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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라자와 벤할아범의 대화 2

Joyfule 2017. 12. 28. 11:58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라자와 벤할아범의 대화 2  
     
    라자는 의자에서 내려와 나무 아래 깔개에 앉으라는 말에 따랐다.
    "정원에서 무슨 일을 하지, 벤 할아범?"
    콜린이 물었다.
    "분부하는 건 뭐든 합지요."
    벤이 대답했다.
    "저야 저택에서 사정을 봐줘서 붙어 있는 것이라지요. 
    그분이 절 좋아하셔서."
    "그분?"
    콜린이 물었다.
    "어머님 말씀입니다요."
    벤이 대답했다.
    "우리 엄마?"
    콜린은 조용히 벤을 훑어 보았다.
    "여긴 엄마의 정원 이었지?"
    "예이, 그랬구먼요!"
    벤도 콜린을 훑어 보았다.'
    "마님이 무척 좋아하셨지라."
    "이젠 내 정원이야. 나도 여길 좋아하니까,
    매일 매일 여기 올 거야."
    콜린은 선언했다.
    "하지만 비밀로 해야 해.
    우리가 여기 온다는 걸 다른 사람이 알지 못하도록 하라는 게 내 명령이야.
    디컨과 사촌이 열심이 일해서 정원을 살렸어.
    가끔 도와 달라고 부르지.
    하지만 아무도 보지 못하게 와야 해."
    벤의 얼굴이 살며시 일그러지더니 노인 같은 메마른 미소를 지었다.
    "이전에 사람들이 아무도 보지 못할 때 여기 왔었지라."
    "뭐라고?"
    콜린이 외쳤다.
    "언제?"
    "마지막으로 왔을 때가..."
    벤은 턱을 문지르며 두리번 거렸다.
    "재작년 이었지라."
    "하지만 여긴 10년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어!"
    콜린이 외쳤다.
    "문이 없잖아!"
    "아무나는 아니라도 지가 왔었지요."
    벤은 감정없이 말했다.
    "그리고 문으로 들어온 건 아니지라. 
    담장을 넘어서 왔습지요.
    재작년에 류머티즘에 걸려서 주저앉았지만요."
    "할아버지가 와서 가지치기를 하셨구먼요!"
    디컨이 외쳤다.
    "어떻게 가지가 쳐 있나 영문을 몰랐는디."
    "마님이 여길 참 좋아하셨지요.
    참말로요!"
    벤 할아범이 천천히 말했다.
    "마님은 참으로 곱고 어린 분이셨지요.
    한때 제게 웃으면서 이러셨지라.
    '벤, 내가 어디 아프거나 멀리가게 되면 벤이 내 정원을 돌봐 줘.'
    마님이 떠나셨을 땐 아무도 가까이 오지 말라는 명령이 떨어졌구먼요.
    하지만 저는 왔습죠."
    벤은 괴팍한 노인답게 고집스럽게 말했다.
    "그래서 지가 담을 넘어 왔습지요.
    류머티즘 때문에 못 하게 되기 전에 해마다 한번은 와서 정원을 가꿨지요.
    마님 명령이 먼저니께요."
    "할아버지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이처럼 쌩쌩하게 살아있진 못했을 거여요."
    디컨이 말했다.
    "그러잖아도 궁금했었는디."
    "할아범이 그렇게 해 줘서 기뻐."
    콜린이 말했다.
    "그럼 비밀을 지키는 법을 알겠네?"
    "예이, 알 겁니다요. 도련님."
    벤이 대답했다.
    "류머티즘 걸린 노인네는 문으로 들어오는 게 더 쉽지라."
    나무 근처 풀 밭 위에 내가 놓아둔 모종삽이 있었다.
    콜린은 손을 뻗어 그 삽을 집었다.
    이상한 표정을 얼굴에 띠며 콜린은 땅을 긁기 시작했다.
    나는 숨도 뭇 쉬고 관심 있게 보고 있었다.
