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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세상에서 가장 희한한 집 2

Joyfule 2017. 11. 12. 23:28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9장 세상에서 가장 희한한 집 2
       디컨에게 부탁 편지  
     
    나는 점심을 먹으러 갈 시간이 될 때까지 정원에서 열심히 일했다.
    사실, 늦게야 생각이 나서 외투를 입고 모자를 쓴후
    줄넘기를 집어 들었을 때는 두 세시간이나 일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내내 즐거웠다.
    이제 깨끗해진 자리에 수십 개씩 무리 지은 연두색 새순들이 
    여기저기 얼굴을 드러냈다.
    풀과 잡초에 짓눌려 있을 때보다 훨씬 기운차 보였다.
    "이따 오후에 돌아올 게."
    난 새로운 왕국을 둘러보며 나무와 장미 덤불에 귀라도 달려 있는 양 말했다.
    그런 후에는 풀 위를 가볍게 달려서 느릿하게 움직이는
    오래된 문을 열고 담쟁이 덩굴 사이로 슬쩍 빠져 나왔다.
    나의 볼이 발그레해지고 눈동자가 반짝거리는 데다 
    점심도 잔뜩 먹었기 때문에 마사가 기뻐했다.
    "고기를 두 조각에, 쌀푸딩을 2인분씩이나!
    어머나! 아씨가 줄넘기하고 기운이 펄펄 나더라는 얘기를 하면 
    엄니가 기뻐하시겄네."
    마사가 기뻐서 말했다.
    뾰족한 나뭇조각으로 땅을 파다가 나는 양파처럼 보이는 하얀 뿌리 같은 걸 파냈다.
    그걸 도로 제자리에 놓고 흙을 조심스레 톡톡 두드려 묻어 놓았는데, 
    난 마사는 그게 뭔지 알까 궁금했다.
    "마사, 양파처럼 생긴 하얀 뿌리는 뭐야?"
    "그건 알부리라고 하는 거라.
    여러 봄꽃들이 거기서 피어나요.
    아주 작은 건 스노드롭과 크로커스고 큰 건 하얀수선화,
    실잎 수선화, 나팔수선화 같은 것들이어요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건 백합과 자주붓꽃이어요.
    아! 얼마나 이쁜데요.
    디컨이 그 꽃들을 한가득 우리 정원에 심었지요."
    "디컨은 그 꽃들을 다 알아?"
    난 새로운 생각이 떠올라 물었다.
    "우리 디컨은 벽돌 길에서도 꽃을 피울 애여요.
    엄니 말로는 깨는 땅에서 솟아난 것들에게 속삭인다나?"
    "알뿌리는 오래 살아?
    아무도 봐 주지 않아도, 몇 년씩 오래 사는 거야?"
    난 불안하게 물었다.
    "알아서 잘 크는 것들이어요.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그걸 키울 여력이 없는 거라.
    굳이 건드리지만 않으면 다들 평생 땅 아래서 잘 버티면서 
    신나게 퍼져서 새 뿌리를 만들어 나가지요
    공원 숲 속에 스노드롭이 수천 송이 피는 곳이 있어요
    봄이 오면 요크셔에서 제일 예쁜 광경이지라.
    누가 맨 처음 그걸 거기에 심었는지는 몰러요."
    "여기도 지금 봄이었으면 좋겠다.
    영국에서 자라는 모든 꽃과 풀을 보고 싶어."
    난 밥을 다 먹은 후 난롯가 앞 깔개 위 가장 좋아하는 자리에 앉았다.
    "나 있잖아.
    작은 삽이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세상에 뭘 하시려고 삽이 필요하대요?'
    땅 파는 재미라도 들리셨나?
    엄니에게 이것도 말해 드려야 겄네."
    마사가 깔깔 웃었다.
    난 불을 바라보며 잠깐 생각했다.
    나 만의 비밀 왕국을 지키려면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딱히 무슨 나쁜 짓을 하려는 건 아니지만, 
    문을 열었다는 것을 알면 크레이븐 고모부가 노발대발 하시면서 
    새 열쇠를 만들어 영원히 잠가 버릴 것 같았다.
    그건 정말로 참을 수 없었다.
    "여긴 참 크고 쓸쓸한 곳이야."
    난 머릿속으로 그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며 천천히 말했다.
    "집도 쓸쓸하고 공원도 쓸쓸하고 정원도 쓸쓸하지.
