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9장 세상에서 가장 희한한 집 1
비밀의 화원 안의 풍경
그곳은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장소 중에서 가장 곱고
가장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화원을 두른 높다란 담은 잎사귀가 달리지 않은 덩굴장미로 덮였고,
굵다란 덩굴들은 서로 한데 얽혀 있었다.
나는 인도에서 여러 품종의 다양한 장미를 본 적이 있어서
이 꽃이 장미라는 것을 알았다.
땅에는 겨울을 나며 누렇게 변한 풀이 덮여 있고,
그 위에는 살아 있다면 장미 덤불일 관목들이 뻗어 있었다.
수직으로 곧게 자란 장미 여러 그루가 가지를 펼쳐 작은 나무처럼 보였다.
정원에는 다른 나무도 있었는데, 이곳이 기묘하고도 사랑스럽게 보이는 이유는
그 나무들에도 장미 덩굴들이 둘둘감고 올라가 긴 덩굴손을
마치 하느작거리는 커튼처럼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저기 덩굴장미들은 서로, 혹은 저 멀리 뻗친 가지를
둘둘 감고 얽혀 있었고 한 나무에서 다른 나무까지 이어져 예쁜 다리를 이루었다.
아직 그 덩굴에는 잎도, 장미도 맺혀 있지 않아서
살았는지 죽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가느다란 회색과 갈색의 잔가지들은 흐릿한 망초처럼
담, 나무, 심지어 누런 풀까지 사방을 덮다가 뚝 떨어져 내려 땅 위까지 늘어졌다.
이곳이 이렇듯 신비스럽게 보이는 까닭은
나무와 나무가 흐린 안개처럼 얼기설기 얽혀 있기 때문이었다.
난 이곳이 아마도 오랫동안 홀로 내버려졌기 때문에
다른 정원들과는 사뭇 다른 광경이지 않을까 상상했었다.
실로 이곳은 내가이제껏 본 어떤 장소와는 달랐다.
"참 고요하다!
참 고요하네."
난 잠깐 멈칫하며 이 고요에 귀를 기울였다.
나무 꼭대기로 날아갔던 울새도 다른 사물들과 마찬가지로 잠잠했다.
날개를 파닥거리지도 않았다.
울새는 움찔대지도 않고 앉아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고요한 것도 당연하지.
10년동안 여기서 말을 한 사람은 나뿐일 테니까."
난 나즉히 속삭였다.
난 기댔던 문에서 떨어지며 누구를 깨울까 두려운 사람처럼 살살 발을 내디뎠다.
발밑에 풀이 깔려 있어 발소리가 나지 않아 다행스러웠다.
난 나무사이에 걸린 요정 나라 같은 회색 아치문 아래로 걸어가
그것을 이루는 잔가지와 덩굴손을 올려다 보았다.
"다 죽어 버렸는지 궁금하네. '
이게 모두 완전히 죽은 정원일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벤이었다면 한번 흘끗 보기만 해도 나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겠지만,
지금은 오로지 회색과 갈색의 잘고 굵은 가지들에
아주 작은 새순 하나도 돋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 멋진 화원 안에 들어왔고 언제든 들어오고 싶을때면
담쟁이 덩굴 아래 문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나 만의 세계를 발견한 기분이었다.
햇빛이 네 개의 담 안으로 쏟아지고 이 미슬 스웨이트의 특별한 부분위의
높은 아치문 같은 푸른 하늘은 황야에서보다도 훨씬 더 환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울새가 나무 꼭대기에서 날아 내려와 콩콩 뛰며 돌아다니거나
나를 따라 이 덤불에서 저 덤불로 날아다녔다.
울새는 내게 구경이라도 시켜 주듯이
요란히 지저귀면서 부지런한 분위기를 풍겼다.
모두가 신기하고 조용했으며 다른 사람들로부터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듯했지만 전혀 쓸쓸하지 않았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면 이 장미들이 다 죽었는지 아니면
몇 개는 살아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잎과 꽃봉오리를 피울 것인지
알고 싶다는 바람뿐이었다.
여기를 죽어 버린 화원으로 내버려 두긴 싫었다.
아직도 살아 있는 화원이라면 얼마나 멋질까!
사방에 수천 송이 장미들이 피어나겠지!
줄넘기를 팔에 걸고 난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줄넘기로 이 화원을 다 돌아보면서
보고 싶은게 있을 때마다 멈추면 어떨까 생각했다.
여기저기 풀 길 같은 것이 나 있었고,
한두 군데 모퉁이에는 상록수 사이 후미진 공지에 돌의자가 놓여 있거나
이끼가 낀 높다란 꽃항아리가 있기도 했다.
이런 공지의 두 번째 모퉁이에 이르렀을 때 난 줄넘기를 멈추었다.
한때 화단이 있었던 자리 같았는데 검은 땅에 삐쭉 내밀어진 무언가가 보였다.
뾰족한 연녹색 끄트머리,
난 벤이 한 말을 기억하고 무릎을 꿇고 그것을 살폈다.
"아, 그래.
자그마한 새싹들이 자라고 있네.
크로커스나 스노드롭, 나팔 수선화일지도 몰라."
난 허리를 굽혀 가까이 얼굴을 들이 댄 후 축축한 흙의 신선한 향기를 킁킁 맡았다.
무척 마음에 드는 냄새였다.
"어쩌면 다른 곳에선 또 다른 꽃들이 나오고 있을 지도 몰라.
화원을 다 돌아보며 살펴야겠다."
이번에는 줄넘기를 하지 않고 걸었다.
난 땅에 시선을 꽂고 느긋하게 걸었다.
풀숲 사이의 오래된 가두리 화단을 들여다 보았다.
뭐하나 놓치지 않고 살피면서 한 바퀴 휙 돈 후에는
뾰족한 연두색 새순을 좀 더 발견하고 다시 무척 들떴다.
"아주 죽어 버린 화원은 아니야."
나는 조용하게 혼잣말로 외쳤다.
"장미가 죽었을 지는 몰라도 다른 건 다 살아 있어."
나는 원예에 관해선 아무것도 몰랐지만,
녹색 새순 끝이 밀고 나오는 어떤 땅에는 풀이 너무 우거져 있어
제대로 자랄 만큼 넉넉한 자리가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약간 날카로운 나뭇조각을 찾아 무릎을 꿇고 땅을 팠다.
그 둘레에 깔끔하고 깨끗한 공간이 조그맣게 만들어지도록 잡초와 풀을 솎아 냈다.
"이제 숨 쉴 수 있을거야.
좀더 많이 해 놓아야 겠다.
할수 있는 건 뭐든 해야지.
오늘 시간이 없으면 내일 와도 되니까."
난 맨처음 작업을 끝낸후 속삭였다.
난 여기 저기 옮겨 다니면서 땅을 파고 잡초를 솎았다.
무척 즐거워서 이 화단에서 저 화단으로 옮겨 다니면서
나무 아래 풀숲까지 들어갔다.
이렇게 운동을 하다보니 몸이 더워져서 난 외투와 모자를 벗어던졌고
나도 모르는 새 방그레 웃으면서 풀과 연두색 새순을 내려다보았다.
울새는 쉴 새 없이 분주했다.
울새는 누군가 자기 영역에서 풀을 기르고 가꾸면 무척 기뻤다.
새는 가끔 벤을 보고 감탄하곤 했었다.
정원 손질이 끝나면 흙이 뒤집혀져서
갖은 맛있는 먹을 거리들이 위로 나오기 마련이었다.
이제 벤의 덩치도 안 되는 생물이 나타나더니 똑똑하게도
자기 정원으로 들어와 금방 정원 가꾸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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