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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좋은 변화 3

Joyfule 2018. 1. 1. 02:49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좋은 변화 3.   
     
    "그럼요, 그럼요, 도련님!"
    벤은 말했다.
    "예이, 예이"
    "병사들도 훈련을 받듯이 너희들이 매일 계속 그렇게 해 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고 실험이 성공했는지 알 게 되겠지..
    마음속으로 자꾸 생각하면서 영원히 남을때까지 생각하면 
    진정한 힘이 생길거라고 생각해.
    ​와서 도와 달라고 계속 부르면 진정으로 우리의 일부분이 되고 
    영원히 남아서 힘을 부릴거야."
    "인도에 있을 때 어떤 말을 수천 번이나 자꾸 되풀이해서 외우는 
    주술사가 있다고 어떤 장교 아저씨가 엄마한테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
    내가 말했다.
    "젬 페틀워스의 마누라가 같은 얘기를 수천 번 되뇌는 걸 들은 적은 있는디.
    젬을 술주정뱅이 짐승이라고 부르면서."
    벤은 심드렁히 말했다.
    "확실히 마침내 뭔가 일어나긴 했지라.
    젬은 지 마누라를 호되게 두들겨 패고 블루 라이온 술집에 가서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셨으니께요."
    콜린은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잠시 생각했다.
    그러더니 기분이 한 결 가벼워졌다.
    "음, 거기서 뭔가 일어났다는 거 알겠지.
    그 여자는 잘못된 방법을 써서 남편이 결국 때리게 된 거야.
    제대로 된 마음으로 뭔가 좋은 말을 했더라면 
    남편이 그렇게 술을 고주망태로 마시지 않았을지도 몰라.
    어쩌면, 어쩌면 새 모자를 사다 주었을지도 모르지."
    벤은 킬킬 웃음을 터뜨렸고 작고 늙은 눈에 짓궂은 감탄의 빛을 띠었다.
    "도련님은 다리도 참으로 꼿꼿하시고 머리도 참말로 영리하시구먼요.
    다음번엔 지가 베스 페틀워스를 보거든 
    진심이 어떤 힘을 부릴수 있는지 넌지시 알려 줘야겄구먼요.
    그 여편네도 도련님의 그 과학적 실험인가 뭔가가 제대로 먹히면 기뻐할 테니께.
    젬도 그럴 거고." 
    디컨은 가만히 서서 이 강연에 귀를 기울였다.
    둥근 눈은 호기심이 돋아 즐거웠는지 환히 빛났다.
    밤톨이와 깍지는 디컨의 어깨 위에 앉아 있었고 
    디컨은 한 팔로 귀가 긴 하얀 토끼 한 마리를 안고서 
    줄곧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동안 토끼는 큰 귀를 뒤로 젖히고 손길을 누렸다.
    "이 실험이 효과가 있을 것 같아?"
    콜린은 디컨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콜린은 디컨이 자기를 쳐다볼 때나 
    '동물'중 한 마리를 행복한 함박웃음을 띠고 쳐다볼 때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종 궁금했다.
    디컨은 이제 웃음을 짓고 있었다.
    평소보다도 더 환한 웃음이었다.
    "그려."
    디컨은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혀.
    해님이 환히 비칠 때 씨앗에서 싹이 트는 것처럼 효과가 있을 거여.
    분명 효과가 있어. 그럼 지금부터 시작할겨?"
    콜린은 기뻐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책의 삽화에 나온 수술사 신도들을 떠올리고 불이 붙은 콜린은 
    모두 차양처럼 드리운 나무 아래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자고 했다.
    "사원 같은 데서 앉는 자세나 비슷해."
    콜린은 말했다.
    "난 약간 피곤해서 앉고 싶어."
    "어라!"
    디컨이 말했다.
    "그렇게 말을 많이 했으니 피곤한 것도 당연하제.
    그러면 안 되제."
