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좋은 변화 1
크레이븐 박사는 아이들이 돌아왔을 때 집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사실 의사 선생은 누구를 보내서 정원 길을 찾아보게 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슬슬 하던 참이었다.
사람들이 콜린을 방으로 도로 데리고 왔을 때
불쌍한 의사는 콜린을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그렇게 밖에 오래 나가 있으면 안 돼.무리하면 안 된다."
"전혀 피곤하지 않아요."
콜린이 대답했다.
"오히려 몸이 좋아 졌어요.
내일은 아침에도 나가고 오후에도 나갈 거에요."
"그걸 허락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구나."
크레이븐 박사가 대답했다.
"현명한 행동이 아닐 것 같은데."
"못하게 하는게 현명한 생각이 아닐 거에요."
콜린이 무척 진지하게 말했다.
"난 나갈 거에요."
나 자신 조차도 콜린이 특이하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주로 사람들에게 명령하는 태도가 얼마나 건방진 야수와 같은지
스스로 깨닫지 못하기 때문임을 알수 있었다.
콜린은 평생 무인도나 다름없는 곳에서 그 나라 왕이라도 되는 양
살아왔기 때문에 태도도 제멋대로였고 달리 비교할 사람도 없었다.
나도 사실 콜린과 다를 바가 없었고 미슬스웨이트에 와서 자기 태도 역시
평범하거나 인기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차차 깨닫게 되었다.
이런 발견을 하자 나는 자연스럽게 적당한 관심이 생겨
콜린과 대화를 나눠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크레이븐 박사가 떠난 후 몇 분 동안 나는 자리에 앉아
콜린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어째서 그러는지 콜린이 질문을 해주길 바랐고,
그 뜻은 물론 여지없이 이루어졌다.
"왜 나를 그렇게 봐?"
콜린이 물었다.
"크레이븐 선생님이 안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그래."
콜린은 조용히 말했지만 약간 만족스러워하는 기색이 없지는 않았다.
"삼촌은 내가 죽지 않으면 미슬스웨이트를 절대로 얻지 못할테니까."
"물론 그것 때문이라도 안 됐어."
내가 말했다.
"하지만 나는 방금 항상 건방진 소년에게 10년 동안이나
정중하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
"내가 건방져?"
콜린은 별로 언짢은 기색도 없이 말했다.
"네가 만약 선생님 친 아들이고 그분이 아이를 때리는 어른이었다면
넌 아마 맞았을지도 몰라."
"하지만 삼촌은 감히 그럴 수 없지."
콜린이 말했다.
"그래, 그럴수 없겠지."
나는 그다지 편견없이 생각하며 말했다.
"아무도 네가 좋아하지 않는 일을 감히 할 생각도 못했어.
네가 죽거나 그럴 테니까, 넌 참 불쌍한 애야."
"하지만,"
콜린이 고집스럽게 우겼다.
"난 불쌍한 애가 되지 않을 거야.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놔두지도 않을 거고,
오늘 오후에는 내 발로 일어섰잖아."
"네가 참 이상한 건 항상 네 마음대로 한다는 거야."
나는 생각을 입밖에 내어 말하며 계속했다.
"콜린은 얼굴을 찡그리며 고개를 돌렸다.
"내가 이상해?"
콜린이 따져 물었다.
"그럼."
내가 대답했다.
"아주 이상해. 그렇다고 성낼 필요는 없어."
나는 공평하게 덧붙였다.
"나도 이상하니까. 벤도 이상하고,
하지만 난 사람들을 좋아하게 되기 전이나 정원을 찾기 전보다는 덜 이상해졌지."
"나도 이상해지고 싶지 않아."
콜린이 말했다.
"그렇게 안 될 거야."
그러면서 단호하게 얼굴을 찡그렸다.
콜린은 아주 자존심이 강한 소년이었다.
콜린은 한참을 누워 생각했고,
나는 이윽고 콜린의 얼굴에 아름다운 미소가 다시 떠올라
차츰 완전히 바뀌는 것을 보았다.
"이상하게 구는 거 그만두어야 겠다."
콜린이 말했다.
"매일 정원에 간다면 거긴 좋은 변화가 있어.
너도 알겠지만 아주 좋은 기운이야.
메리, 거긴 정말 좋은 일만 있는게 분명하다고 생각해."
"나도 그래."
내가 말했다.
"그게 진짜 좋은 일, 뭔가 기분좋은 일이 있어. 뭔가!"
"그게 좋은 일이지."
내가 말했다.
우리들은 늘 그 힘을 아주 좋은 변화라 불렀고,
그후 몇 달간은 계속 그렇게 보이는 시간이 지나갔다.
근사한 몇 달,
환히 빛나는 몇 달,
놀라운 몇 달 이었다.
아, 정원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정원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었다.
정원이 있는 사람이라면 거기 지나간 모든 것을 묘사하는 데는
책 한 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라.
맨 처음에는 초록색 식물들이 끊이지 않고 땅 위를, 풀 속을, 화단을,
심지어 담 틈새를 뚫고 나왔다.
그런 후에는 녹색식물들이 봉오리를 맺고 봉오리들은 다시 펼쳐져 색깔을 드러냈다.
갖가지 파랑색, 갖가지 자주색, 갖가지 색조와 음영의 빨간색,
행복한 날에는 꽃들이 곳곳 구멍과 구석에 들어 앉았다.
벤이 그 일을 도맡아서 벽돌 사이의 모르타르를 긁어내고
땅에 오목한 공간을 만들어 사랑스러운 덩굴들이 그 위에서 자랄 수 있도록 했다.
붓꽃과 백합이 다발로 풀 속에서 자라났고,
녹색 나무들 사이 들어간 자리에는 키가 큰 큰 제비고깔과 매발톱꽃,
초롱꽃의 푸르고 하얀 꽃잎들이 엄청난 무리를 이루었다.
"마님은 이 꽃들을 좋아하셨제, 참으로."
벤이 말했다.
"마님은 늘상 파란 하늘을 가리키도록 꽃들을 심는 걸 좋아혀서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구먼.
그렇다고 마님이 땅의 것들을 멸시했다는 건 아니여.
마님은 그저 꽃들을 사랑혔지만 늘상 푸른 하늘이 참 기쁘다고 하셨제."
디컨과 내가 심은 꽃씨는 마치 요정이 돌보기라도 한 양 쑥쑥 잘 자랐다.
갖가지 색에 물든 양귀비꽃은 가득 피어 산들바람 속에서 춤추며
몇 년씩이나 정원에 살았던 꽃들에게 명랑하게 반항했다.
그런 모습은 어떻게 이처럼 새로운 사람들이 여기 왔는지
궁금하다고 고백하는 듯 보였다.
게다가 그 장미는...
장미란!
풀속에서 솟아올라 해시계 둘레를 따라 얽히기도 하고
나무둥치를 감고 가지에서 늘어지기도 하였으며
벽을 따라 올라 그 위로 뻗어가며 기다란 화환이되어 폭포수 처럼 떨어졌다.
장미는 시간마다, 날마다 차차 살아났다.
곱고 싱싱한 이파리, 꽃봉오리 그리고 또 꽃봉오리,
처음에는 작았지만 나중엔 점점 부풀어 오르며 마법을 부리더니
드디어 활짝 터져 꽃잎을 펼쳤다.
꽃잔 속에 담긴 향기는 찰랑 찰랑 가장자리 위로 살며시
흘러넘쳐 정원 공기를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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