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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울새의 둥지 짓기 1

Joyfule 2017. 12. 6. 01:40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울새의 둥지 짓기 1   
     
    일주일 더 비가 온 후에 높다란 아치문 같은 파란 하늘이 나타났고 
    쏟아져 내리는 햇볕은 꽤 뜨거웠다.
    그동안엔 비밀의 화원이나 디컨을 볼 기회가 없었지만 나는 즐겁게 보냈다.
    한 주가 그렇게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매일 몇 시간씩 콜린의 방에서 
    라자나 정원,디컨, 황야의 오두막 이야기를 하며 함께 보냈다.
    나랑 콜린은 멋진 책과 그림을 함께 보았다.
    가끔은 내가 콜린에게 책을 읽어 주었고, 
    가끔은 콜린이 조금 읽어주기도 했다.
    콜린이 재미있어 하고 흥미를 보일때면 
    나는 콜린이 전혀 병자같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다만 얼굴에 핏기가 없고 항상 소파에 앉아 있을 따름이었다.
    "아씨는 나이도 어리면서 참 깜찍하군요.
    간밤처럼 소리를 듣고 침대에서 나가 그런 짓을 하다니."
    메들록 부인은 한번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게 우리 많은 사람들에게 잘 된 일이 되었네요.
    아씨랑 친구가 된 이후로 도련님은 뼛성도 내지 않고 징징대지도 않으니까요.
    보모도 도련님에게 이제 질려서 그만두고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이제 아씨가 함께 봐주니까 계속 있어도 되겠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부인은 조금 웃었다.
    콜린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비밀의 화원에 대해선 아주 조심하려 했다.
    콜린에게서 알아내고 싶은 것들이 있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고 알아내야만 할 것 같았다.
    먼저, 나는 콜린과 함께 있는게 좋아지자 
    콜린이 비밀을 털어놓아도 될 만한 소년인지를 알고 싶었다.
    콜린은 디컨과는 조금도 비슷하지 않았는데, 
    확실히 아무도 모르는 정원이라는 생각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아서 
    나는 어쩌면 콜린을 믿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확신할 만큼 콜린과는 잘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었다.
    내가 알아내고 싶은 두번째는 이것이었다.
    만약 콜린을 믿을 수 있다면, 정말로 믿을 수 있는 소년이라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콜린을 정원으로 데려갈 수 있지 않을까?
    훌륭한 의사 선샌냄은 콜린이 신선한 공기를 쐬어야 한다고 했고
    콜린도 비밀의 화원에서라면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건 싫지 않다고 했다.
    어쩌면 콜린이 신선한 공기를 많이 마시고 
    디컨과 울새와 친해지고 자라는 식물들을 본다면 
    죽는다는 생각을 그리 많이 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나는 요사이 거울에 내 모습을 가끔씩 비춰 보면서 
    인도에서 막 도착했을 때의 아이하고는 
    사뭇 다른 존재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곤 했다.
    이 아이는 좀더 좋아 보였다.
    심지어 마사도 나의 변화를 알아차렸다.
    "황야 공기가 진즉부터 아씨 몸에 좋았는가 보네요."
    마사가 말했다.
    "이제 그렇게 누리끼리하지 않고 삐쩍 마르지도 않았구먼요.
    머리카락도 머리에 축 늘어져 붙어있지 않고, 
    머리에 힘이 생겨서 약간 바깥으로 뻗게 되었는디요."
    "나랑 똑같아."
    내가 말했다.
    "더 튼튼해지고 더 살이 통통해진 거지.
    머리숱도 좀더 많아진 것 같아."
    "확실히 그렇게 보이네요."
    마사가 내 얼굴 둘레에 떨어진 머리를 약간 부풀리면서 말했다.
    "이리되고 볼도 발그스레하니 아씨는 이젠 예전맹키로 못생기지 않구먼요."
    정원과 신선한 공기가 나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다면 콜린에게도 좋을지 몰랐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을 콜린이 싫어한다면 
    디컨도 만나고 싶지 않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쳐다본다고 왜 그렇게 화를 내는거야?"
    나는 어느날 물어 보았다.
    "항상 싫었어."
    콜린이 대답했다.
    "아주 어렸을 때도, 그러다 언제 한번은 해변에 간 적이 있었는데 
    난 휠체어에 누워만 있었어.
    그랬더니 모두들 쳐다보는 거야.
    여자들은 대화를 하다가 말고 보모에게 말을 걸었고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기 시작했어.
    그때 그 사람들이 내가 오래 살아서 어른이 되지 못할 거라는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가끔 그 아줌마들은 내 뺨을 쓰다듬으며 '불쌍한 것 같으니'라고 하기도 했어!
    언젠가 한번은 한 아줌마가 그러길래 
    나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면서 손을 물어 버렸지.
    그랬더니 기겁하고 도망가 버렸어.
    "그 아줌마는 네가 개처럼 미쳤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나는 별로 칭찬하지 않는 말투로 이야기했다.
    "그 아줌마가 어떻게 생각했든 상관안했어."
    콜린은 얼굴을 찡그렸다.
    "내가 네 방에 들어왔을 때 어째서 
    네가 비명을 지르며 물지 않았는지 모르겠는걸."
    그러면서 나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난난 네가 유령이나 꿈이라고 생각했어."
    콜린이 말했다.
    "유령이나 꿈을 물 순 없잖아.
    비명을 질러도 눈 하나깜짝 안할 테고."
    "혹시... 어떤 남자애가 널 쳐다본다면 싫어할 거야?"
    내가 자신감 없이 물었다.
    콜린은 쿠션에 등을 기대면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한 명은 괜찮아."
    콜린은 마치 한 마디 하나하나를 생각하듯 천천히 말했다.
    "싫어하지 않을 애가 한 명은 있어.
    여우가 사는 곳을 아는 애. 디컨."
    "네가 싫어하지 않을 줄 알았어."
    내가 말했다.
    "새들과 다른 동물들도 싫어하지 않는다면서."
    콜린은 여전히 곰곰이 생각하며 말했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싫어하지 않는 지도 몰라.
    걔는 동물을 홀리고 나는 새끼 동물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러면서 콜린이 웃음을 터뜨려서 나도 덩달아 웃어버렸다.
    사실 그 이야기는 둘 다 웃음을 터뜨리고 
    자기 굴에 숨어 있는 새끼 동물이라는 생각은 
    참 우습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