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8장 비밀의 화원 안내자 울새 3
줄넘기는 참 근사한 장난감이었다.
나는 얼굴이 발그레해질 때까지 숫자를 세면서 폴짝 뛰기를 반복했다.
태어나서 이처럼 재미있었던 건 처음이엇다.
햇빛이 반짝이고 바람이 살짝 불어왔다.
거친 바람이 아니라 활기찬 솔솔바람으로 갓 갈아엎은 흙의 신선한 냄새가 실려왔다.
난 정원 분수 주위를 줄넘기를 넘으며 돌고 오솔길을 따라 오르내렸다.
급기야는 채소밭에서 줄넘기를 뛰다가 벤이 땅을 파면서
주변에서 콩콩 뛰어다니는 울새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줄을 넘으면서 다가가자 벤은 고개를 들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난 벤이 나를 알아볼까 궁금했다.
줄넘기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이쿠! 깜짝이야!
결국 아씨도 애는 이로구먼.
핏줄 속에 쉰 탈지유만 든 줄 알았더니 그래도 애들 피가 흐르고 있었어.
줄넘기를 하면 얼굴이 발그레 혈색이 돌제.
내 이름이 벤인 것 맹키로 확실한 얘기여.
아씨가 그렇게 줄을 넘을 수 있다고 해도 못 믿을 건디."
벤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이 전에는 줄넘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
막 시작한 거에요.
이제 겨우 스무 번밖에 넘지 못하는 걸요."
"계속 뛰시라고.
이교도들이랑 산 애한테는 줄넘기를 하는게 몸에 좋을 거니께.
쟤가 아씨 바라보는 것 좀 보소."
벤은 고개를 까딱하며 울새를 가리켰다.
"어제 아씨를 쫄래쫄래 잘 따라다니더만, 오늘도 아마 그럴거여.
줄넘기가 뭔지 알아내려고 마음을 먹었을 테니,
저런 거 한 번도 본적이 없으니께. 응?
하지만 너 정신 바짝 차리고 조심하지 않으면 호기심 땜시 언젠가 큰코 다칠 거다."
벤은 새를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내둘렀다.
난 몇분마다 쉬어 가며 줄을 넘으면서 온갖 정원과 과수원을 빙빙 돌았다.
마침내는 나 만의 특별한 오솔길로 접어들었다.
난 그 길을 쉬지 않고 줄을 넘으며 갈수 있는지 시험하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러자면 한참 줄을 넘어야 했다.
느릿하게 시작하기는 했지만 반도 가기 전에 너무 덥고 숨이 차서 멈춰야만 했다.
그렇다고 크게 실망스럽진 않았다.
벌써 서른 번은 뛰었으니까.
재미있어서 키득키득 웃으며 멈춰 섰더니, 어찌 된 영문일까.
울새가 기다란 담쟁이 덩굴 위에서 흔들흔들 앉아 있었다.
울새는 나를 따라온 모양으로 짹짹 지저귀며 인사했다.
줄을 넘으며 울새에게 다가가면서 난 풀쩍 뛸때마다
주머니에서 뭔가 묵직한게 쩔렁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난 울새를 보고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너 어제 내게 열쇠 있는 곳을 알려 주었지.
오늘은 문 있는 곳을 알려주렴. 하지만 네가 알리 없지!"
내가 울새에게 말을 걸었다.
울새는 흔들리는 담쟁이 덩굴에서 휙 날아올라 담 위로 내려 앉더니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양 부리를 벌리고 크게 소리 내어 아름답게 찌르륵 거렸다.
허세를 부리는 울새만큼 세상에 사랑스럽고 예쁜 건 없었다.
게다가 이 새들은 거의 늘 허세를 부리는 편이었다.
난 유모의 이야기 속에서 마법에 관해 많이 들었기 때문에
바로 그 순간에 일어난 사건은 나에게 바로 그 마법처럼 보였다.
온화한 흔들바람이 휙 오솔길로 불어왔다.
다른 번보다 좀 더 거센 바람이었다.
그 힘에 나뭇가지가 떨리고 벽을 덮고 내려오는 무성한 담쟁이 덩굴이 뒤흔들 정도였다.
내가 울새에 가까이 갔을 때 불현듯 세찬 바람 한 줄기가 옆에서 불어와
느슨히 드리운 담재이 덩굴을 흔들었고,
난 느닷없이 그 덩굴로 폴짝 뛰어가 손으로 잡았다.
그렇게 한 이유는 그 아래서 무언가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길게 늘어진 이파리로 덮은 둥근 손잡이, 어떤 문의 손잡이 였다.
난 나뭇잎 아래애 두 손을 넣고 손잡이를 잡아 당기기도 하고 옆으로 밀기도 해보았다.
담쟁이 덩굴이 두껍게 덮고 있어서 느슨히 흔들리는 커튼 같았지만
그중 몇 개는 나무와 철로 된 무엇 위를 기어가고 있었다.
내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고 기쁘고 신이 나서 손이 바르르 떨렸다.
울새는 나 만큼 신이 나는 듯 계속 노래하고 지저귀면서 머리를 옆으로 갸웃했다.
손 아래 잡히는 이것은 무얼까?
각이 지고 쇠로 만들어졌으면 손가락에 구멍이 잡히는 이것은?
그 구멍은 10년 동안이나 잠겨있던 문의 자물쇠 구멍이었다.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열쇠를 꺼내서 구멍에 맞는지 넣어보았다.
열쇠를 넣고 옆으로 돌렸다.
그러기 위해 두 손을 써야 했지만 돌아가긴 돌아갔다.
그런 다음 난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누구오는 사람이 없나 뒤편 오솔길을 쓱 둘러보았다.
아무도 오지 않았다.
이쪽으로 왔던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난 다시 한 번 자기도 모르게 심호흡을 하고
하느작 거리는 담쟁이덩굴 커튼을 걷은 후 문을 뒤로 밀었다.
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열렸다.
그런 후 난 슬쩍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기대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흥분과 놀람, 즐거움으로 숨이 마구 빨라졌다.
나는 바로 비밀의 화원 안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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