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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ecret Garden - 좋은 변화 4

Joyfule 2018. 1. 2. 02:04
    
    
      The Secret Garden   
      Frances Hodgson Burnett 
      좋은 변화 4  
     
    머리가 막 앞으로 뚝 떨어지는 찰나, 벤은 머리를 휙 들었다.
    "졸았지."
    콜린이 나무랐다.
    "전혀 그런게 아니구먼요."
    벤이 웅얼거렸다.
    "설교가 참 좋았구먼요.
    하지만 저는 헌금전에 나가야만 하는 지라."
    벤은 아직도 비몽사몽이었다.
    "여긴 교회가 아니잖아."
    콜린이 말했다.
    "아니지요."
    벤은 몸을 쭉 폈다.
    "제가 교회에 있는 줄 알았다고 누가 그런디요?
    도련님이 하시는 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들었구먼요.
    병이 낳는 능력이 제 등에도 있다고 하셨잖아요.
    의사 선생님은 그걸 류머티즘이라고 했지만."
    라자는 손을 흔들었다.
    "그건 잘못된 거야."
    콜린이 말했다.
    "할아범은 곧 나을거야.
    이제 하던 일로 돌아가도 된다는 허락을 내리노라.
    하지만 내일 다시 와야 해."
    "저도 도련님이 정원을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고 싶구먼요."
    벤이 툴툴 거렸다.
    하지만 퉁명스럽게 툴툴대지는 않았고 그저 툴툴 대는 말투일 뿐이었다.
    사실 고집스러운 노인이고 신비한 능력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기 때문에
    만약 자기를 쫓아낸다면 사다리를 타고 담 너머로 들여다보면서 
    어려운 장애물이 생겼을 때 다시 비척거리면서 돌아올 준비를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고 있었다.
    라자는 벤이 남아있는 데 반대하지 않았고 행렬이 이루어졌다.
    콜린이 선두에 서고 디컨이 한쪽 옆에, 내가 반대편에 섰다.
    벤은 뒤에서 따라왔고 동물들이 그 뒤를 따라왔다.
    양과 새끼 여우가 디컨 가까이에 붙었고,
    흰 토끼는 깡총깡총 뛰면서 검댕이는 책임자나 되는 사람인 양 
    엄숙하게 따라왔다.
    느리기는 하지만 품위있게 움직이는 행렬이었다.
    몇 미터마다 발길을 멈추고 멈춰야만 했다.
    콜린은 디컨의 한 팔에 기댔고 은밀히 벤은 날카롭게 망을 보았다.
    가끔씩 콜린은 잡은 손을 놓고 혼자서 몇 발짝 떼기도 했다.
    줄곧 머리는 꼿꼿이 쳐들어 아주 위엄있는 태도였다.
    "신의 사랑은 내 안에 있어!"
    콜린은 계속 말했다.
    "신의 사랑으로 나는 튼튼해지고 있어.
    느낄 수 있어. 느낄수 있다고!"
    무엇인가 콜린을 떠받치고 들어 올린 것만은 아주 확실했다.
    콜린은 나무 사이의 우묵한 공간에 앉기도 했고
    한두 번 풀 위에 주저앉았으며 여러 번 가던 도중에 멈춰 
    디컨에게 기대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정원을 한 바퀴 돌았다.
    마침내 차양 모양으로 생긴 나무아래에 돌아왔을 때
    콜린의 뺨은 불그레했고 표정은 의기양양했다.
    "해냈어!  효과가 있었어!"
    콜린이 외쳤다.
    "내가 처음으로 한 과학 발견이야!"
    "크레이븐 선생님이 뭐라고 하실까?"
    내가 불쑥 말했다.
    "삼촌은 아무 말도 안 하겠지."
    콜린이 대답했다.
    "아무 말도 못 들을 테니까.
    이건 무엇보다도 가장 큰 비밀이야.
    내가 무척 튼튼 해져서 다른 남자애들처럼 걷고 
    뛰어다닐 수 있을 때까진 아무도 이 사실을 알아내선 안 돼.
    여기 휠체어를 타고 매일 왔다가 그걸 타고 돌아갈 거야.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질문을 하도록 놔두지 않을 거야.
    실험이 완전히 성공할 때까지 아버지 귀에 들어가게도 하지 않을 거야.
    그런 다음 아버지가 가끔 미슬스웨이트에 돌아오실 때 
    서재로 걸어 들어가서 말할 거야.
    '저 왔어요. 나도 다른 남자아이들과 똑같아요.
    나는 아주 건강하고 살아서 어른이 될 거에요.
    과학 실험으로 그렇게 했어요.'"
    "고모부는 꿈이라고 생각하실 거야."
    내가 외쳤다.
    "눈을 믿지 못하실걸."
    콜린은 의기양양해서 얼굴을 붉혔다.
    콜린은 이제 자기가 나을 거라고 스스로 믿을 수 있었다.
    본인이 깨달았는지 모르겠으나 이 과정은 전투나 다름 없었다.
    무엇보다도 콜린에게 힘을 불어넣은 생각은 
    아들이 다른 아버지들의 아들처럼 꼿꼿하고 튼튼하게 걷는 모습을 
    아버지가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는 상상이었다.
    병 때문에 아프고 우울했던 과거 시절에 
    가장 어두웠던 불안은 아버지가 보기도 싫어하는
    병약한 곱사등이 소년이 되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었다.
    "아버지도 믿으실 수밖에 없을거야.
    콜린이 말했다.
    "건강해 진후 난 내가 하고 싶은 것중 하나는 운동선수가 되는 거야."
    '일주일 정도 지나면 도련님을 데리고 권투 구경을 하러 가야겠구먼요."
    벤이 말했다.
    "그러면 프로 선수가 돼서 영국 챔피언 벨트를 따시겄지요."
    콜린은 벤에게 엄하게 눈길을 보냈다.
    "벤 할아범, 그건 너무 불손하군.
    할아범도 비밀에 한몫 낀 이상 마음대로 굴면 안 돼.
    어떤 변화가 일어난들 난 프로 권투 선수가 되진 않을 거야.
    난 과학자가 될 거야."
    "어이쿠, 죄송합니다요. 죄송합니다요. 도련님."
    벤은 인사하듯 이마에 손을 대며 사과했다.
    "농담할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야 했는디."
    하지만 벤의 눈은 반짝였고 속으로는 몹시 기뻤다.
    벤은 핀잔을 듣는다해도 정말 아무렇지 않았다.
    핀잔을 준다는 게 이 아이가 힘과 기운을 얻는 다는 뜻이라면...