    콜린은 몸을 돌려 디컨의 순수한 둥근 눈을 보았다.
    "그 말이 맞아."
    콜린은 천천히 말했다.
    "오직 명상만 생각해야지."
    모두들 둥굴게 둘러앉으니 참으로 장엄하고 신비로웠다.
    벤은 하여튼 기도 모임으로 안내받은 기분이 들었다.
    보통 벤은 고집스럽게 본인 표현으로 '기도 모임은 못마땅해.'해서 
    가지 않았지만 이건 라자가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싫어할 수가 없었고
    실로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 기쁘기까지 했다.
    나는 엄숙하게 황홀한 기분이었다.
    디컨은 한 팔에 토끼를 안고 있었다.
    아마도 아무도 듣지 못하는 신호를 보냈는지, 
    디컨이 다른 사람들처럼 책상다리를 하고 앉자
    까마귀, 여우, 다람쥐, 양이 느릿느릿 가까이 다가와 
    동그라미를 이루면서 마치 자기들의 뜻에 따라 온 양 편안히 자리에 들어앉았다.
    "동물들도 왔네."
    콜린이 엄숙하게 말했다.
    "우리를 도와주고 싶은 거야."
    나는 콜린이 참으로 예쁘게 보인다고 생각했다.
    콜린은 마치 사제라도 되는 양 머리를 높이 쳐들었고 
    기이한 눈은 아름다운 표정을 띠었다.
    나무 차양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콜린을 비추었다.
    "이제 시작하자."
    콜린인 말했다.
    "몸을 앞뒤로 흔들수 있겠어. 메리?
    우리가 수행자인 것처럼."
    "지는 몸을 앞뒤로 흔들 수 없구먼요."
    벤이 말했다.
    "류머티즘에 걸려서."
    "진실한 기도가 그 병도 낫게 하리니."
    콜린이 대사제 같은 어조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될때까지 몸은 흔들지 마라.
    그냥 기도만 하라."
    "지는 기도문을 읊을수도 없는뎁쇼."
    벤은 살짝 짜증 내는 말투로 말했다.
    "딱 한번 해 봤는데. 교회 성가대에서 쫓겨났구먼요."
    아무도 웃지 않았다.
    다들 지나치게 진지했다.
    콜린의 얼굴에는 그림자 하나 스치지 않았다.
    마음속엔 오직 명상 생각뿐이었다.
    "그러면 내가 주문을 읊을께."
    그런후 콜린은 어떤 이상한 소년 정령 같은 모습으로 시작했다.
    "해가 비치네. 해가 비치네.
    그것은 신의 손길. 
    꽃이 자라네, 뿌리가 뻗네.
    그것은 신의 사랑.
    살아 있는 게 신의 섭리.
    튼튼한 것이 신의 능력.
    그 생명이 내게 있네.
    내 안에 있네, 신의 사랑이.
    신이여. 
    우리를 도와 주소서."
    콜린은 이 주문을 무척 많이 외웠다.
    수천 번은 아니었지만 꽤 여러 번이었다.
    나는 넋을 놓고 들었다.
    기묘하고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고 콜린이 계속해 주기를 바랐다.
    벤은 아주 유쾌한 꿈속에서 부드럽게 위로받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꽃송이 속에서 벌들이 웅웅대는 소리가 
    주문을 읊는 소리와 섞여 나른하게 졸음 안에서 녹아들었다.
    디컨은 책상다리인 채로 한 팔에는 잠든 토끼를 안고
    다른 한 손은 양의 등에 올려놓았다.
    검댕이는 다람쥐를 밀어내고 디컨의 어깨 위에서 웅크렸다.
    회색 눈꺼풀이 서서히 내려앉았다.
    드디어 콜린이 주문을 멈추었다.
    "이제 정원을 걸어 다닐 거야."
    콜린이 알렸다.
    머리가 막 앞으로 뚝 떨어지는 찰나, 
    벤은 머리를 휙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