더미 위에 앉아 열쇠가 있는 자리를 알려 준 곳이지."
    그때 콜린이 몸을 일으켜 앉았다.
    "어디? 어디? 저기?"
    소리 지르는 콜린의 눈은 동화 '빨간모자"에서 
    빨간모자가 굳이 물어봤을 때 늑대의 눈만큼이나 컸다.
    디컨이 멈춰 서자 휠체어도 멈췄다.
    "그리고 여긴."
    나는 담쟁이 가까이에 있는 화단에 섰다.
    "울새가 담위에 서서 지저귀자 내가 말을 걸려고 다가갔던 곳이야.
    그리고 이건 그때 바람이 불어 넘어갔던 담쟁이."
    그 말을 하면서 나는 늘어진 녹색 커튼을 잡았다.
    "아! 여기구나! 여기야!"
    콜린이 숨을 훅 들이켰다.
    "여기가 손잡이. 여기가 문, 디컨,안으로 밀고 들어가 빨리 가!"
    그때 디컨이 한번 세게, 흔들림 없이 멋지게 밀었다.
    콜린은 실제로 쿠션 위로 쿵 밀리긴 했지만 기뻐서 숨을 들이마셨다.
    콜린은 두 손을 눈에 대고 모두 완전히 들어가 
    휠체어가 멈출 때까지 아무것도 볼 수 없도록 꾹 눌렀다.
    ​문은 마법처럼 닫혔다.
    그때야 비로소 콜린은 손을 떼고 디컨과 메리가 그랫던 것처럼 두리번거리고 둘러보았다.
    벽과 땅, 나무와 흔들리는 나뭇가지, 
    덩굴 위에는 말랑한 작은 이파리들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초록색 너울이 기어갔다.
    나무 아래 풀숲과 나무들 사이의 움푹 들어간 자리에 놓인 회색 항아리, 
    여기저기 사방에는 금색과 자주색, 하얀색 꽃잎들이 점점이 흩어졌다.
    나무들은 분홍색과 눈 같은 흰색의 꽃들을 머리 위에 이고 서 있었다.
    날개가 파닥거리고 달콤하게 피리를 불고 콧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으며 달콤한 향기가 흐르고 흘렀다.
    콜린의 얼굴에 떨어진 햇살은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는 손길 같았다.
    나와 디컨도 감탄하며 가만히 서서 콜린을 바라보았다.
    분홍색으로 반짝이는 빛이 콜린의 상아색 얼굴과 목과 손을 
    포함한 온몸을 덮어 콜린은 아주 낯설고 다르게 보였다.
    "난 나을 거야! 나을 거라고!"
    콜린이 외쳤다.
    "메리! 디컨! 
    내 몸은 나을 거야!
    난 영원히 살 거야.
    영원히 언제까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