    가는 손은 약했지만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이윽고 콜린은 모종삽의 끝을 흙에 박더니 조금 헤집었다.
    "할 수 있구나! 너 할 수 있어!"
    나는 혼잣말로 말했다.
    "내가 그랬잖아, 할 수 있다고!"
    둥근 눈에는 열렬한 호기심이 가득했지만 디컨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벤도 흥미로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콜린은 꾸준히 반복했다.
    흙을 몇 번 헤친 후에 콜린은 요크셔 사투리를 있는 힘껏 
    흉내 내어 디컨에게 의기 양양하게 말했다.
    "니가 그랬지. 
    다른 사람들 맹키로 여길 걸어 댕길 수 있게 해주겠다고.
    내가 땅도 팔 수 있게 하겠다고 했잖어.
    난 내 비위 맞추느라고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제.
    오늘은 내가 걸은 첫날이니께 지금 땅을 파는 거여."
    콜린의 사투리를 들은 벤의 입이 딱 벌어졌다.
    하지만 마침내는 낄낄 웃고 말았다.
    "어이쿠!  이제 도련님이 웃길 줄도 아시는 구먼요.
    요크셔 사람이 분명합니다요.
    고라고 이젠 땅도 파시는 구먼요.
    뭐 하나 손수 심어 보고 싶으셔라?
    장미 모종을 갖다 드릴 수 있는디."
    "가서 가져와!"
    콜린이 들떠서 소리쳤다.
    "빨리! 빨리 해!"
    실로 모은 일이 빠르게 이루어졌다.
    벤은 루머티즘을 잊고 허둥지둥 갔다.
    디컨은 삽을 들고 가늘고 하얀 손을 가진 풋내기 정원사보다 더 깊고 넓게 구멍을 팠다.
    나는 슬쩍 나가 뛰어가서 물뿌리개를 가지고 돌아왔다.
    디컨이 구멍을 더 깊게 파자, 콜린은 부드러운 흙을 파 헤집고 또 헤집었다.
    콜린은 낯설고 새로운 운동을 한탓에 약간이긴 했지만 
    얼굴을 붉히고 땀을 흘리면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해가 지기 전에 하고 싶어.
    해가 완전히 지기 전에."
    콜린이 말했다.
    나는 해님이 일부러 몇 분 머뭇거리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벤은 온실에서 장미 모종을 가지고 왔다.
    절뚝 거리면서도 할 수 있는 한 빨리 풀밭 위를 달려왔다.
    벤도 점점 기분이 들뜨는 것 같았다.
    그는 구멍 옆에 무릎을 꿇고 클에서 모종을 꺼냈다.
    "자요."
    벤은 콜린에게 꽃을 건냈다.
    "임금님이 처음 가는데 가면 나무 심는 것맹키로 도련님이 직접 심으시소."
    콜린이 구멍 속에 모종을 세우고 벤이 땅을 다지는 동안 
    나무를 붙잡은 콜린의 가늘고 하얀 손이 약간 떨렸고
    얼굴에 떠오른 홍조는 점점 진해졌다.
    그리고 구멍에 흙을 채우고 꽉꽉 누른 후 잘 다졌다.
    나는 두 손, 두 발로 엎드려서 몸을 앞으로 숙였다.
    검댕이가 날아 내려와서 무슨 일을 하나 보려고 앞으로 씩씩하게 걸어왔다.
    밤톨이와 깍지는 벚나무에서 수다스럽게 조잘거렸다.
    "심었어!"
    콜린은 마침내 말했다.
    "해님은 아직 조금밖에 넘어가지 않았어. 날 일으켜 줘. 디컨.
    해님이 질 때 난 서 있고 싶어.그것도 마법의 일부야."
    디컨은 콜린이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마법이든 뭐든 힘을 얻은 덕에 콜린은 태양이 저 산을 넘어 
    이상하도록 아름다웠던 오후가 끝날때까지 두 발로 서 있을수 있었다.
    깔깔 웃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