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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울새 둥지 짓기 4

Joyfule 2017. 12. 9. 10:33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울새 둥지 짓기 4  
     
    "우리가 다른 얘길 하면 더 좋아할 거여."
    디컨이 말했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뭔디?"
    "음, 디컨은 콜린 알아?"
    내가 속삭였다.
    디컨은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보았다.
    "콜린 도련님에 대해 뭘 알아낸겨?"
    "만났어. 
    이번 주엔 매일 이야기도 했어.
    콜린이 나한테 와 달라고 했어.
    나랑 같이 있으면 몸이 아프고 곧 죽게 된다는 걸 잊어버린대."
    놀라움이 디컨의 둥근 얼굴에서 스러져 나가자마자 
    디컨은 실로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잘됐구먼."
    디컨이 외쳤다.
    "정말 기뻐. 그럼 내가 좀더 편해지겄네.
    도련님 얘기를 하면 안된다는 것은 알지만, 난 뭔가 숨기는 건 싫거든."
    "화원 얘기를 숨기는 건 싫지 않아?"
    내가 물었다.
    "그 얘긴 절대 하지 않을 거여.
    하지만 어머니에겐 말했어.
    '엄니, 나 지켜야 할 비밀이 있어라.
    나쁜 건 아니고, 엄니도 그건 알지요?
    새의 둥지를 숨기는 거나 비슷한 거여라.
    그 정도는 괜찮겄죠? 괜찮아라?' 하고"
    ​나는 항상 디컨 엄마 얘기를 듣는 게 좋았다.
    "엄마가 뭐라 그러셨어?"
    어머니의 대답을 듣는데 전혀 거리낌이 들지 않았다.
    디컨은 마음 좋게 싱긋 웃었다.
    "엄니 다운 말씀을 하셨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웃더니 이러시더라.
    '응, 얘야. 얼마든지 비밀을 지키려무나.
    난 너를 열두 해나 봐 왔으니께."
    "콜린에 대해선 어떻게 알았어?"
    "크레이븐 주인님을 아는 사람이면 
    모두 그처럼 몸이 불편한 꼬마가 있다는 걸 알아.
    크레이븐 주인님이 그 얘길 하는 걸 싫어하신다는 것도 알고, 
    사람들은 크레이븐 주인님이 불쌍타 생각혀.
    크레이븐 마님은 정말 이쁘고 젊은 분이셨고, 두 분이 서로 참 정다웠거든.
    메들록 아줌니는 스웨이트에 갈때마다 우리 집에 들려.
    우리 애들이 있어도 거리낌 없이 얘기하지.
    우리 얘들이 믿을 만한 애들로 자랐다는 걸 알거든.
    아씨는 어떻게 알았어?
    마사 누나는 지난번에 집에 왔을 때 아주 곤란해 죽으려고 혔어.
    아씨가 도련님이 칭얼대고 우는 소리를 듣고 물어보는데 
    뭐라고 대답 할 말을 모르겠다면서."
    ​나는 그 한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바람이 휘불어서 잠에서 깼는데 저 멀리에서 보채는 목소리가 들려 
    초를 들고 어두운 복도를 따라갔더니 침침하게 불을 밝힌 방의 문이 열려 있고 
    그 방 한구석엔 조각 무늬가 있는 네 기둥 침대가 있더라는 것,
    내가 조막만한 상아색 얼굴에 특이하게 둘레가 까만 눈을 묘사하자
    디컨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 눈은 마님 눈하고 똑같어.
    다만 마님 눈은 늘 웃고 있었다고 사람들이 그러대."
    디컨이 말했다.​
    "크레이븐 주인님이 도련님이 깨어 있을 땐 보지 못하는 이유는 
    눈이 엄마랑 똑같아서라고 
    그런데 도련님의 불쌍한 얼굴에서는 꽤 다르게 보인다나."
    "콜린이 죽기를 바란다고 디컨도 생각해?"
    내가 속삭였다.
    "아니, 다만 도련님은 아예 태어나질 않았으면 좋았겄다 생각은 하겄지.
    엄마 말로는 아이한테는 세상에서 가장 나쁜일이라고, 
    부모가 원치 않는 아이는 무럭무럭 자랄 수가 없다고 그러셨어.
    크레이븐 주인님은 그불쌍한 도련님에게 돈으로 살수 있는 건 뭐든 사주지만 
    도련님이 이땅에 있는 것도 까맣게 잊어불고 싶어 하셔.
    뭣보다도 언젠가 아들을 보았는데 곱사등이로 자라 있을까봐."
    "콜린도 일어나 앉을 수 없게 될까봐 그걸 두려워 하더라."
    내가 말했다.
    "항상 등에서 혹이 솟아 나오는 느낌이 나면 미쳐서 
    비명을 지르며 죽어 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대."
    "어이쿠!
    거기 누워서 그런 생각만 하면 안 될터인디."
    디컨이 말했다.
    "그런 생각만 하고 있으면 어떤 애든 병이 나을 리가 없제."
    여우는 디컨 옆 풀밭 위에 누워서 이따금씩 
    쓰다듬어 달라는 듯 고개를 쳐들어 위를 보았다.
    디컨은 허리를 굽히고 여우의 목을 부드럽게 문지르며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디컨은 고개를 들더니주변을 둘러보았다.
