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제14장 어린 독재자 콜린 3
나약한 마음의 콜린
"왜 그렇게 봐? 무슨 생각 하는 거야?"
"두 가지 생각을 하는 중이야."
"뭔데? 앉아서 얘기 해봐."
"첫번째 건 이거야."
나는 등받이가 없는 커다란 의자에 앉았다.
"내가 인도애 있을때 라자(인도의 왕이나 영주)라는 소년을 본적이 있어
라자는 루비와 에메랄드, 다이아몬드를 온몸에 달고 있더라.
걔는 자기 백성들에게 네가 방금 마사에게 말하듯이 했어.
모두 라자가 시키는 건 다해야만 해.
얼른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아마 사형당하는 것 같아."
"그럼 라자 얘기는 좀 있다 듣자."
콜린이 말했다.
"하지만 먼조 두번째 생각이 뭔지 말해 줘."
"내가 하고 있었던 생각은, 너랑 디컨이 얼마나 다른지 하는 거였어."
"디컨이 누군데? 참 이름도 이상하다!"
나는 콜린에게 말해 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밀의 화원 얘기를 하지 않아도 디컨 이야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마사에게서 디컨 얘기를 듣는게 좋았었다.
게다가 자기가 디컨 얘기를 하고 싶어서 좀이 쑤셨다.
그러면 디컨을 좀더 가까이 데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디컨은 마사의 남동생이야. 열 두살이고."
내가 설명했다.
"세상 어떤 사람과도 똑같이 않아.
인도 원주민들이 뱀을 부리듯이 여우와 다람쥐, 새들을 부릴 수가 있어.
디컨이 피리로 아주 부드러운 음악을 연주하면 동물들이 와서 들어."
콜린 옆의 탁자에는 큰 책들이 놓여 있었는데,
콜린이 갑자기 그중 하나를 끌어왔다.
"여기 뱀 부리는 사람 그림이 있어."
콜린이 외쳤다.
"와서 봐."
그것은 멋진 컬러 삽화가있는 아름다운 책이었고,
콜린은 책장을 넘겨 그중 하나를 보여 주었다.
"디컨이 그것도 할 수 있어?"
콜린이 열띤 표정으로 물었다.
"디컨이 피리를 불면 동물들이 와서 들어."
내가 설명했다.
"하지만 디컨은 마술이라고 하지 않아.
디컨 말로는 황야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동물들의 방식을 안다고 했어.
가끔은 자기가 새나 토끼가 아닌가 하는 기분이 든대.
동물을 무척 좋아하고 울새에게 질문도 하는 것같더라.
새처럼 지저귀면서 서로 얘기하는 것처럼 보여."
콜린은 쿠션에 기댔다.
눈동자는 점점 커졌고 뺨의 반점은 타는 듯 열이 올랐다.
"걔 애기 좀 더 해 봐."
콜린이 말했다.
"디컨은 새아로가 둥지에 대해선 모르는 게 없어."
나는 말을 이었다.
"여우와 오소리, 수달이 사는 곳도 알아.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구멍을 찾아 동물들을 겁먹게 하지
못하도록 비밀로 하고 있어.
디컨은 황야에서 자라거나 사는 건 뭐든지 알아."
"걔는 황야를 좋아해?"
콜린이 말했다.
"그렇게 거대하고 메마르고 쓸쓸한 곳인데도 어떻게 황야를 좋아할 수 있어?"
"정말 아름다운 곳이야."
내가 반박했다.
"수천 가지 아름다운 것들이 자라고 수천 마리 작은 동물들이
바쁘게 둥지를 짓고 구멍과 굴을 파고 있어.
서로 짹짹거리고 노래하고 꺅꺅 얘기를 해.
다들 무척 바쁘고 땅밑이나 나무 속, 히스 덤불 속에서 재미있게 놀아.
거긴 동물들의 세계야."
"넌 그걸 다 어떻게 알았어?"
콜린은 팔꿈치를 괴고 몸을 돌리면서 나를 보았다.
"나도 진짜로 거기가 본 적은 없어."
나는 갑자기 기억을 되살렸다.
"딱 한 번. 어둠 속에 마차를 타고 지났을 뿐이야.
그땐 거기가 끔찍한 곳이라 생각했어.
마사가 처음 내게 황야 얘기를 해 주었고 그 다음엔 디컨이 해줬어.
디컨이 그 얘기를 해주면 직접 보고 들은 것 같아,
해님이 따뜻이 빛나고 꿀같은 가시금작화 향기가 풍기며
벌과 나비가 윙윙 나라다니는 히스 속에 서 있는 것처럼."
"너도 병을 앓으면 아무것도 보지 못할 거야."
콜린은 안절부절 못하며 말했다.
콜린은 마치 저 멀리에서 새로운 소리를 듣고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방 안에 있으면 보려야 볼 수도 없잖아."
내가 말했다.
"난 황야에 갈 수 없어."
콜린의 말투는 분개한 것에 가까웠다.
나는 잠시 아무말 하지 않다가 대담하게 대꾸했다.
"가게 될 거야. 언젠간."
콜린은 화들짝 놀란 듯 꿈틀거렸다.
"황야에 간다고 내가! 어떻게?! 난 죽을텐데."
"어떻게 알아?"
나는 동정심이라고는 없는 태도로 대꾸했다.
나는 콜린이 죽는 다는 얘기를 그렇게 하는 것이 싫었다.
딱히 동정하고 싶지도 않았다.
콜린이 그 사실을 뽐내듯 말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 어린시절 기억이 있는 때부터 항상 듣던 말인걸."
콜린은 언짢은 기색으로 대답했다.
"사람들은 항상 수군거리면서 내가 모르는 줄 알아.
또 내가 죽기를 바라고."
나는 정말 삐딱한 기분이 들었다.
입술을 꽉 다물었다.
"사람들은 네가 죽길 바라는지 몰라도 난 아냐.
네가 죽길 바라는 사람이 누구야?"
"하인들이랑 물론 크레이븐 삼촌,
내가 죽으면 더 이상 가난뱅이가 아니라 부자가 될테니까.
삼촌은 감히 그런 말을 입밖에 내지 못하지만
내 상태가 나빠지면 아주 기운이 넘치는 것 같거든.
내가 장티푸스에 걸렸을 때 삼촌 얼굴이 포동포동 해졌어.
아빠도 내가 죽길 바라는 것 같고."
"내 생각엔 안 그래."
나는 꽤 고집스럽게 우겼다.
그 말에 콜린은 다시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네 생각엔 아니야?"
그러더니 다시 쿠션에 기대며 생각에 빠진 양 가만히 있었다.
참으로 오랜 정적이 흘렀다.
어쩌면 둘 다 보통의 아이들은 생각하지 않는
이상한 생각을 하는 어린이들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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