    닫혀 있는 곳들이 너무 많고, 인도에서는 별로 많은 일을 하진 않았지만 
    구경할 사람은 더 많았어.
    원주민들도 있고 행진하는 군인들도 있고 말이야.
    가끔은 악단이 연주도 하고 유모가 이야기도 해 주고,
    여긴 마사와 벤 말고는 얘기할 사람도 없어.
    마사는 할일이 많고 벤은 나랑 얘기하려고 안해.
    작은 삽 하나만 있으면 나도 어디가서 벤처럼 땅을 팔수 있을 거야.
    그 다음에는 벤에게 씨앗을 좀 얻으면 나도 작은 정원을 가꿀 수 있을 거야."
    마사의 얼굴이 환해졌다.
    "바로 그거여요!
    제 엄니가 하신 말씀에도 그런게 있었지라
    '그 큰 집엔 땅이 남아 돌잖어.
    아씨에게 좀 떼어주면 어뗘.
    거기 파슬리랑 순무밖에 안 심는다고 해도 말이여.
    땅도 파고 갈퀴로 긁다 보면 좋아라 할 건디.'
    엄니가 바로 그런 말씀을 하셨다니께요."
    "그러셨어? 마사 엄마는 참 아는 것도 많으시다. 그렇지?"
    "두 말 마셔라!
    엄니가 종종 하시는 말씀이랑 비슷하네요.
    '여자가 애를 열둘이나 키우다 보면 알파벳 말고도 배우는 게 있는 법이여.
    애들은 수학만큼이나 공부할 게 많으니께.'
    "삽은 얼마나 해?  작은 건?"
    "음."
    마사가 곰곰히 따져 보며 대답했다.
    "스웨이트 마을에 가게가 하나 있나 그런데 거기 삽이랑 갈퀴랑 쇠스랑이랑 
    다해서 2실링에 파는 작은 원예세트가 있는 거 봤어라.
    그래도 쓸만허니 튼튼해 보이던디."
    "지갑에 그보다 돈은 좀 더 있을거야.
    모르슨 부인이 5실링 줬고 메들록 부인도 크레이븐 고모부에게 받았다는 돈을 줬거든."
    "그래도 주인님이 아씨를 그 정도는 생각하시는 갑네요?
    마사가 외쳤다.
    "메들록 부인 말로는 일주일에 용돈으로 1실링을 받게 된대.
    나한테 토요일마다 줘.그런데 그동안엔 쓸데가 없어서."
    "아이고머니나!  부자시네!
    그거면 세상에 원하는 건 뭐든 살수 있겄어요.
    우리 집세가 3페니 밖에 하지 않는데, 
    그걸 벌려면 똥줄 빠지도록 일해야 하는 데 말이어라.
    좋은 생각이 하나 났구먼요."
    마사는 두 손을 허리에 짚었다.
    "뭔데?"
    난 몹시 궁금해서 물었다.
    "스웨이트 마을에 있는 가게에선 씨앗 봉투 하나당 1페니에 팔어라.
    우리 디컨은 그중 가장 예쁜 꽃이 뭔지도 알고 어떻게 키우는 지도 알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스웨이트에 재미삼아 걸어가니께요.
    활자체 쓰는 법 아시지라?"
    마사가 불쑥 물었다.
    "글씨 쓰는 법 알아."
    내가 대답했다.
    마사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디컨은 활자체밖에 못읽어라.
    아씨가 활자체로 또박또박 편지를 써서 걔한테 가서
    원예도구랑 씨앗이랑 한번에 사오라고 부탁해 보셔라."
    "아, 마사는 참 착하구나!
    정말이야!? 그동안은 마사가 얼마나 다정한지 몰랐지 뭐야.
    노력하면 활자체로 편지 쓸 수 있을 거야.
    메들록 부인에게 펜과 잉크, 종이를 받아오자."
    "저도 제 필기도구가 있구먼요.
    엄니에게 일요일이면 편지를 보내려고 샀어라.
    제가 가서 가져오지라."
    마사가 방에서 뛰어나가자 난 불가에 서서 무척 기쁜 나머지 
    가늘고 작은 손을 맞잡고 배배 꼬았다.
    "삽만 있으면 흙을 더 잘 갈고 잡초를 파낼수 있을 거야.
    씨앗이 있으면 꽃을 기를수 있을 거고 더 이상 죽은 곳이 아니겠지.
    살아 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