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울새 둥지 짓기 2
다시 만나도 반가운 디컨
그 후에 나는 디컨에 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시 푸른 하늘이 뜬 첫날 아침, 나는 일찍 깨어났다.
햇살이 비스듬한 빛으로 블라인드를 통해서 쏟아져 들어왔고
그 광경엔 뭔가 즐거운 기운이 돌아서 나는 침대에서 풀쩍 뛰어 창문으로 뛰어갔다.
블라인드를 걷고 창문을 열었더니 신선하고 향기로운 바람이 훅끼쳐 왔다.
황야는 푸르렸고 온 세상은 마법이 일어난 듯 보였다.
마치 수십마리 새들이 음악회를 위해 조율하듯,
여기저기 사방에서 부드럽고 작은 삘리리 삘리리 소리가 들렸다.
나는 창문 박으로 손을 내밀어 햇빛 속으로 들어 올렸다.
"따뜻해, 따뜻하잖아."
나는 혼잣말했다.
"이렇게 따뜻하니까 새순이 위로 위로 밀고 나올 수 있을 거야.
구근과 뿌리들이 움직이며 온 힘을 다해 땅속에서 싸울거야."
나는 무릎을 꿇고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창밖으로
몸을 내밀어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공기 냄새를 킁킁 맡다가 디컨의 어머니가 디컨 코가
마치 토끼처럼 떨린다고 했다는 말을 기억하고 음을 터뜨렸다.
"지금은 아주 이른 시간일 거야."
나는 중얼거렸다.
"작은 구름들이 모두 분홍빛이고 이런 하늘은 처음 보니까,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어.
마구간지기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아."
갑잡스럽게 어떤 생각이 떠올라 나는 벌떡 일어섰다.
"기다릴 수 없어! 정원을 보러 가야겠다!"
나는 이제 혼자 옷 입는 법을 익혔기 때문에 5분만에 옷을 입었다,
혼자 빗장을 딸수 있는 작은 옆문을 알고 있어서
양말만 신은 채 아래층으로 나는 듯 내려가 현관 앞에서 신발을 신었다.
나는 사슬을 풀고 빗장을 미후 잠긴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자 나는 한 번에 계단을 뛰어내 잔디밭 위에 섰다.
이제 잔디는 푸릇푸릇하게 변했고 머리 위에는 햇볕이 쏟아지고
주변에는 따뜻하고 달콤한 바람이 감돌았으며
모든 덤불과 나무에서 삘리리 삘리리 지지배배 우짓는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순수한 기쁨에 젖어 두 손을 꽉 맞잡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척이나 푸른 하늘엔 분홍색과 진줏빛, 하얀 색이 뒤섞였으며
봄날의 빛이 넘쳐흘러서 나도 삘리리 삘리리 큰 소리로 노래해야 할것 같은 기분이니
지빠귀와 울새와 종달새들은 오죽할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관목을 돌아 길 사이를 따라가며 비밀의 화원으로 향했다.
"벌써 모두 달라졌어."
나는 혼잣말을 했다.
"풀은 더 푸르러지고 식물들은 여기저기서 솟아나고
덩굴이 뻗어 가고 녹색 이파리 새순이 보이고 있어.
오늘 오후엔 디컨이 틀림없이 오겠지."
오랫동안 따뜻한 비가 내리면서 보도 옆에
낮은 벽으로 구분해 놓은 초본 화단에 기이한 변화가 일어났다.
식물의 뿌리로부터 싹이 나서 밀고 나왔고
여기저기 크로커스 줄기 사이에 푸른 빛이 도는
자주색과 노란색 식물이 움튼 것이 흘긋 보였다.
여섯 달 전이었다면 나는 세상이 어떻게 깨어나는지 보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문이 담쟁이 덩굴 아래 숨겨져 있는 장소에 이르렀을 때,
기이하게 큰 소리가 들려 나는 화들짝 놀랐다.
까옥거리는 소리, 까마귀가 까옥까옥 우는 소리가 벽 위에서 났다.
내가 올려다보니 커다랗고 깃털이 반드르르한 흑청색 새가
아주 영리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전에는 한 번도 이처럼 가까이에서
까마귀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약간 불안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새는 날개를 펼치더니 퍼덕거리며 정원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나는 까마귀가 정원 안에 머무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문을 밀었다.
정원 안으로 들어갔을 때,
나는 까마귀가 여기 붙어있을 작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는 작달막한 사과나무 위에 내려앉았는데
사과나무 아래에는 꼬리가 북슬북슬한, 불그스름한 동물이 앉아 있었고
둘 다 수그리고 있는 디컨의 적갈색 머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디컨은 풀 위에 무릎을 꿇고 열심히 일하는 중이었다.
나는 풀 위를 날듯이뛰어 디컨에게로 갔다.
"아! 디컨! 디컨!"
내가 소리를 질렀다.
"어떻게 여기 이렇게 일찍 왔어?!
해가 막 솟았을 뿐인데!"
디컨은 환히 웃으며 부스스한 모습으로 일어났다.
눈동자가 마치 하늘 조각 같았다.
"어!"
디컨이 말했다.
"난 해님보다도 훨씬 먼저 일어나는 걸.
어떻게 침대에서 미적거리고 있을 수가 있겠어!
세상은 오늘 아침 다시 시작했는데,
침대에 누워있지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나오라고 세상이 움직이고
콧노래를 부르고 득득 긁고 피리를 부르고 둥지를 짓고 향기를 내뿜더라고,
해님이 퍼뜩 뛰어올랐을 때, 황야는 기뻐 날뛰며 댕겼어.
나는 히스 한가운데 있었는디,
고함 지르고 노래하면서 나도 미친 사람맹키 뛰어왔지.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어 가지고,
와, 정원이 여기 누워서 기다리고 있는 거여!"
나는 자기가 뛰어온 양 숨을 헐떡이면서 두 손을 가슴에 얹었다.
"아, 디컨! 디컨!"
내가 말했다.
"나 무척 행복해서 숨도 쉴 수가 없어!"
디컨이 낯선이와 얘기하는 걸 보나 꼬리가 북슬북슬한 작은 동물은
나무 아래에서 일어나 디컨에게 가까이 갔고,
까마귀는 한 번 까옥 울더니 나뭇가지에서 날아와 조용히 디컨의 어깨에 내려앉았다.
"이건 여우 새끼여."
디컨은 불그스름한 꼬마 동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름은 대장이여,
여기는 검댕이, 검댕이는 나와 함께 황야를 날아왔고
대장은 사냥개에게 쫓기는 거맹키로 뛰어왔어.
둘다 나랑 똑같은 기분이었나 본께."
이 동물 둘 다 나를 전혀 무서워하지 않는 양 쳐다보았다.
디컨이 걸어다니기 시작하자 검댕이는 어깨에 가만히 앉아 있었고
대장은 조용히 옆에서 졸졸 따라다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