    "맨 처음 우리가 여기 왔을 땐 온통 회색뿐이었는데. 이제 돌아봐.
    달라진게 없다고 하려도 할 수 없을 걸."
    나는 두리번거리다 숨을 약간 멈췄다.
    "와!"
    내가 외쳤다.
    "회색담이 달라지고 있어.
    초록색 물안개가 서서히 끼고 있는 것 같아.
    초록색 얇은 너울을 씌운것 같아."
    "그래."
    디컨이 말했다.
    "게다가 점점 푸르게 변해서 나중에는 회색이 다 사라질 거여.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것지?"
    "뭔가 좋은 거라는 건 알겠어."
    나는 열렬히 대답했다.
    "콜린에 대한 거겠지?"
    "도련님이 일단 여기 나오면 등에서 혹이 자라나 안 자라나 
    그것만 줄창 보고 있진 않을 거라는 생각을 혔어.
    대신 장미 나무에 봉오리가 피나 보겄지.
    그러다 보면 훨씬 더 건강해질 거고."
    디컨이 설명했다.
    "여가 나와서 나무 아래 휠체어를 놓고 누워 있고 싶은 기운을 
    우리가 도련님에게 불어넣어 줄 수 있을가 궁리를 좀 혔지."
    "나도 똑같은 궁리를 하고 있었어.
    콜린하고 말할 때마다 거의 매번 그런 생각을 해."
    내가 말했다.
    "콜린이 비밀을 지킬 수 있나,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콜린을 데리고 나올 수 있나 
    그런 생각을 하지.
    어쩌면 디컨이 콜린의 휠체어를 밀어 줄 수 있을지도 몰라.
    의사 선생님이 콜린은 신선한 공기를 쐬어야 한다고 했고, 
    우리가 밖으로 데리고 나가는 걸 콜린이 바란다면 
    아무도 그 말에 거역하진 못할 거야.
    콜린은 다른 사람들 때문에는 밖에 나오지 않을테니 
    우리와 함께 나온다고 하면 사람들도 좋아할지 모르지.
    아무도 보지 못하게 정원사들은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콜린이 명령을 할 수도 있어."
    디건은 대장의등을 긁어 주면서 열심히 생각했다.
    "도련님에게는 확실히 좋을 거여. 그건 장담혀."
    디컨이 말했다.
    "우리는 도련님이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게 좋았다는 생각을 한 적이없으니께.
    우리는 그냥 정원이 자라는 걸 보는 두 꼬마일 뿐이고, 
    도련님은 또다른 꼬마일 뿐이여, 
    봄날에 구경 나온 남자애 둘과 여자애 하나, 
    그게 의사 선생님이 주는 약보다 몸에 좋을 거여."
    "콜린은 방 안에 너무 오래 누워있었고 항상 등때문에 걱정해서 약간 괴상해졌어."
    내가 말했다.
    "책을 많이 읽어서 좋은 얘기도 여럿 알지만 다른 건 몰라.
    콜린 말로는 너무 아파서 다른 것들은 알아 챌수가 없었고 
    문밖에 나가는 것은 싫고 정원이나 정원사도 싫대.
    하지만 이 정원 얘기 듣는 건 좋아했어.
    이건 비밀이니까
    난 많이 얘기해 줄 순 없었지만 콜린은 보고 싶다고 했어."
    "그럼 우리가 언젠가 확실히 도련님을 이리로 데리고 나와야겄네."
    디컨이 말했다.
    "내가 도련님 휠체어를 잘 밀수 있지.
    우리가 여기 앉아있는 동안 울새랑 그 짝꿍이랑 어떻게 했는지 
    아씨도 봤어?
    저 녀석이 나무 위에 앉아서 입에 물고 있는 나뭇가지를 어데 놓으면 
    가장 좋을까 생각하는 것 좀 봐."
    디컨이 나지막이 휘파람으로 신호를 보내자 
    울새는 여전히 나뭇가지를 문채로 고개를 돌리고 질문하듯 쳐다보았다.
    디컨은 벤처럼 울새에게 말을 걸었지만, 디컨의 말투는 충고 같았다.
    "어데다 놓든 괜찮을 거야.
    넌 알에서 깨어나기도 전부터 둥지 짓는 법을 잘 알았잖어.
    네 맘대로 하렴.
    우물쭈물할 시간이 없어."
    "아, 네가 새한테 말하는 것 들으니 참 좋다!"
    나는 기쁘게 갈깔 웃었다.
    "벤은 울새를 꾸짖고 놀리는데 새는 콩콩 뛰어니며 
    모든 말을 다 잘 알아듣는 표정을 지어.
    이 새도 그걸 좋아흔 것 겉자.
    벤 말로는 새가 너무 거만해서 무시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돌을 던지는 편을 좋아한대."
    디컨도 웃음을 터뜨리며 울새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우리가 너 못살게 굴지 않을 거 알지.
    우리도 거의 야생동물이나 똑같어.
    우리도 둥지를 짓고 있어.
    행운을 빌어. 
    우리를 이르지 않도록 조심혀."
    울새는 버리에 벌서 뭔가 물고 있었기 때문에 비록 대답은 할 수 없었지만 
    나는 울새가 나뭇가지를 물고 정원의 자기 영역으로 날아갔을 때 
    촉촉하게 빛나는 검은 눈이 그들의 비밀을 
    세상에 알리지 않겠다고 약속한다는 뜻임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